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별 책읽기/3학년 13

아스트리드 린드그렌/햇살과나무꾼 번역, 에밀은 사고뭉치, 논장

'좋은 동화'는 '좋은 문학'이어야 한다 소설가 한강은 자신에게 영감을 준 작가들 중 한 명으로 스웨덴의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인간과 삶, 죽음에 대한 의문을 과 연관지을 수 있었다."면서도 “그(린드그렌)가 내 어린시절에 영감을 준 유일한 작가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스웨덴의 노벨위원회에 대한 인사치레로 한 말이었겠으나 동화가 한 명의 위대한 영혼을 탄생시키는데 커다란 자양분이 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동화는 어린이나 읽는 수준 낮은 문학으로 폄하되곤 합니다. 어려운 글로 쓴 소설에 비해 쉬운 글로 쓰여져 있고, 어른의 눈으로 볼 때 유치하고 장난스럽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나 그들의 삶과 동떨어진 작품..

러셀 에릭슨/햇살과나무꾼 번역, 화요일의 두꺼비, 사계절

우정은 어떻게 가능할까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우정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친구 간의 상호 선의에서 안식을 얻지 못하는 삶이 어떻게 살 만한 가치가 있겠는가?" 자신의 답답한 속내를 마음껏 꺼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단 한 명도 없다면 그런 인생만큼 비참한 삶도 없을 것입니다. 내가 누리는 영광을 함께 기뻐해줄 누군가가 없다면 그 행복은 곧 빛을 바랄 것이며, 내가 겪는 고통을 더 괴로워하는 사람이 곁에 없다면 그 불운은 정말로 견디기 어려운 것이 될 것입니다.(키케로/천병희 번역,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도서출판 숲) 그래서 키케로는 우정을 신들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리아 칭송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의 인생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는 우정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서로의 출신이..

데이비드 위즈너, 시간 상자, 배틀북

글 없는 그림책 데이비드 위즈너는 뉴베리 상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아동문학상인 칼데콧상을 여섯 번이나 수상할 만큼 뛰어난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그는 26년간 단 한 줄의 글도 쓰여있지 않은 그림책을 선보였지만 매번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를 펼쳐 보이며 독자들을 압도해 왔습니다. 비록 아무런 글자도 없지만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충격적일 만큼 초현실적인 그의 그림책을 넘기다 보면 머리 속에서 작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떠오르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위즈너의 작품은 진정한 의미의 '그림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글 없는 그림책을 읽을 때는 아동이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보도록 권해야 합니다.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서 벌어지..

방정환, 만년샤쓰, 보물창고

100년 전 어린이들은 어떻게 살았나 고등보통학교(일제 강점기에 설치된 중등교육기관)에 다니는 한창남은 반에서 제일 인기 좋은 쾌활한 소년이었습니다. 우스운 말도 잘할 뿐 아니라 비행가 같이 시원스럽고 유쾌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비행가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 해어진 모자나 궁둥이에 조각조각 기워진 양복바지를 입고 다니는 것을 보면 집안이 구차한 것도 같지만 그의 집안 사정에 대해 아는 사람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십 리 밖에서 학교를 다녀서 그가 정확히 어디에 사는 지 알지도 못할 뿐더러 창남이는 자기 집안일이나 신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살이 터지게 추운 날 체조 선생님은 양복저고리를 벗고 셔츠만 입으라고 명령을 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까지 벗었는데 창남이만 옷..

미야자와 겐지/햇살과나무꾼 번역, 첼로 켜는 고슈

고슈는 어떻게 훌륭한 첼로 연주자가 되었나 고슈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샛별 음악단'에 소속된 첼로 연주자입니다. 그런데 실력이 동료 연주자들 가운데 가장 형편없었기 때문에 늘 지휘자한테 꾸지람을 듣기 일쑤입니다. 다들 곧 있을 마을 음악회에서 연주할 베토벤 교향곡 6번 연습에 한창입니다. 지휘자는 사사건건 고슈의 연주에 트집을 잡습니다. 고슈의 첼로 연주는 박자와 음정이 전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참다 못한 지휘자는 마침내 그에게 분노를 폭발시킵니다. "고슈, 자넨 정말 문제야! 표정이 아예 없어. 분노고 기쁨이고 하나도 표현하지 못하잖아! 게다가 다른 악기와 호흡이 전혀 안 맞는단 말일세. 항상 자네 혼자 신발끈을 질질 끌며 뒤꽁무니를 따라오는 것 같다구." 고슈는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박운규, 버리데기, 시공주니어

