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별 책읽기/2학년 10

미샤 다미안/최권행, 아툭, 한마당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다 소중하게 생각한 것을 잃어버린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해외로 출장을 다녀온 아버지가 선물해주신 값비싼 만년필이나 사랑하는 연인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목걸이 같은 물건에서부터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조부모님이나 교통 사고로 목숨을 잃은 친구 같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살면서 하게 되는 가슴 아픈 상실의 경험은 그 누구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상실과 결핍으로 인해 한동안 슬픔에 빠지게 되지만 결국은 그것을 이겨내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게 됩니다. 아무리 상실의 아픔이 크다 해도 애도의 과정을 거치며 서서히 상처가 아물고, 우리는 또 다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상실의 고통을 처음으로 겪게 되는 아이들은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게 될까요? 만약 그들이 물건이 사..

이상, 황소와 도깨비

'황소와 도깨비'는 누가 쓴 동화인가? 지금까지 '황소와 도깨비'는 와 로 유명한 천재 시인 이상이 쓴 유일한 동화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근대 동화 연구자인 김영순 씨는 이 동화가 이상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에 따르면 1937년 에 연재된 '황소와 도깨비'는 그보다 13년 전인 1924년 일본 아동문예지 「아까이토」에 처음 발표된 일본작가 토요시마 요시오(豊島與志雄)의 동화 '천하제일의 말'을 번안한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두 작품을 비교했을 때 줄거리, 구성, 전개 방식, 어휘 등이 상당히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더 나아가 김씨는 '황소와 도깨비'가 이상이 쓴 작품이 아닐 수도 있다고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상의 글쓰기 특징인 "도시스런 매개어의 사용"과 작품의 산골이미..

차오원쉬엔/신순항 번역, 우로마, 책읽는곰

부모의 기대가 어린 영혼을 잠식하다 누구나 어릴 적에는 멋지게 성장한 미래의 자신을 상상해 보곤 합니다. 자신 앞에 아무 것도 그려넣지 않은 순백의 캔버스가 펼쳐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그 캔버스에 그려진 자신의 모습을 확인해 보면 어린 시절 꿈꾸던 자신과 얼마나 닮아 있던가요? 동화 속 주인공인 우로의 아빠도 어린 시절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에선 포목점 주인으로 생계를 이어갑니다. 우로의 아빠는 포목점 주인이란 자화상에 만족했을까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빠는 미술에 소질있는 딸 우로가 무척이나 자랑스럽습니다. 그래서 우로에게 이름난 화가 선생님을 붙여 가르치고, 최고급 캔버스를 마련해 줍니다. 마치 자신의 못 이룬 꿈을 우로를 통해 대신 이루려 하는 듯이. 그..

소중애,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비룡소

왜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는 여전히 기억될까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드셀라 구름 위 허리케인에 담벼락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어디선가 들어봤을 유행어입니다. '수한무'는 수명이 끝이 없다는 뜻입니다. '거북이와 두루미'는 십장생(十長生)의 일원으로 불로장생을 뜻합니다. '삼천갑자 동방삭'은 한무제 때 사람으로 삼천갑자(三千甲子) 즉 18만 년을 살았다는 전설 속 인물입니다.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고 설정된 가상의 인물이고, '워리워리 세르리깡'은 그가 복용했다는 약초입니다. '무두셀라'는 성경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고 알려진 인물로 무려 969세까지 장..

권정생, 새들은 날 수 있었습니다

혼자 책을 읽을 수 있는 근력 키우기 새들은 날 수 없었습니다. 지배자인 허수아비들이 날개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켰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날아보고 싶다'라고 말만 해도 붙잡혀가 날개가 잘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아기 제비에게 옆집 할아버지 제비는 좋은 생각을 가르쳐 줍니다. 다 같이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면 된다고. 용감한 어린 새들이 먼저 날아오르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새들도 함께 날아오르며 마침내 모든 새들은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게 됩니다. 성인들은 비교적 쉽게 이 동화가 전하고 싶은 주제가 무엇인지 이해합니다. 어린 독자들은 새들이 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 수업을 진행할 때, 어른의 ..

