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별 책읽기/중2 10

메리 셸리/오숙은 번역, 프랑켄슈타인, 열린책들

은 어떻게 탄생했나 1816년은 유럽의 역사에서 '여름이 없었던 해(Year without a summer)'라고 불립니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이 이상 저온, 폭풍우, 장마, 홍수 등을 겪었습니다. 연초부터 계속된 저온현상으로 농작물은 극심한 타격을 입었고 대규모 기근으로 수많은 목숨이 사라져야 했습니다. 그 원인은 탐보라 화산 폭발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산이 폭발하며 분출한 가스와 먼지가 햇빛을 차단해서 그 당시 지구는 약 3년 가량 이상저온 현상에 시달려야 했던 것입니다.  바로 이 시기에 19살의 메리는 여동생 클레어,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퍼시 비시 셸리와 함께 스위스로 여행 중이었습니다. 그들은 클레어의 제안으로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을 방문하게 됩니다. 바이런의 친구이자 의사이자 작가 지망생..

카렐 파페크/김희숙 번역, 로봇_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모비딕

인류는 왜 로봇을 만들고 싶어했을까? 마징가, 로봇트 태권브이, 철인28호, 짱가, 월E, 터미네이터, 트랜스포머 등 수많은 만화와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로봇'이란 단어는 1920년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창작한 희곡 '로숨의 유버서설 로봇'에서 유래했습니다. '로봇'은 체코어로 '노동'을 뜻하는 단어 'robota'에서 나왔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달로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가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 요즘 차페크의 작품은 그 어느 때보다 시의성을 지닌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가 로봇으로 인해 인류가 겪게 될 다양한 문제를 처음부터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해양생태계를 연구하던 철학자이자 '공포스러운 유물론자'인 '늙은 로숨'은 과학..

마크 트웨인/김욱동 번역, 허클베리 핀의 모험, 푸른숲주니어

버디 무비에서 로드 무비로 (1876)의 대중적 성공 이후 마크 트웨인이 그 속편으로 내놓은 소설이 (1884)입니다. '톰 소여'는 톰과 헉 주연의 버디 무비라면, '허클베리 핀'은 톰이 잠깐 등장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흑인 노예 짐과 헉의 로드 무비라 할 수 있습니다. 짐과 헉이 뗏목을 타고 미시시피 강을 여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그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작품에서 다루어지는 '모험'의 성격 역시 다릅니다. 3인칭 시점으로 쓰여진 '톰 소여'는 성인이 된 소설가가 자신의 개구진 어린 시절을 회상하듯 서술되고 있기 때문에 모험 역시 악동적 상상력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헉의 1인칭 시점으로 사건들이 서술되는 '허클베리 핀'은 노예제와 흑인 노예 짐과의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헉..

스탕달/손현숙 번역, 적과 흑, 푸른숲주니어

위대한 소설의 시대 1789년에 시작된 프랑스 대혁명은 신분제 사회를 지탱하던 왕정을 무너뜨리고 근대 민주주의 사회를 개시한 사건으로 평가받습니다. 무려 100여 년이나 지속된 사회적 실험의 과실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의 기초가 되었다는 점에서 세계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프랑스 혁명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앙시앵 레짐(구체제), 삼부회 소집, 테니스 코트의 서약, 바스티유 감옥 습격, 자코뱅, 지롱드, 공포 정치, 테르미도르의 반동, 제정의 성립, 빈체제 등 서로 뒤엉킨 복잡한 사건들이 혼란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루이 16세, 마리 앙투와네트, 시에예스, 장폴 마라, 조르주 당통,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 루이 앙투안 드 생쥐스트..

빅토르 위고/염명순 번역, 레 미제라블, 비룡소(2)

역사는 진보하는가 1815년에 있었던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이 이끌던 프랑스군이 패배하면서 유럽의 '낡은 왕정들'은 역사의 시계를 잠시 거꾸로 돌려 놓게 됩니다. 러시아,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왕정 국가들은 프랑스 혁명의 가치를 부정하고 유럽의 질서를 혁명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그런데 위고는 다른 나폴레옹 추종자들과 마찬가지로 워털루 전투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었지만 운이 없어서 졌다고 믿고 싶어 했습니다. 더 나아가 그는 워털루에서의 굴욕이 단기적으로 반동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장기적으로는 역사에 진보를 가져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쟁에서 프랑스군과 접촉한 유럽 각국의 병사들이 프랑스 혁명에서 탄생한 진보와 인권, 민주주의 사상을 흡수해서 고국으로 가져서 유럽 곳곳에서 왕정을 ..

