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심혜나
한적했던 마을에
큰 벽이 생겼다.
어느 날은 큰 기차가 그 벽을 넘어
마을로 들어섰다.
기차에선 많은 사람들이 내렸고
모두들 눈시울이 붉어지도록 울어대며
서로를 껴 안았다.
그때 누군가 다가왔다.
이상하게도 낯이 익었다.
바로 우리 집 식탁 위에 올려져 있던
액자 속 주인공
그 사진엔 우리 가족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또 그 벽은
굳게 닫혀 버렸다.
시인의 말) 이 시의 주인공은 이산가족인가 봅니다. 비무장지대라는 벽을 뚫고 가족을 다시 만났지만, 그 벽은 또 굳게 닫혀 버립니다. 지금도 남과 북은 가운데에 벽을 두고 서로를 외면합니다. 그 중엔 떨어진 가족들이 수도 없이 보입니다. 서로를 애타게 기다리다가 결국 우리는 그 상대를 잊어버리게 됩니다. 이 시의 주인공도 자신의 가족을 잊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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