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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페트/김경연 번역,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행복한 청소부, 풀빛

청소부는 어떻게 '행복한' 청소부가 되었나 이 책의 주인공은 독일의 거리 표지판을 닦는 평범한 청소부입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똑같은 거리의 표지판을 닦아 왔습니다. 어느 날 그는 어린 아이가 엄마에게 질문하는 것을 엿듣게 됩니다. 아이는 표지판에 쓰인 '글루크'란 글자를 보고 행복을 뜻하는 '글뤼크'(Glück)에서 한 부분이 지워진 것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때 아이의 엄마는 웃으면서 이 거리의 이름은 '행복'이 아니라 '글루크'라는 작곡가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 순간 청소부는 무엇인가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은 수 년이나 표지판을 닦아 왔지만 아이와 마찬가지로 '글루크'가 작곡가의 이름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날부터 ..

J.M.바스콘셀로스/박동원 번역,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동녘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이 책을 처음 일고 대성통곡했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교 후 아무도 없던 집 마루에 엎드려 무심코 집어든 책을 펼치기 전까지 저는 활자가 날카롭고 뾰족한 무엇이 되어 제 가슴을 그리 후벼파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주체할 수 없이 흐르던 눈물을 훔치고 다시 책을 펼치고 또 다시 울다가 다시 책을 펼치기를 반복한 끝에 겨우 책읽기를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날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망정이지 그 광경을 누군가 지켜보았더라면 인상 깊은 추억으로 간직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훗날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책을 다시 읽으며 제가 그 당시 왜 그토록 대성통곡을 했을까 곰곰히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제제처럼 조금은 조숙했던 저..

이미애, 반쪽이, 보림

왜 '반쪽이'일까? 반쪽이는 한국 전래 동화에서 매우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눈도 하나, 귀도 하나, 다리도 하나, 입도 반쪽, 코도 반쪽인 독특한 외형은 조금은 기괴하기도 하고 뭔가 짠한 감정이 들게도 합니다. 늙도록 자식이 없던 여인이 백 일이나 신령님한테 빌고 또 빌어 어렵게 태어난 아이가 그러했으니 그 어미의 심정은 어떠했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불완전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반쪽이를 흐뭇하게 기억하는 까닭은 그가 자신의 타고난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밝고 씩씩한 성격으로 그것을 이겨냈기 때문입니다. 반쪽이의 이러한 불완전성은 '장애'의 징표도 읽을 수 있지만, 어린 아이의 '미숙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반쪽이가 형제들 중 막내인 것도 그런 불완전성을 상기시킵니다. 현실에서 막내는 다른 형제들보다..

아이작 아시모프/김옥수 번역, 아이, 로봇, 우리교육

로봇공학의 3원칙 아이작 아시모프는 아서 C. 클라크, 로버트 하인라인과 함께 공상과학 소설의 3대 대가로 불립니다. 그가 제안한 '로봇의 3원칙'은 최근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예전보다 더 빈번하게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는 1942년 '술래잡기 로봇'에서 처음으로 '로봇공학 3원칙'을 등장시킨 뒤 훗날 1원칙에서 '인간'을 '인류'로 수정한 0원칙을 추가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0원칙 로봇은 인류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한 인류를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제1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로봇은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로봇은 제..

프란치스카 비어만/김경연 번역, 책 먹는 여우, 주니어김영사

여우의 책 먹기 이 책에 등장하는 여우 아저씨는 책을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그런데 책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는 책에 소금과 후추까지 뿌려가며 집어 삼킵니다. 그에게 책은 비유적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일용할 양식입니다. 그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킁킁 냄새도 맡고, 쪽쪽 핥아도 보고, 번개처럼 빠르게 소금과 후추 병을 꺼내 톡톡 양념을 치고, 덮석 책을 베어 물고 꼭꼭 씹어 먹습니다. 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은 '마음의 양식'인 책을 축어적으로 해석해서 독서에 대한 유머러스한 동화를 창작해 냈습니다. 즉, 주인공 여우에게 책 읽기는 책 먹기로 이해되는 활동입니다. 독서를 육체적 활동으로 표현하자 오히려 독서가 우리에게 지닌 의미가 보다 구체적으로 다가옵니다. 육체를 지탱하기..

