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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홍길동전

의 저자는 누가인가 '홍길동'은 공문서의 견본용 이름으로 널리 사용될 만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이름입니다. 이 이름의 주인공은 조선 광해군 때 활동했던 허균이 쓴 '최초의 한글소설'인 에서 유래한다고 배웠습니다. '홍길동'이란 이름이 이토록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서자라는 신분의 한계를 딛고 힘없고 가난한 백성들을 구원한 '의적'이었다는 사실도 포함될 것입니다. 영국의 '로빈 후드'나 중국의 '수호지' 같이 부패한 정치 권력과 탐관오리들의 횡포에 맞서 싸우는 '정의로운 도둑' 이야기는 백성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서 언제나 큰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홍길동전'의 주인공은 허구의 창작물이 아니라 역사적 실존인물을 모델로 한 것입니다. 그는 1500년(연산군 6년) 무..

현진건, 운수 좋은 날, 사피엔스21

김첨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1924)은 일제 강점기 하층민의 비극적 삶을 탁월한 기법으로 묘사해서 전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한국의 대표적 단편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 인력거꾼 김첨지라고 알고 있지만 정작 그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는 '나이 많은 남자를 낮춰 부르는 호칭'인 첨지라 불릴 뿐 그의 실명이 알려진 바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김첨지는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조선의 민초들을 대표하는 인물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이름도 얼굴도 없이 살아야 했던 그 인물에게 정당한 이름과 구체적 얼굴을 되찾아주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우선 김첨지는 동소문(현재의 혜화문..

노양근, 날아다니는 사람

일제 시대 아이들은 무엇을 꿈꾸었을까 '날아다니는 사람'은 작가 노양근이 1936년에 발표한 동화입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00년 전에 쓰여진 동화라고 하면 아이들이 깜짝 놀랍니다. 오래 전에 사용된 한국어로 쓴 책을 자신들이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 때나 지금이나 학생들의 학교 생활이 비슷하다는 점에 신기해 합니다. 작품이 발표된 시기에 한국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물으면 6.25 전쟁 중이었다고 대답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일제강점기였다고 정확히 대답하는 아이들도 항상 나타납니다. 그런데 일제 식민지 치하에 살았던 아이들은 어떤 장래희망을 꿈꾸었을까요? 동화에서 교장 선생님이 조회시간에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이 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이들은 '도지사, 교장 선생님, 경찰, 군수..

동시 잘 쓰는 법

왜 동시를 쓰는가 앤 파인의 책 을 읽고 진행된 3학년 수업에서 흥미로운 글을 쓴 학생이 있었습니다. '나만의 비법'을 소개하라는 글을 쓰라고 했을 때, 그 학생은 '동시 잘 쓰는 법'에 대해 썼습니다. 그 글이 흥미로운 건 저학년 학생들이 동시나 동시 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학생은 이미 2학년 때 동시 쓰기 수업을 통해 다양한 시를 써 왔습니다. 동시 쓰기는 학년 별로 일시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 이 학생은 3학년이 되어 더 이상 동시 쓰기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학생이 쓴 글은 평소에 동시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시 쓰기 수업에서 동시를 어떻게 쓰라고 지시하거나 동시를 쓰면 무엇이 좋아진다고 가르친 적이 없..

후루타 다루히/윤정주 번역, 숙제 주식회사, 우리교육

아이들은 왜 숙제 주식회사를 만들었을까? 다케시네 집에 모여 숙제를 하던 아이들은 이웃집 데루 형이 천만 엔을 받고 프로야구 구단에 입단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미쓰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언니가 한 달에 2만5천 엔을 받는다며 공부가 다 무슨 소용이냐며 한숨을 쉽니다. 다른 아이들도 그 말에 동조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2천 5천 엔을 받고 야구만 하고 천만 엔을 번다면 공부하는 게 정말 바보 같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때 다케시가 친구들에게 10엔만 내면 숙제를 대신 해 주는 회사를 제안하고 친구들과 함께 '숙제 주식회사'를 설립하게 됩니다. 1966년에 처음으로 출간된 이 책은 무려 50여년 전에 쓰여졌지만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한국의 어린이들은 그 당시 일본의 어린이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치..

