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시 수업 21

동시 잘 쓰는 법

왜 동시를 쓰는가 앤 파인의 책 을 읽고 진행된 3학년 수업에서 흥미로운 글을 쓴 학생이 있었습니다. '나만의 비법'을 소개하라는 글을 쓰라고 했을 때, 그 학생은 '동시 잘 쓰는 법'에 대해 썼습니다. 그 글이 흥미로운 건 저학년 학생들이 동시나 동시 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학생은 이미 2학년 때 동시 쓰기 수업을 통해 다양한 시를 써 왔습니다. 동시 쓰기는 학년 별로 일시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 이 학생은 3학년이 되어 더 이상 동시 쓰기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학생이 쓴 글은 평소에 동시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시 쓰기 수업에서 동시를 어떻게 쓰라고 지시하거나 동시를 쓰면 무엇이 좋아진다고 가르친 적이 없..

시인은 어떻게 태어나는가(13)하늘을 보면(김희정)

하늘을 보면 김희정 하늘을 보면 오늘 나의 기분 같아요. 문득문득 생각 나는 날이면 하늘을 쳐다보고 있어요. 책가방 메도 하늘을 보면 가방도 가벼워져 있어요. 어느 샌가 쳐다보고 있어요. 창문 넘어 스리슬쩍 보면 살짝 들어오는 햇살이 나를 보며 인사해요. 시인의 말) 하늘을 보는 것이 취미인데 항상 달라지고 하늘을 쳐다보면 마음이 넓어지고 개운해 지는 것 같아요. 그냥 길을 가다보면 하늘을 한 번 씩은 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수업 시간에 하늘을 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시인은 어떻게 태어나는가(12)자전거 여행(김희정)

자전거 여행 김희정 사람들은 누구나 자전거 여행을 한다. 뜨거운 모래 바람을 뚫고 황무지를 지나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폭풍을 지나 다리가 터질 듯 꼭대기 높은 산을 지나 마침내 화살표를 찾고 천천히 더 천천히 쓸쓸하더라도 세상 끝으로 '꿈'을 향해 갑니다. 시인의 말)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누구나 일생을 살고 꿈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종착역(꿈)까지 가기 위해서는 험난한 일들이 계속 일어납니다. 그래도 천천히 가다보면 종착역에 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은 쓸쓸하고 외롭죠.

시인은 어떻게 태어나는가(11)물 웅덩이(어지우)

물 웅덩이 어지우 비 온 뒤에만 생기는 작은 집 들여다 보면 작은 나뭇가지, 나뭇잎, 젖은 돌멩이들이 소란스럽게 떠들고 있다. 비가 그친 뒤 어디로 갔는지 집이 있던 자리에는 고요함이 머물고 있다. 시인의 말) 비가 오면 물 웅덩이가 여러 곳에 생깁니다. 비 오면서 나는 소리는 마치 나뭇가지, 나뭇잎, 돌멩이들이 떠드는 소리 같습니다. 비가 그치면 소란스럽던 소리는 어디에 가고 고요해집니다. 물 웅덩이는 마치 그들이 사는 작은 집 같습니다.

시인은 어떻게 태어나는가(7)나는 좋다(김세아)

나는 좋다 김세아 나는 빗소리가 좋다. 조용한 길에서 아무도 모르게 공연을 하고 있는 빗소리가 좋다. 나는 웃음소리가 좋다. 한 명이 웃으면 다 따라 웃게 되는 하루를 장식해주는 웃음소리가 좋다. 나는 내가 좋다. 잘난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지만 그래도 나는 좋다. 시인의 말) 1연에서 늦은 저녁 시간에 아무도 걸어다니지 않는 길에서 혼자 소리를 내며 비 내리는 것을 공연한다라고 표현했다. 이 시는 마지막 연처럼 나는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나를 좋아한다라고 표현한 시이다.

시인은 어떻게 태어나는가(6) 벽(심혜나)

벽 심혜나 한적했던 마을에 큰 벽이 생겼다. 어느 날은 큰 기차가 그 벽을 넘어 마을로 들어섰다. 기차에선 많은 사람들이 내렸고 모두들 눈시울이 붉어지도록 울어대며 서로를 껴 안았다. 그때 누군가 다가왔다. 이상하게도 낯이 익었다. 바로 우리 집 식탁 위에 올려져 있던 액자 속 주인공 그 사진엔 우리 가족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또 그 벽은 굳게 닫혀 버렸다. 시인의 말) 이 시의 주인공은 이산가족인가 봅니다. 비무장지대라는 벽을 뚫고 가족을 다시 만났지만, 그 벽은 또 굳게 닫혀 버립니다. 지금도 남과 북은 가운데에 벽을 두고 서로를 외면합니다. 그 중엔 떨어진 가족들이 수도 없이 보입니다. 서로를 애타게 기다리다가 결국 우리는 그 상대를 잊어버리게 됩니다. 이 시의 주인공도 자신의 ..

시인은 어떻게 태어나는가(5) 아이와 새싹(심혜나)

아이와 새싹 심혜나 째깍째깍 흘러가는 시간에도나는 책상에서 뒤척이다가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다가학교 마당 앞돋아나는 새싹을 바라보다가 하루 이틀 사흘 나흘지나가버리고 새싹은 큰 나무가 되어저 높은 하늘로 조금씩조금씩 올라갑니다. 나는 큰 어른이 되어담 넘어 보이는 나무를 지긋이 바라보다가헐레벌떡 일자로 떠납니다. 시인의 말) 시의 주인공이 학창시절 늘 바라보았던 한 새싹이 있습니다. 무언가 끌렸는지 그 새싹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이, 시간은 흘러 학생이던 주인공은 회사원으로, 그 조그마한 새싹은 커다란 나무가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주인공에겐 이 나무가 친근한 친구로 보였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늘 시선은 그 나무에게로 갑니다. 어릴 때 바라보던 나무. 어쩌면 그 나무에 주인공의 과거가 담겨 있지 않을..

시인은 어떻게 태어나는가(4) 포스트잇(김희정)

포스트잇 김희정 너에 대한 마음을 꾹꾹 눌러 쓴 포스트잇 나는 항상 너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는 너 한때는 소중했던 그 마음을 기억할게 이젠 기분 좋게 이별할게 시인의 말) 포스트잇이 떨어질 때를 그리움과 너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포스트잇에 적어도 잘 안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를 마음으로 표현한 시입니다. 그리고 메모하는 것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