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별 책읽기/2학년 13

그림 형제/고우리 번역, 브레멘 음악대

동화 혹은 메르헨 나폴레옹이 독일 지역을 침량해 점령하자 독일인들 사이에서는 민족적 저항 의식이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은 나폴레옹으로부터 굴욕을 당한 이유가 국가가 분열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독일 민족을 통일시키기 위해 게르만 민족의 역사, 신화, 전설, 민담 등을 열정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야콥과 빌헬름이란 이름을 지닌 그림 가문의 두 형제는 기꺼이 이런 흐름에 동참해서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민간 설화를 모아서 1812년 이란 책을 출간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림 형제의 동화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동화'로 알고 있는 독일어 '메르헨(Märchen)'은 옛이야기, 민담, 전래 동화 등으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그림 형제가 수집한 원래 이야기들은 독일 민..

백석, 개구리네 한솥밥,보림

시로 쓴 동화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1938)로 유명한 시인 백석(1912~1996)은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시'를 남겼습니다. '동화'와 '시'가 결합된 '동화시'는 러시아 아동문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러시아 시인 사무일 마르샤크(1887~1964)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백석은 1955년 마르샤크의 을 번역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2년 뒤인 1957년 백석은 창작 동화시집 를 출간했는데, 이곳에 실린 작품들은 마르샤크의 작품과 많은 유사성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태어와 의성어의 쓰임, 각운과 압운의 적절한 사용, 반복과 병렬의 구조 등이 그렇습니다.(기사, 60년만에 처음 만나는 백석 시의 고향) 아이들에게 실제로 작품을 읽혀 보면 독특한 시적 장치들에 관..

임정진, 혹부리 영감, 비룡소

누구나 저마다의 혹을 달고 있다 호리병박보다 더 큰 혹을 달고 있는 영감이 두 명이나 있었습니다. 멀리서도 잘 보일 만큼 무지무지 큰 혹을 덜렁거리는 두 혹부리의 겉모습은 매우 비슷했지만 사람들의 평가는 아주 딴판이었습니다. "윗마을 혹부리는 심통만 부리니 심통 혹"이라 불렸지만, "아랫마을 혹부리는 노래를 잘하니 노래 혹"이라 불렸습니다. 같은 혹이었지만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던 것일까요? 사람들은 함께 모여서 일할 때 새참보다도 혹부리 영감의 흥겨운 노래를 더 필요로 했습니다. 그들에게 영감의 노래는 육체적 고통과 지루함을 달램으로써 노동의 능률을 높이고 노동의 피로를 덜어주는 신비한 힘을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랫마을 혹부리의 혹은 그의 뛰어난 가창력의 원천으로 인식되어 '노래 혹'으로 ..

미샤 다미안/최권행, 아툭, 한마당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다 소중하게 생각한 것을 잃어버린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해외로 출장을 다녀온 아버지가 선물해주신 값비싼 만년필이나 사랑하는 연인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목걸이 같은 물건에서부터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조부모님이나 교통 사고로 목숨을 잃은 친구 같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살면서 하게 되는 가슴 아픈 상실의 경험은 그 누구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상실과 결핍으로 인해 한동안 슬픔에 빠지게 되지만 결국은 그것을 이겨내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게 됩니다. 아무리 상실의 아픔이 크다 해도 애도의 과정을 거치며 서서히 상처가 아물고, 우리는 또 다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상실의 고통을 처음으로 겪게 되는 아이들은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게 될까요? 만약 그들이 물건이 사..

이상, 황소와 도깨비

'황소와 도깨비'는 누가 쓴 동화인가? 지금까지 '황소와 도깨비'는 와 로 유명한 천재 시인 이상이 쓴 유일한 동화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근대 동화 연구자인 김영순 씨는 이 동화가 이상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에 따르면 1937년 에 연재된 '황소와 도깨비'는 그보다 13년 전인 1924년 일본 아동문예지 「아까이토」에 처음 발표된 일본작가 토요시마 요시오(豊島與志雄)의 동화 '천하제일의 말'을 번안한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두 작품을 비교했을 때 줄거리, 구성, 전개 방식, 어휘 등이 상당히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더 나아가 김씨는 '황소와 도깨비'가 이상이 쓴 작품이 아닐 수도 있다고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상의 글쓰기 특징인 "도시스런 매개어의 사용"과 작품의 산골이미..

