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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110. 비상등(초6 함단비)

비상등 초6 함단비 거센 불길에 쫓겨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LED 배경에 박혀 전세계의 건물들 문 위에서 평생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긴급상황에는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주지만 정작 자신은 그림 속 건물에 갇혀 영영 나오지 못한다. 초록색 인간의 다급함과 초조함과 공포가 위태롭게 반짝인다. 코멘트) 어느날 문득 비상등 속 초록색 인간이 눈에 띄어 한참을 생각하고 쓴 시라고 합니다. 학생은 긴급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항상 대기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그림에 갇혀 영영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숭고한 사명감과 고귀한 희생정신으로도 감출 수 없는 비극적 숙명을 읽어낸 듯합니다. 학생은 화재로 위태로운 건물 안에서 안전한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경계에 멈춰 서 있는 픽토그램 속 인..

[시쓰기] 109. 특이한 청소부(초4 함주원)

특이한 청소부 초4 함주원 아침, 점심, 저녁 하루에 세 번 머리카락에 치약 묻혀 이빨 닦아주는 청소부 아주머니 사탕과 젤리가 쓰레기를 버려도 머리카락이 빠지게 청소하니 이빨이 썩지 않네. 아무리 쓰레기를 버려도 청소부 아주머니가 있으면 썩지 않는 이빨 코멘트) 칫솔을 가만히 살펴보면 막대 끝에 촘촘히 박힌 솔들이 숱많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순간 양치질은 청소 아주머니가 머리카락에 샴푸 대신 치약을 묻혀 우리의 치아를 청결하게 하는 활동으로 돌변합니다. 물론 어린이들의 치아를 썩게 만드는 범인은 사탕과 젤리입니다. 절대, 절대로 사탕과 젤리를 즐겨 먹는 어린이들 탓이 아니고요. 그 녀석들이 입안에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기 때문에 모든 사단이 일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시쓰기] 108. 노을 식당(초4 황예린)

노을 식당 초4 황예린 둥둥 떠다니는 음식들 중 솜사탕 하나 와락 재빠르게 붙잡는다. 매워 보이는 빨간색 소스 새콤해 보이는 주황색 소스 달콤해 보이는 노란색 소스 모두 다 솜사탕에 뿌리면 노을 빛으로 물든 솜사탕이 완성된다. 솜사탕을 먹고 나면 어느새 노을 식당은 문을 닫는다. 하지만 괜찮다. 노을 식당은 내일 또 문을 여니까. 코멘트) 이 학생은 울긋불긋한 저녁 노을을 보며 맛있는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을 떠올렸습니다. 둥둥 떠다니는 솜사탕 같은 구름을 조금 뜯어내 그 위에 갖가지 빛깔의 소스를 뿌려서 완성되는 저녁 만찬. 다채로운 석양으로 양념된 그 음식의 맛은 과연 어떨까요? 아쉬운 건 이 식당이 아주 잠깐 동안만 문을 연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낙심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노을 식당은 내일 또 문..

[시쓰기] 107. 자연은 일기예보(초4 감지연)

자연은 일기예보 초4 감지연 "오늘은 내가." "그래." "그 다음은 나야." 자연의 친구들이 속닥속닥 말을 합니다. 비가 오기 전엔 구름과 바람이 모양과 느낌으로 비가 오는 걸 알려주고 무지개가 뜨기 전엔 해와 비가 나섭니다. 어디에도 자연보다 정확한 일기예보는 없습니다. 코멘트) 이 학생은 자연이 기상청보다 정확하게 날씨를 알려준다고 주장합니다. 비가 오기 전에는 구름과 바람으로 눈치를 주고, 무지개가 뜨기 전엔 해와 비가 그 사실을 미리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연이 전하는 일기예보를 알아채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엿듣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이 학생은 자연이 전하는 은밀한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가 한때는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은 퇴화된 그..

[시쓰기] 106. 저녁의 가로등(초4 오태환)

저녁의 가로등 초4 오태환 어두워진 길 위에 노란 불빛 하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은 살며시 춤을 춘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그 발걸음 위로 따뜻한 빛이 내려 앉는다. 말없이 길을 밝혀주는 가로등이, 참 멋져 보인다. 코멘트) 이 학생은 가로등이 켜진 저녁 풍경에서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요? 힘든 하루를 마치고 귀가를 서두르는 발걸음을 밝혀주는 가로등 불빛은 마치 그들의 지친 어깨를 토닥이며 따뜻한 손길로 위로하는 친절한 이웃 같습니다. 먼 곳으로 떠났다가 돌아오는 마을 어귀에 어둠을 밝히고 서 있는 가로등만 보아도 된장국을 끓여놓고 우리를 기다리시는 어머니가 계시는 집에 벌써 도착한 것마냥 가슴이 푸근해집니다. 이 학생은 아무런 내색 없이 타인들의 삶을 묵묵히 지켜주는 가로등을 보고 '참 멋져 보인..