버리데기의 이름은 왜 버리데기인가? 자신의 재산과 벼슬을 물려줄 아들을 간절히 원하던 아버지는 내리 딸 여섯을 낳고 서운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온갖 정성을 들인 끝에 부인은 청룡과 황룡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기막힌 태몽까지 꾸고 일곱 번째 아이를 잉태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태어난 그 일곱 번째 아이마저 딸이었습니다. 몹시 화가 난 아버지는 갓 태어난 핏덩이를 밖에 내다 버리라고 호통을 칩니다. 그래서 그 아이의 이름은 '버리데기'가 되었습니다. 버리데기는 엄밀히 말해 이름이라 할 수 없습니다. 부엌데기, 새침데기, 푼수데기 등과 같은 단어를 만드는데 사용된 접미사 '-데기'는 '그와 관련한 성질이나 속성을 갖춘 사람'을 얕잡는 뜻을 더하는 보통명사를 형성할 뿐 홍길동과 같은 고유명사..

노양근, 날아다니는 사람

일제 시대 아이들은 무엇을 꿈꾸었을까 '날아다니는 사람'은 작가 노양근이 1936년에 발표한 동화입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00년 전에 쓰여진 동화라고 하면 아이들이 깜짝 놀랍니다. 오래 전에 사용된 한국어로 쓴 책을 자신들이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 때나 지금이나 학생들의 학교 생활이 비슷하다는 점에 신기해 합니다. 작품이 발표된 시기에 한국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물으면 6.25 전쟁 중이었다고 대답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일제강점기였다고 정확히 대답하는 아이들도 항상 나타납니다. 그런데 일제 식민지 치하에 살았던 아이들은 어떤 장래희망을 꿈꾸었을까요? 동화에서 교장 선생님이 조회시간에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이 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이들은 '도지사, 교장 선생님, 경찰, 군수..

앤 파인/윤재정 번역, 삐뚤빼뚤 쓰는 법, 논장

'삐딱이'와 '열등생'의 기묘한 우정 제목만 보면 이 책은 아이들한테 '삐뚤빼뚤 쓰는 법'을 가르쳐 주는 이상한 내용을 다루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실제로 이 책에는 '지렁이 글씨의 일인자' 조 가드너가 등장합니다. 어떤 글자도 두 번 다시 똑같이 쓰는 법이 없는 조는 지독한 악필에 수학이나 체육에도 젬병인 열등생입니다. 선생님조차 포기한 듯한 조에게 어느 날 갑자기 미국에서 전학온 '삐딱이' 친구 체스터 하워드가 나타납니다. 엄마의 직장 때문에 "세서미스트리트를 보는 것보다 더 자주 학교를 옮겨" 다녀야했던 체스터는 무엇이든 삐딱하고 시니컬한 태도로 대하는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서로 상극일 것만 같은 그 둘이 짝꿍이 되면서 서로의 장점을 이끌어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충분히 예측..

방정환의 금시계

옛날 동화는 요즘 동화와 무엇이 다른가 '어린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조어했고, 일제 강점기에 어린이의 인권과 행복을 보장하기 위해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을 모르는 초등학생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어린이들을 위해 수많은 외국 동화들을 번역하고, 직접 동화를 창작하기도 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는 읽을거리가 변변치 않던 시절 어린이 잡지 월간 를 창간해서 이원수나 마해송 등 아동문학가들을 발굴해 척박한 한국 아동문학계를 발전시켰습니다. 그리고 '왕자와 제비'나 '잠자는 왕녀' 같은 외국 동화를 번안한 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아기별 삼형제' 등의 동요를 직접 짓기도 하고, 추리소설인 '칠칠단의 비밀' 등을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방정환의..

로알드 달/햇살과나무꾼 번역, 멋진 여우 씨, 논장

계란은 어떻게 바위를 깰 수 있을까 하찮은 힘으로 도저히 대적할 수 없는 상대에게 도전하는 상황을 일컫는 말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란 속담이 있습니다. 깨지기 쉬운 연약한 껍질을 가진 계란으로 단단한 바위를 깨려고 하는 것만큼 무모하고 어리석은 행동이란 뜻입니다. 비슷한 말로 적은 수효로 많은 수의 무리를 맞설 수 없다는 사자성어인 '중과부적(衆寡不敵)'도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옛 선인들은 소수가 다수에 맞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가능성도 지혜로 남겨두었습니다. 물방울들이 떨어져 돌을 뚫는다는 뜻의 사자성어 '수적천석(水滴穿石)'이 그 예입니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시도라고 끊임없이 이루어질 경우 마침내 바위를 꿰뚫게 된다는 것입니다. 약자들이 강자들에 맞설 수 있는 무기는 무한한 인내심과 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