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시 수업 8

시는 사물을 재탄생시키는 창조의 작업이다

시는 왜 어려운가 많은 사람들이 시를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시가 익숙한 사물을 다루더라도 낯설게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그 낯섦을 사람들은 견디기 힘들어 합니다. 그런데 그 낯섦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시인은 이미 알려진 사물들을 새로운 시점에서 관찰하고, 일상의 언어와 다른 언어로 표현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를 통해 사물들은 새로운 의미로 충전되어 우리에게 다가오게 됩니다. 당연하게 여기던 익숙한 사물들이 낯설어지고, 그것에 대해 새롭게 생각을 해야 한다는 필요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문학이란 원래가 자동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중단시키고 낯설게 만드는 것입니다. 자동화된 사고는 실은 생각이 멈춘 상태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대로 생각하는 것은 전혀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가 낯설고 어려운 ..

시는 놀라움에서 시작한다

시는 놀라움에서 시작한다 학생들이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은 어땠는지,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꼭 물어봅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낯선 것들, 자신이 여행에서 느낀 것들을 신이 나서 이야기합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눈에 보일 듯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경험을 공유하며 아이와의 관계가 돈독해질 뿐만 아니라 어떤 식으로 그 아이를 지도해야 할 지도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한 학생이 해외로 여행을 다녀와서는 별들이 가득한 밤 하늘 사진을 보여 줍니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선명한 별빛들로 가득한 밤 하늘이 퍽이나 아름답습니다. 아이도 그렇게 느꼈는지 멋진 풍경을 보고 문득 시를 쓰고 싶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이런 시를 제게 보여 주었습니다. (가..

일상을 노래하는 시쓰기

(가) 넘어진 날 친구들과 뛰어가다가 돌에 걸려 넘어져 콰당! 사람들이 자꾸 나를 힐끔힐끔 쳐다 보는 것 같다. 손과 얼굴은 발개지고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쥐구멍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숨어버리고 싶은 날이다. (2학년 학생이 쓴 동시 '넘어진 날' 전문) (나) 비 비가 온다. 오늘은 차를 타고 학교에 가야 한다. 빗방울이 우리 차를 톡톡, 친다. 사람들의 우산에는 빗방울이 송글송글 아이들이 노란색 우비를 입고 첨벙첨벙 꼭 물장구 치는 병아리 같다. 마침 비가 그쳤다. 하늘에는 알록달록 예쁜 무지개가 떴다. (2학년 학생이 쓴 동시 '비' 전문) 아이들이 쓴 동시를 통해 평소 일상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또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알게 되곤 합니다. (가)는 친구들과 함께 뛰어가다 넘어졌을 ..

시로 쓰는 독서감상문

팔방미인 반짝이 반쪽반쪽 반쪽이 다른 사람보다 무엇이든 반쪽이네 하지만.... 커다란 나무와 바위를 들고 혼자서 호랑이 다섯 마리를 잡지 많은 사람들이 지키는 부잣집에 들어가 딸을 업고 나오고 영감에게는 장기 3연승! 형들의 잘못을 3번이나 덮어 줄 만큼 착하기도 하지. 몸은 남들보다 반쪽이지만 능력은 남들보다 한수 위 그래서 반쪽이는 반짝반짝 팔방미인 반짝이 (2학년 학생의 시 '팔방미인 반짝이' 전문) 수업에서 동화 '반쪽이'를 함께 읽은 뒤에 한 학생이 그 책을 주제로 동시를 써 왔습니다. 그 전 수업에서 책을 읽고도 시를 쓸 수 있다고 말해줬더니 용케 그걸 기억했다가 써 온 시였습니다. 보통 아이들이 시를 써 오면 수업 시간에 함께 읽고 시에 관해 아이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넌 왜 이렇게 표현했니..

시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이다

시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이다 우리는 시인이 쓴 시를 읽으며 같은 대상을 보고서도 어쩜 이렇게 우리와 다른 시각에서 참신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감탄하게 됩니다. 우리가 시에서 감동을 느끼는 까닭은 '참신한 표현력'과 '다른 시각'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능력은 단순히 가르친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함으로써 아이들 스스로 자신만의 언어와 세상을 바라보는 개성적인 시선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2학년 학생이 쓴 시를 읽어 보겠습니다. (가) 아무것도 없다가 갑자기 하얘지더니 노란 해가 뜨고 풀이 자라난 다음에 바다가 만들어지고 밤이 된 다음 불이 피어 오르고 불과 밤이 나눠지고 세상이 ..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수업 시간에 읽어야 할 책 외에 짬을 내서 시를 읽고 있습니다. 다섯 편의 시를 돌아가며 소리 내어 읽고 시에서 사용된 단어나 표현을 활용하거나, 시에서 제시된 소재나 주제를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변형시켜서 시를 써오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재미없다고 하던 아이들도 수 개월간 꾸준히 시를 읽고 시를 써 오다 보면 어느새 시의 매력에 푹 빠져 있곤 합니다. 시 쓰기에 재미를 붙이게 되면서 아이들의 글쓰기 실력은 물론 독해력도 한층 성장하게 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격하게 됩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시 쓰기를 일종의 재미있는 놀이처럼 받아들일 수 있게 각별히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시에 나타난 재미있는 표현을 몸으로 흉내내보도록 한다거나, 아이들이..

시인은 왜 그 섬에 가고 싶어 했을까?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의 시 '섬' 전문)  시인은 왜 그 섬에 가고 싶어 했을까? 아이들에게 정현종 시인의 시 '섬'을 읽고 화자는 왜 섬에 가고 싶다고 했는지 말해 보라고 합니다. 한 학생이 이렇게 말합니다. "화자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있는 섬에 가고 싶다는 뜻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러자 다른 학생이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저 친구와 반대로 해석했는데요. 섬은 육지에서 떨어진 고립된 곳이니까 섬에 가고 싶다는 것은 화자가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 같아요." 과연 이 두 학생의 해석 중 어떤 해석이 더 그럴 듯해 보이나요? 정현종의 시 '섬'은 단 두 ..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이별시인가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소월, '진달래꽃' 전문) '진달래꽃'은 이별 시인가요? 중학교 학생들과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읽어 봅니다. 시적 화자가 어떤 상황에 놓인 것 같냐고 물으니 이별을 한 것 같다고 대답합니다. 그래서 왜 이별한 것 같냐고 다시 물어 봅니다. 아이들은 '역겹다'는 시어를 근거로 시적 화자가 상대한테 큰 잘못을 해서 구토가 날 만큼 싫어진 것이라고 답합니다. 그런데 그래도 한때는 서로 열렬하게 사랑했던 사이처럼 보이는데 상대가 속이 메슥거릴 만큼 역겨워 할 만한 행동해서 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