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별 책읽기/3학년 8

박운규, 버리데기, 시공주니어

버리데기의 이름은 왜 버리데기인가? 자신의 재산과 벼슬을 물려줄 아들을 간절히 원하던 아버지는 내리 딸 여섯을 낳고 서운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온갖 정성을 들인 끝에 부인은 청룡과 황룡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기막힌 태몽까지 꾸고 일곱 번째 아이를 잉태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태어난 그 일곱 번째 아이마저 딸이었습니다. 몹시 화가 난 아버지는 갓 태어난 핏덩이를 밖에 내다 버리라고 호통을 칩니다. 그래서 그 아이의 이름은 '버리데기'가 되었습니다. 버리데기는 엄밀히 말해 이름이라 할 수 없습니다. 부엌데기, 새침데기, 푼수데기 등과 같은 단어를 만드는데 사용된 접미사 '-데기'는 '그와 관련한 성질이나 속성을 갖춘 사람'을 얕잡는 뜻을 더하는 보통명사를 형성할 뿐 홍길동과 같은 고유명사..

노양근, 날아다니는 사람

일제 시대 아이들은 무엇을 꿈꾸었을까 '날아다니는 사람'은 작가 노양근이 1936년에 발표한 동화입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00년 전에 쓰여진 동화라고 하면 아이들이 깜짝 놀랍니다. 오래 전에 사용된 한국어로 쓴 책을 자신들이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 때나 지금이나 학생들의 학교 생활이 비슷하다는 점에 신기해 합니다. 작품이 발표된 시기에 한국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물으면 6.25 전쟁 중이었다고 대답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일제강점기였다고 정확히 대답하는 아이들도 항상 나타납니다. 그런데 일제 식민지 치하에 살았던 아이들은 어떤 장래희망을 꿈꾸었을까요? 동화에서 교장 선생님이 조회시간에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이 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이들은 '도지사, 교장 선생님, 경찰, 군수..

앤 파인/윤재정 번역, 삐뚤빼뚤 쓰는 법, 논장

'삐딱이'와 '열등생'의 기묘한 우정 제목만 보면 이 책은 아이들한테 '삐뚤빼뚤 쓰는 법'을 가르쳐 주는 이상한 내용을 다루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실제로 이 책에는 '지렁이 글씨의 일인자' 조 가드너가 등장합니다. 어떤 글자도 두 번 다시 똑같이 쓰는 법이 없는 조는 지독한 악필에 수학이나 체육에도 젬병인 열등생입니다. 선생님조차 포기한 듯한 조에게 어느 날 갑자기 미국에서 전학온 '삐딱이' 친구 체스터 하워드가 나타납니다. 엄마의 직장 때문에 "세서미스트리트를 보는 것보다 더 자주 학교를 옮겨" 다녀야했던 체스터는 무엇이든 삐딱하고 시니컬한 태도로 대하는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서로 상극일 것만 같은 그 둘이 짝꿍이 되면서 서로의 장점을 이끌어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충분히 예측..

방정환의 금시계

옛날 동화는 요즘 동화와 무엇이 다른가 '어린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조어했고, 일제 강점기에 어린이의 인권과 행복을 보장하기 위해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을 모르는 초등학생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어린이들을 위해 수많은 외국 동화들을 번역하고, 직접 동화를 창작하기도 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는 읽을거리가 변변치 않던 시절 어린이 잡지 월간 를 창간해서 이원수나 마해송 등 아동문학가들을 발굴해 척박한 한국 아동문학계를 발전시켰습니다. 그리고 '왕자와 제비'나 '잠자는 왕녀' 같은 외국 동화를 번안한 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아기별 삼형제' 등의 동요를 직접 짓기도 하고, 추리소설인 '칠칠단의 비밀' 등을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방정환의..

로알드 달/햇살과나무꾼 번역, 멋진 여우 씨, 논장

계란은 어떻게 바위를 깰 수 있을까 하찮은 힘으로 도저히 대적할 수 없는 상대에게 도전하는 상황을 일컫는 말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란 속담이 있습니다. 깨지기 쉬운 연약한 껍질을 가진 계란으로 단단한 바위를 깨려고 하는 것만큼 무모하고 어리석은 행동이란 뜻입니다. 비슷한 말로 적은 수효로 많은 수의 무리를 맞설 수 없다는 사자성어인 '중과부적(衆寡不敵)'도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옛 선인들은 소수가 다수에 맞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가능성도 지혜로 남겨두었습니다. 물방울들이 떨어져 돌을 뚫는다는 뜻의 사자성어 '수적천석(水滴穿石)'이 그 예입니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시도라고 끊임없이 이루어질 경우 마침내 바위를 꿰뚫게 된다는 것입니다. 약자들이 강자들에 맞설 수 있는 무기는 무한한 인내심과 끈기..

수건 모건스턴/최윤정 번역,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 비룡소

괴상한 아이 소피 소피는 이상한 아이입니다. 어릴 때부터 장난감 대신 모자, 리본, 단추, 끈 같은 것들을 가지고 놀기를 좋아했습니다. 어린이 그림책보다도 패션 잡지 뒤적이는 걸 더 좋아했던 소피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비단 꽃이나 커다란 진주 장식이 달린 밀짚모자를 쓰거나 양말과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학교에 갔습니다. 반 아이들은 그런 소피를 '괴상한' 아이라 생각했고, 급기야 담임 선생님은 학교는 사육제 장소가 아니니 소피가 그런 이상한 복장으로 등교하지 못하도록 금지시켰습니다. 소피는 대체 왜 이토록 옷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만약 여러분이 소피의 부모님이라면, 혹은 소피의 담임 선생님이라면 소피 같은 아이를 어떻게 대했을까요? 아마 현실에서 소피 같은 아이를 만나게 되면, 대부분의 어른들은 참..

정해왕, 복 타러 간 총각, 보림

나는 왜 이리도 운이 없을까 세상을 살다 보면 세상이 오직 나한테만 너무나 야박한 것 같아 야속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나는 나쁜 짓도 안 하고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리 사는 게 힘들지? 왜 나한테만 억울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일어나서 나를 속상하게 만드는 것일까? 나는 왜 이리도 운이 없는 것일까? 우리는 불운의 저주를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옛날 어느 마을에 한 총각이 살았습니다. 그는 부모나 형제도 하나 없는 외톨이였습니다. 비빌 언덕도 없는 처지에 지지리도 가난했습니다. 농사를 지으면 쭉정이만 열리고, 소 돼지를 기르면 며칠 못 가 시름시름 앓다 죽어 버렸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총각은 세상의 모든 불운이란 불운을 다 짊어지고 태어난 듯 했습..

모니카 페트/김경연 번역,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행복한 청소부, 풀빛

청소부는 어떻게 '행복한' 청소부가 되었나 이 책의 주인공은 독일의 거리 표지판을 닦는 평범한 청소부입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똑같은 거리의 표지판을 닦아 왔습니다. 어느 날 그는 어린 아이가 엄마에게 질문하는 것을 엿듣게 됩니다. 아이는 표지판에 쓰인 '글루크'란 글자를 보고 행복을 뜻하는 '글뤼크'(Glück)에서 한 부분이 지워진 것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때 아이의 엄마는 웃으면서 이 거리의 이름은 '행복'이 아니라 '글루크'라는 작곡가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 순간 청소부는 무엇인가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은 수 년이나 표지판을 닦아 왔지만 아이와 마찬가지로 '글루크'가 작곡가의 이름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날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