차오원쉬엔/신순항 번역, 우로마, 책읽는곰

부모의 기대가 어린 영혼을 잠식하다 누구나 어릴 적에는 멋지게 성장한 미래의 자신을 상상해 보곤 합니다. 자신 앞에 아무 것도 그려넣지 않은 순백의 캔버스가 펼쳐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그 캔버스에 그려진 자신의 모습을 확인해 보면 어린 시절 꿈꾸던 자신과 얼마나 닮아 있던가요? 동화 속 주인공인 우로의 아빠도 어린 시절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에선 포목점 주인으로 생계를 이어갑니다. 우로의 아빠는 포목점 주인이란 자화상에 만족했을까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빠는 미술에 소질있는 딸 우로가 무척이나 자랑스럽습니다. 그래서 우로에게 이름난 화가 선생님을 붙여 가르치고, 최고급 캔버스를 마련해 줍니다. 마치 자신의 못 이룬 꿈을 우로를 통해 대신 이루려 하는 듯이. 그..

소중애,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비룡소

왜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는 여전히 기억될까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드셀라 구름 위 허리케인에 담벼락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어디선가 들어봤을 유행어입니다. '수한무'는 수명이 끝이 없다는 뜻입니다. '거북이와 두루미'는 십장생(十長生)의 일원으로 불로장생을 뜻합니다. '삼천갑자 동방삭'은 한무제 때 사람으로 삼천갑자(三千甲子) 즉 18만 년을 살았다는 전설 속 인물입니다.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고 설정된 가상의 인물이고, '워리워리 세르리깡'은 그가 복용했다는 약초입니다. '무두셀라'는 성경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고 알려진 인물로 무려 969세까지 장..

권정생, 새들은 날 수 있었습니다

혼자 책을 읽을 수 있는 근력 키우기 새들은 날 수 없었습니다. 지배자인 허수아비들이 날개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켰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날아보고 싶다'라고 말만 해도 붙잡혀가 날개가 잘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아기 제비에게 옆집 할아버지 제비는 좋은 생각을 가르쳐 줍니다. 다 같이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면 된다고. 용감한 어린 새들이 먼저 날아오르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새들도 함께 날아오르며 마침내 모든 새들은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게 됩니다. 성인들은 비교적 쉽게 이 동화가 전하고 싶은 주제가 무엇인지 이해합니다. 어린 독자들은 새들이 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 수업을 진행할 때, 어른의 ..

이규희,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보림

호랑이는 무엇이었을까? 을 쓴 한국계 여성 작가 태 켈러는 어릴 적 할머니로부터 호랑이가 등장하는 옛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고 합니다. 한국의 전래 동화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 넣어 창작한 이 책으로 그녀는 2021년 미국의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그녀의 문화적 정체성이자 해방된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동시에 상징하고 있습니다. 태 켈러의 사례는 왜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같은 전래동화를 반복해서 읽혀야 하는가에 대한 훌륭한 답변이 될 수 있습니다. 비록 이야기를 듣는 순간에는 깨닫지 못하더라도 마음에 간직된 이야기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함께 자라나 그 아이의 영혼을 든든하게 지탱해주는 뿌리가 되어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

이미애, 반쪽이, 보림

왜 '반쪽이'일까? 반쪽이는 한국 전래 동화에서 매우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눈도 하나, 귀도 하나, 다리도 하나, 입도 반쪽, 코도 반쪽인 독특한 외형은 조금은 기괴하기도 하고 뭔가 짠한 감정이 들게도 합니다. 늙도록 자식이 없던 여인이 백 일이나 신령님한테 빌고 또 빌어 어렵게 태어난 아이가 그러했으니 그 어미의 심정은 어떠했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불완전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반쪽이를 흐뭇하게 기억하는 까닭은 그가 자신의 타고난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밝고 씩씩한 성격으로 그것을 이겨냈기 때문입니다. 반쪽이의 이러한 불완전성은 '장애'의 징표도 읽을 수 있지만, 어린 아이의 '미숙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반쪽이가 형제들 중 막내인 것도 그런 불완전성을 상기시킵니다. 현실에서 막내는 다른 형제들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