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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120. 그냥 하는 거야(초6 박채원)

그냥 하는 거야 초6 박채원 아주 슬퍼서 펑펑 울고 싶을 때 해 보는 거야 펑펑 울어서 강을 만드는 거야 그리고 다리를 놓고 지나가 버리는 거야 '과거'라는 말과 함께 코멘트) 이 학생은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아주 독특합니다. 펑펑 울어서 눈물로 강을 만들고, 그 강 위로 다리를 놓은 뒤 '과거'라는 말과 함께 지나가 버리면 된다는 것입니다. 강을 이룰 만큼 커다란 슬픔을 감내할 용기도 부족하고, 그 위로 다리를 놓을 만큼 결단력도 부족한 저로서는 이 학생의 과감함과 발랄함에 그저 감탄만 했을 뿐입니다. 젊은 패기와 통통 튀는 표현력이 시 전체에 경쾌한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습니다. 이 학생의 시는 권투로 치자면 온몸에 힘을 빼고 춤을 추듯 가벼운 스텝을 밟으며 상..

[시쓰기] 119. 쓸모없는 것은 없다(초4 안하은)

쓸모없는 것은 없다 초4 안하은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대요.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물건도 이 세상의 생명도 모두 소중해요. 딱 하나 빼고요. 바로 우리가 가지는 나쁜 마음이요. 나쁜 마음이 점점 커지다 전쟁과 싸움을 불러 일으켜요. 쓸모없는 것이 없는 세상을 만드려면 나쁜 마음을 없애야 해요. 코멘트) 이 학생은 어디선가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말을 들었나 봅니다. 사소해 보이는 물건도 하찮게 여기는 생명체도 다들 이 세상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기에 쓸모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은 이 주장에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반박합니다. 딱 하나 쓸모없는 것이 있다고. 그것은 바로 우리가 지닌 '나쁜 마음'이라고. 학생은 나쁜 마음 때문에 싸움이나 전쟁이 일어나고, 그로 인..

[시쓰기] 118. 하늘을 보며(초4 오태환)

하늘을 보며 초4 오태환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솜사탕처럼 하얗게 흘러가고 나무 위 작은 참새는 맑은 노래를 부른다. 햇살은 길 위에 내려앉고 바람은 나뭇잎을 흔든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보니 내 마음에도 여유가 흐른다. 코멘트) 시는 가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작은 것들에 눈길이 멈추었을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흘러가는 흰 구름, 재잘거리는 참새의 노래 소리, 길 위에 조용히 내려앉은 따스한 햇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시선을 통해 시인의 마음 속으로 흘러 들어옵니다. 하지만 정작 시인의 마음 속에서 차고 넘치는 것은 번잡한 사물들이 아니라 '여유'였습니다. 주변의 사물들을 세심히 관찰하고, 그것들에서 '여유'라는 단어를 끄집어낸 시적 성찰이 놀랍기만 합니다. 사실 학생이 ..

[시쓰기] 117. 내가 작아질 때마다(초4 감지연)

내가 작아질 때마다 초4 감지연 하얀 종이에 얼룩진 부끄러운 낙서와 새까만 실수들 "괜찮아, 내가 지워줄게." 온몸으로 종이 위를 구르고 나면 내 몸은 하얗게 깎여 나가고 검은 실수가 나한테 돌아오지만 실수없이 깔끔한 종이를 보면 기분이 좋다. 내 실수가 아닌데도 자꾸만 지워야 해서 내가 작아질 때마다 슬퍼하기보다는 연필의 실수가 그만큼 가벼워졌기를 남은 몸으로 조용히 바랄 뿐이다. 코멘트) 아이들의 시 속엔 그들이 자주 접하게 되는 사물들이 시적 소재로 즐겨 등장합니다. 이 시 역시 지우개에 감정이입해서 사연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시에서 지우개는 자신의 실수가 아닌데도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라도 만회하고 마는 믿음직한 친구로 등장합니다. 심지어 자신이 깎여나가 작아지더라도 친구의 실수가 그만큼 가벼..

[시쓰기] 116. 몽당연필(초4 선한비)

몽당연필 초4 선한비 필통을 뚫을 것만 같았던 내 연필이 샛노란 색깔의 몸으로 새빨간 지우개와 늘 어디서나 같이다니던 내 연필이 언제가부터 슬슬 작아지더니 연필깎이에도 안 들어가더니 지우개보다도 짦아지더니 빨간 지우개도 사라지더니 이젠 간이 연필깎이로만 깎이더니 내 손 안으로 쏙 들어가더니 내 연필이 어느새 몽당연필이 되었네. 코멘트) 아끼던 연필이 순식간에 몽당연필이 되어 사라진 슬픔을 노래한 시입니다. 1연은 한창 콧대 높았던 초창기의 연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새빨간 지우개와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었던 샛노란 연필의 혈기왕성했던 시절이 보이는 듯합니다. 하지만 반복되고 있는 '내 연필이'라는 구절에는 찬란했던 그 시절을 떠올릴수록 상실감만 더 커지는 시인의 고통과 슬픔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이어지..