앤 파인/윤재정 번역, 삐뚤빼뚤 쓰는 법, 논장

'삐딱이'와 '열등생'의 기묘한 우정 제목만 보면 이 책은 아이들한테 '삐뚤빼뚤 쓰는 법'을 가르쳐 주는 이상한 내용을 다루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실제로 이 책에는 '지렁이 글씨의 일인자' 조 가드너가 등장합니다. 어떤 글자도 두 번 다시 똑같이 쓰는 법이 없는 조는 지독한 악필에 수학이나 체육에도 젬병인 열등생입니다. 선생님조차 포기한 듯한 조에게 어느 날 갑자기 미국에서 전학온 '삐딱이' 친구 체스터 하워드가 나타납니다. 엄마의 직장 때문에 "세서미스트리트를 보는 것보다 더 자주 학교를 옮겨" 다녀야했던 체스터는 무엇이든 삐딱하고 시니컬한 태도로 대하는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서로 상극일 것만 같은 그 둘이 짝꿍이 되면서 서로의 장점을 이끌어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충분히 예측..

그림 형제/고우리 번역, 브레멘 음악대

동화 혹은 메르헨 나폴레옹이 독일 지역을 침량해 점령하자 독일인들 사이에서는 민족적 저항 의식이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은 나폴레옹으로부터 굴욕을 당한 이유가 국가가 분열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독일 민족을 통일시키기 위해 게르만 민족의 역사, 신화, 전설, 민담 등을 열정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야콥과 빌헬름이란 이름을 지닌 그림 가문의 두 형제는 기꺼이 이런 흐름에 동참해서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민간 설화를 모아서 1812년 이란 책을 출간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림 형제의 동화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동화'로 알고 있는 독일어 '메르헨(Märchen)'은 옛이야기, 민담, 전래 동화 등으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그림 형제가 수집한 원래 이야기들은 독일 민..

백석, 개구리네 한솥밥,보림

시로 쓴 동화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1938)로 유명한 시인 백석(1912~1996)은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시'를 남겼습니다. '동화'와 '시'가 결합된 '동화시'는 러시아 아동문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러시아 시인 사무일 마르샤크(1887~1964)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백석은 1955년 마르샤크의 을 번역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2년 뒤인 1957년 백석은 창작 동화시집 를 출간했는데, 이곳에 실린 작품들은 마르샤크의 작품과 많은 유사성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태어와 의성어의 쓰임, 각운과 압운의 적절한 사용, 반복과 병렬의 구조 등이 그렇습니다.(기사, 60년만에 처음 만나는 백석 시의 고향) 아이들에게 실제로 작품을 읽혀 보면 독특한 시적 장치들에 관..

트리나 폴러스/김석희 번역, 꽃들에게 희망을, 시공주니어

다가오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친구와 약속을 잡기 위해 집으로 전화를 걸거나 공중전화로 친구의 '삐삐(페이저)'에 음성 메시지를 남겨 놓아야 했습니다. 소풍이나 여행을 가서 추억을 남기기 위해 필름을 사고 값비싼 사진기를 들고 다녀야 했습니다. 그리고 촬영된 필름을 사진관에 맡겨서 인화를 해야만 했습니다. 어디 이것뿐인가요. 신나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노래가 저장된 카세트 테이프나 시디(CD)를 가지고 가서 워크맨이나 시디플레이어에 재생시켜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작업들을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전부 해결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스마트폰은 그 전에는 불가능했던 일들을 가능하게 해 주었고, 과거에는 없었던 수많은 직업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

로버트 뉴턴 펙/김옥수 번역,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사계절

아버지의 냄새 어린 시절 밤 늦게 붉게 취한 얼굴로 한 손에는 치킨을 사들고 귀가해서 이제 막 잠이 든 내 뺨을 수염이 까칠하게 돋아난 턱으로 부비시던 아빠에게선 역겨운 술냄새와 발 고린내가 진동했습니다. 엄마의 화사한 화장품 냄새나 향긋한 샴프 향기와는 확실히 다른 거칠고 고약한 냄새의 소유자로 아버지는 제 어린 시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12살 로버트의 아빠 헤븐 펙에게선 깨끗하게 목욕을 하고 좋은 옷으로 갈아 입고 교회를 가는 일요일을 제외하곤 항상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아주 퀴퀴한 냄새"가 났습니다. 그는 돼지를 도살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그의 엄마는 아들에게 그 냄새를 "열심히 일한 냄새"라고 설명할 만큼 지혜롭고 현명했습니다. 요즘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