[시쓰기] 105. 나무 한 그루(초4 오태환)

나무 한 그루 초4 오태환 길가에 나무 한 그루 햇살을 가득 담고, 바람이 불어 오면 초록잎을 흔든다. 아무 말 없이 서 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그늘을 내어 준다. 나도 누군가에게 편안한 쉼이 되고 싶다. 코멘트) 이 시를 읽으면 모든 것이 바쁘게 움직이는 도심 한가운데서 홀로 한가로이 무심한 듯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가 마음 속에 떠오릅니다. 학생의 시선은 풍경 속에 묻혀 있던 그 나무에 문득 멈추게 되었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묵묵히 그늘을 제공하는 나무의 속깊은 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선이 머물렀던 자리가 곧 깨달음의 탄생지가 된 셈입니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자신도 누군가에게 '편안한 쉼'이 되고 싶다는 소망으로 연신 내닫고 있습니다. 풍경에 대한 서정적 묘사도 훌륭하지만, 그 안..

[시쓰기] 104. 시간(초3 김명준)

시간 초3 김명준 공부할 땐 느리고 놀 땐 빠른 시간 시간도 공부를 싫어하나 보다 시간도 노는 걸 좋아하나 보다 코멘트) '시간'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의 거의 다 비슷합니다. 공부할 땐 느리지만 놀 땐 너무나 빠르다는 것. 시간이 주관적 경험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모두 아이들은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시의 새로운 점은 학생이 느꼈던 심리적 경험을 '시간'에 투사해서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만 그렇게 느꼈던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시간 자체의 성격에서 기인한 것으로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학생은 교묘히 자신에게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핑계 대기가 이 시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습니다.

동화 '반쪽이'를 읽고(초2 황서영)

주) 이미애, 반쪽이, 보림을 읽고 쓴 글입니다. 글의 주제는 "형이 되어 동생 반쪽이에게 사과하는 편지 쓰기"입니다. 미안한 큰형이 초2 황서영 안녕, 반쪽아? 나 큰형이야. 어릴 때 너를 반쪽이라고 창피해 하며 나무에 묶어서 미안해. 그리고 널 싫어하며 과거 시험에 못 가게 해서 미안해. 네가 그 때 얼마나 무서웠을지 지금에서야 깨달았어. 호랑이 굴에 갔을 땐 사실 네가 나보다 힘이 세서 질투가 나서 그랬어. 그래서 너를 죽이려 해 버렸어. 나는 너를 그 때 그렇게 괴롭힌 것이 너무나 후회돼. 네가 얼마나 상처받고 힘들었을까? 다시 한 번 미안해. 그래도 이렇게 너에게 사과할 수 있어서 좋았어. 내 사과를 받아줄래? 2026년 10월 13일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큰형이 코멘트) 동화 '반쪽이'는 선..

아이들 글자랑 2026.10.18

[시쓰기] 103. 내가 지각하는 이유(초6 함단비)

내가 지각하는 이유 초6 함단비 매일 아침 나는 엄청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죽느냐 사냐 햄릿만큼 중요한 결정 더 잘까, 말까 답을 알지만 애써 외면한다. 그리고 30분 뒤에는 나의 선택을 후회한다. 일찍 일어날 걸. 코멘트) 학창 시절 30분만 더 누워 있을까, 아닐까를 결정하는 문제는 삶과 죽음을 치열하게 고민했던 햄릿의 갈등만큼이나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였습니다. 그 30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나의 하루 전체가, 아니 나의 인생 전체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내릴 수 있는 가장 현명한 결정이 번번히 후회와 회한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이 학생 역시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잠자리에서 눈을 뜬 그 순간이 아무리 반복된다 하더라도 우리는 전날의 후회를..

[시쓰기] 102. 햇살을 먹는 방법(초6 박채원)

햇살을 먹는 방법 초6 박채원 하나, 점심 시간에 운동장으로 나간다. 둘, 가슴을 활짝 펴고 마음도 활짝 연다. 셋, 햇살을 한 줌 쥐어서 먹는다. 햐, 서늘한 바람에 잘 익은 주황빛 열매는 참 맛있다. 코멘트) 발랄하고 싱그러운 청춘의 향내가 물씬 풍기는 시입니다. 답답하던 교실에서 벗어나 넓은 운동장에서 가슴을 활짝 펴고 따스한 햇살을 한껏 들이켰던 순간의 짜릿함을 느껴보았던 때가 언제였던 가요? '서늘한 바람에 잘 익은 / 주황빛 열매'를 '한 줌 / 쥐어서' 삼켰던 순간을 다들 기억하시나요? 똑같이 따라할 수도 없고,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우쳤을 만큼 나이를 먹은 지금 제 나이를 아름답게 누리고 있는 청춘을 감탄하며 부러운 미소를 짓게 됩니다. 아, 아름다운 청춘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