[시쓰기] 115. 커다란 시계(초4 박서연)

커다란 시계 초4 박서연 엄청나게 작아 보이지만 공부하려고 집중을 하면 들리는 소리 짹각짹각 언제나 내 집중력을 흐트리지. 엄청나게 작아 보이지만 집중하려고 다짐하면 들리는 소리 똑딱똑딱 언제나 내 생각을 무너트리지. 코멘트) 간만에 공부 좀 해보겠다고 큰 결심을 하고 책상에 앉으면 어김없이 들리는 작은 시계 소리에 신경이 거슬렸던 경험을 다들 해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학생 역시 바로 그 경험을 시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학생의 집중력을 무너트린 시계의 실제 크기는 매우 작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제목을 '커다란 시계'라고 붙인 까닭은 그 자그마한 시계가 자신의 대단한 결심을 쉽게 허물 만큼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시의 제목은 '작은 거인'이란 표현처럼 일종의..

[시쓰기] 114. 공사(초4 황예린)

공사 초4 황예린 드르르륵 쾅쾅 와장창 쨍그랑 불이 난 것도 아니고 허리케인이 지나간 것도 아니고 접시가 제멋대로 움직이다 떨어져서 깨진 것도 아닌데 오늘도 쉴새 없이 일하는 트럭들, 포크레인들 마치 성을 감싸고 있는 것 같은 하얀색 벽과 그 안에 모래와 흙먼지밖에 없는 완성되지 않은 초라한 성 언제나 드르륵 드르륵 쾅쾅 쿵쿵 코멘트) 학생이 공사 현장을 지나가다 느낀 점을 쓴 시입니다. 이 학생은 공사 현장의 소음을 듣고 붐비는 화재 사건 현장, 모든 것을 파괴하는 허리케인, 제멋대로 깨진 접시 등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공사 현장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하얀색 벽을 보고 일종의 성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성은 동화 속 왕자님이 사는 멋진 궁전이 아니라 '모래와 흙먼지밖에 없는' 초라한 성일 ..

[시쓰기] 113. 필통 열매(초3 김찬우)

필통 열매 초3 김찬우 진한 필통 껍질 속에 딱딱한 알맹이가 들어 있고 알맹이 안에는 말랑한 씨가 들어 있고, 그 씨는 모든 걸 지운다. 코멘트) 이 학생은 필통을 일종의 열매라고 상상합니다. 그래서 필통의 껍질 안에는 연필이 단단한 알맹이처럼 들어 있고, 연필 끝에 매달린 자그마한 지우개는 씨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열매의 씨앗은 그 식물을 다시 복원할 수 있는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는 반면, 이 시에서 필통의 씨앗인 지우개는 모든 것을 지울 수 있는 파괴적 힘을 지닌 존재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우개는 잘못 쓴 글씨, 잘못 그린 선을 지워서 다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종이를 복원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우개 역시 열매의 씨앗과 마찬가..

[시쓰기] 112. 그림(초3 김명준)

그림 초3 김명준 이른 아침에 연필이 먼저 스케치를 하고 그 다음 네임펜이 일어나 테두리를 진하게 그린다. 점심을 먹고 온 지욱가 연필을 싹싹 지우고 저녁 시간엔 색연필 가족들이 색을 완성하면 드디어 그림 완성 코멘트) 이 학생은 한편의 그림이 완성되는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고 있습니다. 일찍 일어난 연필이 스케치해 놓은 것에 네임펜이 진하게 테두리를 그리고, 점심을 먹고 온 지우개가 연필이 그려 놓은 것을 수정을 하면, 저녁 때 색연필 가족이 모여서 그림을 완성하게 됩니다. 그림을 그리는 도구들에게 각기 걸맞는 인격과 역할을 부여하고, 그것들이 서로 협력하여 한 편의 그림이 완성되는 과정이 재치있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시쓰기] 111. 바다(초2 황서영)

바다 초2 황서영 푸른 하늘 아래 푸른 바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 쏴아아 쏴아아 바다가 노래를 부르나? 찰싹찰싹 철썩철썩 파도가 놀자며 다가오고 반짝 반짝 반짝 별 같은 윤슬도 보이고 뉘엿뉘엿 저녁 되면 해가 바다에 들어가네 아름답고 신나는 바다 코멘트) 이 학생은 바다의 다채로운 모습을 감각적으로 포착해 시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 푸른 바다'라는 구절은 하늘과 바다가 푸른 빛으로 하나가 되어 서로 구분할 수 없을 지경이 된 거대한 풍경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거대한 푸르른 세상은 이 어린 시인에게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거리낌없이 다가와 장난을 치며 말을 건내는 친근한 친구일 뿐입니다. 그래서 넘실대는 파도와 놀기도 하고, 반짝이는 윤슬에 감탄하기도 합니다. 저녁이 되어 뉘엿뉘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