이규희,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보림

호랑이는 무엇이었을까? 을 쓴 한국계 여성 작가 태 켈러는 어릴 적 할머니로부터 호랑이가 등장하는 옛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고 합니다. 한국의 전래 동화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 넣어 창작한 이 책으로 그녀는 2021년 미국의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그녀의 문화적 정체성이자 해방된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동시에 상징하고 있습니다. 태 켈러의 사례는 왜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같은 전래동화를 반복해서 읽혀야 하는가에 대한 훌륭한 답변이 될 수 있습니다. 비록 이야기를 듣는 순간에는 깨닫지 못하더라도 마음에 간직된 이야기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함께 자라나 그 아이의 영혼을 든든하게 지탱해주는 뿌리가 되어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

이미애, 반쪽이, 보림

왜 '반쪽이'일까? 반쪽이는 한국 전래 동화에서 매우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눈도 하나, 귀도 하나, 다리도 하나, 입도 반쪽, 코도 반쪽인 독특한 외형은 조금은 기괴하기도 하고 뭔가 짠한 감정이 들게도 합니다. 늙도록 자식이 없던 여인이 백 일이나 신령님한테 빌고 또 빌어 어렵게 태어난 아이가 그러했으니 그 어미의 심정은 어떠했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불완전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반쪽이를 흐뭇하게 기억하는 까닭은 그가 자신의 타고난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밝고 씩씩한 성격으로 그것을 이겨냈기 때문입니다. 반쪽이의 이러한 불완전성은 '장애'의 징표도 읽을 수 있지만, 어린 아이의 '미숙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반쪽이가 형제들 중 막내인 것도 그런 불완전성을 상기시킵니다. 현실에서 막내는 다른 형제들보다..

프란치스카 비어만/김경연 번역, 책 먹는 여우, 주니어김영사

여우의 책 먹기 이 책에 등장하는 여우 아저씨는 책을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그런데 책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는 책에 소금과 후추까지 뿌려가며 집어 삼킵니다. 그에게 책은 비유적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일용할 양식입니다. 그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킁킁 냄새도 맡고, 쪽쪽 핥아도 보고, 번개처럼 빠르게 소금과 후추 병을 꺼내 톡톡 양념을 치고, 덮석 책을 베어 물고 꼭꼭 씹어 먹습니다. 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은 '마음의 양식'인 책을 축어적으로 해석해서 독서에 대한 유머러스한 동화를 창작해 냈습니다. 즉, 주인공 여우에게 책 읽기는 책 먹기로 이해되는 활동입니다. 독서를 육체적 활동으로 표현하자 오히려 독서가 우리에게 지닌 의미가 보다 구체적으로 다가옵니다. 육체를 지탱하기..

사라 스튜어트/이복희 번역, 리디아의 정원, 시공주니어

행복을 가꾸는 아이 정원일에 관심이 많은 리디아는 아버지의 실업으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혼자 기차를 타고 외삼촌 댁으로 보내집니다. 외삼촌은 도시에서 빵 가게를 운영하는데, 잘 웃지 않는 무뚝뚝한 분입니다. 과연 리디아는 그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1998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한 소녀의 씩씩한 홀로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낯선 환경에 던져졌어도 본인만의 무기로 주변을 화사하게 변화시켜 나가는 리디아는 참으로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은 낯선 사람들과도 금방 사귈 수 있는 놀라운 친화력입니다. 그리고 웃음이 부족한 삼촌의 마음에 들기 위해 그녀가 잘 하지 못하는 것을 억지로 하는 대신 그녀가 가장 잘 하고 가장 좋아하는 꽃 심기에 최선을 다 합니다..

엮은이 임어진, 설문대 할망, 해와나무

한국의 거인 신화 세계의 신화에는 다양한 거인들이 등장합니다. 그리스 신화의 크로노스나 사이클롭스, 중국의 반고, 그리고 성경 속 골리앗 등이 대표적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거인'하면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속 거인들이나 하야오의 '월령공주' 속 데이다라봇치 등을 떠올리곤 합니다. 우리나라의 신화와 전설 속에는 거인이 없을까 고민하다 찾아낸 것이 마고 할미와 설문대 할망입니다. 마고 할미는 카오스 상태에서 해와 달도 만들고, 산과 강도 빚어낸다는 점에서 태초의 창조신에 가깝습니다. 설문대 할망은 제주도를 만들었다고 알려진 거인형 여신입니다. 설문대 할망은 제주라는 섬을 창조하고, 비나 바람 같은 온갖 자연현상을 유발시킨다는 점에서 제주의 자연이 의인화된 존재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또다른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