빅토르 위고/염명순, 레 미제라블, 비룡소(1)

거장이 그린 한 시대의 거대한 벽화 '레 미제라블'을 읽는다는 것은 빅토르 위고라는 위대한 작가가 그려 놓은 한 시대의 거대한 벽화를 본다는 것을 뜻합니다.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면서 시작된 프랑스 대혁명은 공화제로 안정화되기까지 100년 가까이 지속되었고, 위고가 이 작품의 배경으로 삼은 6월 혁명은 그 과정의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 장발장을 비롯하여 미리엘 주교, 자베르, 팡틴, 코제트, 마우리스, 가브로슈, 테나르디에 등 수많은 등장인물들은 혼란의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의 생생한 숨결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 위대한 작품의 제목은 '장발장'이 아니라 '레 미제라블'입니다.  작가는 이 책에서 단순히 경제적으로 궁핍한 사람들이..

윌리엄 셰익스피어/권오숙 번역, 오셀로, 열린책들

'오셀로'는 질투로 인한 비극인가?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는 흔히 인간의 질투로 인한 비극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고상한 영웅 오셀로는 사악한 모사꾼 이아고에게 속아서 자신의 아름답고 정숙한 아내 데스데모나가 부정한 행동을 한다고 오해한 나머지 그녀를 살해하고 스스로의 목숨마저 끊으며 끝을 맺습니다. 그래서 질투라는 '푸른 눈의 괴물'은 고결한 영웅마저 자신의 먹잇감으로 삼아 조롱하는 파괴적 힘을 지니고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이끌어내곤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질투라는 감정을 예리하게 통찰한 작품으로 이해한 것은 시대를 초월한 셰익스피어의 불멸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됩니다. 인간의 감정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별차이가 없고, 수백 년 ..

오비디우스/이윤기 번역, 변신이야기1, 민음사(2)

신에게 도전한 아라크네 아라크네는 자신의 베짜기 실력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심지어 신 앞에서조차 자신의 주장을 굽히려 하지 않을 만큼 기계가 강한 인물입니다. 아라크네의 오만한 태도는 배짜기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팔라스 여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합니다. 그래서 이 둘은 배짜기 최강자를 놓고 결투를 벌이게 됩니다. 우선 팔라스 여신은 아테네 도시를 놓고 넵투누스 신과 경쟁해서 자신이 승리를 거둔 모습을 담고 있는 문양을 수놓습니다. 베의 네 귀퉁이에는 신들과 경쟁을 하다 벌을 받은 인간들의 최후를 짜 넣습니다. 팔라스 여신은 이런 문양을 통해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며 자신에게 감히 도전한 아라크네에게 경고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와 달리 아라크네가 짠 문양에는 유피테르, 넵투누스, 포에부스..

오비디우스/이윤기 번역, 변신이야기1, 민음사(1)

왜 그리스 로마 신화를 공부해야 하나 나이키, 베르사체, 에르메스, 스타벅스의 로고 등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목성의 위성들로 알려진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네, 우리가 흔히 듣게 되는 상표들이나 천체의 이름들은 거의 대부분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것들입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미네르바의 올빼미, 트로이의 목마 등 수많은 시사 용어들이나 무수히 많은 문학 작품이나 철학, 미술, 음악, 영화 등이 전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것들입니다. 아니, 그리스 신화가 서구의 문명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근대 이후 서양 문명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그들의 정신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프란츠 카프카/장혜경 번역, 변신, 푸른숲주니어

그는 왜 벌레로 변신했을까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는 뒤숭숭한 꿈을 꾸다가 깨어나 흉측스런 벌레로 변한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20세기 문학의 시작을 알리는 카프카의 작품 의 첫 문장을 강렬하다 못해 충격적입니다. 뒤숭숭한 꿈을 꾸다가 깨어나 보니 흉측스런 벌레로 변한 자신을 마주해야 하는 악몽 같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니요. 판타지스러운 내용이 전개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이후 전개되는 사건들은 건조함을 넘어서서 차가움마저 전달될 만큼 사실적이어서 주인공이 벌레로 변했다는 사실을 무색하게 합니다. 대체 주인공은 왜 벌레로 변신했던 것일까요? 소설의 첫 시작은 독자에게 대뜸 이런 질문을 던져 놓고 그 이유를 이야기 속에서 찾아보라고 권하고 있는 듯합니다. 우선 그레고르가 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