메리 셸리/오숙은 번역, 프랑켄슈타인, 열린책들

은 어떻게 탄생했나 1816년은 유럽의 역사에서 '여름이 없었던 해(Year without a summer)'라고 불립니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이 이상 저온, 폭풍우, 장마, 홍수 등을 겪었습니다. 연초부터 계속된 저온현상으로 농작물은 극심한 타격을 입었고 대규모 기근으로 수많은 목숨이 사라져야 했습니다. 그 원인은 탐보라 화산 폭발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산이 폭발하며 분출한 가스와 먼지가 햇빛을 차단해서 그 당시 지구는 약 3년 가량 이상저온 현상에 시달려야 했던 것입니다.  바로 이 시기에 19살의 메리는 여동생 클레어,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퍼시 비시 셸리와 함께 스위스로 여행 중이었습니다. 그들은 클레어의 제안으로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을 방문하게 됩니다. 바이런의 친구이자 의사이자 작가 지망생..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유혜자, 깡통소년, 미래엔아이세움

어느날 아이가 배송된다면 카펫을 짜면서 홀로 살고 있는 바톨로티 부인은 자유분방한 사람입니다. 특이한 옷차림과 진한 화장을 즐기며, 가끔은 복도에서 혼잣말을 하며 걸어다녀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별종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그런 부인에게 어느 날 커다란 깡통이 배달됩니다. 그 안에서 총명하고 잘 생긴 여덟 살짜리 아이 콘라트가 튀어나와 '엄마'라고 부릅니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될까요? 오스트리아의 동화 작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는 공장에서 생산된 '인스턴트 아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교육과 양육이란 문제를 흥미롭게 풀고 있습니다. 부모로서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엄마가 대부분의 부모들이 원하는 이상적 아이를 얻게 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아이다움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아이..

카렐 파페크/김희숙 번역, 로봇_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모비딕

인류는 왜 로봇을 만들고 싶어했을까? 마징가, 로봇트 태권브이, 철인28호, 짱가, 월E, 터미네이터, 트랜스포머 등 수많은 만화와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로봇'이란 단어는 1920년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창작한 희곡 '로숨의 유버서설 로봇'에서 유래했습니다. '로봇'은 체코어로 '노동'을 뜻하는 단어 'robota'에서 나왔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달로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가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 요즘 차페크의 작품은 그 어느 때보다 시의성을 지닌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가 로봇으로 인해 인류가 겪게 될 다양한 문제를 처음부터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해양생태계를 연구하던 철학자이자 '공포스러운 유물론자'인 '늙은 로숨'은 과학..

홍성욱, 이상욱 외, 뉴턴과 아인슈타인_우리가 몰랐던 천재들의 창조성, 창비

왜 다들 천재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일까? 한국 사람들은 '천재' 혹은 '영재'라는 타이틀에 매우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방송이나 언론은 물론이고 각종 학원들의 홍보 문구에서도 이와 관련된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토록 '천재'에 목말라 하면서도 정작 한국에 제대로 된 영재 관련 교육은 전무할 뿐더러 선행학습을 영재 수업으로 포장해 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언론에서 높은 아이큐를 지닌 천재로 소개되어 화제를 모았던 아이들이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아보면 쓴웃음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수업 중 학생들에게 가장 뛰어난 천재로 꼽은 아인슈타인이 만약 한국에 태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예상해 보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가 괴짜나 문제아로 낙인찍혀 변변한 대학도 진학하지 못..

마크 트웨인/김욱동 번역, 허클베리 핀의 모험, 푸른숲주니어

버디 무비에서 로드 무비로 (1876)의 대중적 성공 이후 마크 트웨인이 그 속편으로 내놓은 소설이 (1884)입니다. '톰 소여'는 톰과 헉 주연의 버디 무비라면, '허클베리 핀'은 톰이 잠깐 등장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흑인 노예 짐과 헉의 로드 무비라 할 수 있습니다. 짐과 헉이 뗏목을 타고 미시시피 강을 여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그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작품에서 다루어지는 '모험'의 성격 역시 다릅니다. 3인칭 시점으로 쓰여진 '톰 소여'는 성인이 된 소설가가 자신의 개구진 어린 시절을 회상하듯 서술되고 있기 때문에 모험 역시 악동적 상상력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헉의 1인칭 시점으로 사건들이 서술되는 '허클베리 핀'은 노예제와 흑인 노예 짐과의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