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별 책읽기/6학년 9

후루타 다루히/윤정주 번역, 숙제 주식회사, 우리교육

아이들은 왜 숙제 주식회사를 만들었을까? 다케시네 집에 모여 숙제를 하던 아이들은 이웃집 데루 형이 천만 엔을 받고 프로야구 구단에 입단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미쓰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언니가 한 달에 2만5천 엔을 받는다며 공부가 다 무슨 소용이냐며 한숨을 쉽니다. 다른 아이들도 그 말에 동조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2천 5천 엔을 받고 야구만 하고 천만 엔을 번다면 공부하는 게 정말 바보 같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때 다케시가 친구들에게 10엔만 내면 숙제를 대신 해 주는 회사를 제안하고 친구들과 함께 '숙제 주식회사'를 설립하게 됩니다. 1966년에 처음으로 출간된 이 책은 무려 50여년 전에 쓰여졌지만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한국의 어린이들은 그 당시 일본의 어린이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치..

로버트 뉴턴 펙/김옥수 번역,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사계절

아버지의 냄새 어린 시절 밤 늦게 붉게 취한 얼굴로 한 손에는 치킨을 사들고 귀가해서 이제 막 잠이 든 내 뺨을 수염이 까칠하게 돋아난 턱으로 부비시던 아빠에게선 역겨운 술냄새와 발 고린내가 진동했습니다. 엄마의 화사한 화장품 냄새나 향긋한 샴프 향기와는 확실히 다른 거칠고 고약한 냄새의 소유자로 아버지는 제 어린 시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12살 로버트의 아빠 헤븐 펙에게선 깨끗하게 목욕을 하고 좋은 옷으로 갈아 입고 교회를 가는 일요일을 제외하곤 항상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아주 퀴퀴한 냄새"가 났습니다. 그는 돼지를 도살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그의 엄마는 아들에게 그 냄새를 "열심히 일한 냄새"라고 설명할 만큼 지혜롭고 현명했습니다. 요즘 아이..

이청준, 심청이는 빽이 든든하다, 문학과지성사

심청은 왜?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의 이야기는 한국인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조차 귀동냥으로 전해 듣고 '효녀 심청'의 이야기를 알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듭니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자식이 목숨을 내놓는 것이 과연 효인가요? 자식의 목숨값으로 생명을 연장한 부모는 과연 마음 편히 여생을 보낼 수 있을까요?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을 일컬어 '참척(慘慽)'이라고 합니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은 사랑하던 외아들을 먼저 보낸 참척의 고통을 절절한 글로 풀어낸 바 있습니다.(박완서, 한 말씀만 하소서, 세계사) 그러므로 오늘날 학생들에게 효도가 무엇인지 가르치기 위해 심청전을 읽게..

조지 오웰/김욱동 번역, 동물 농장, 푸른숲주니어

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조지 오웰의 소설 이 해외에서 제일 먼저 번역된 나라는 놀랍게도 한국입니다. 1948년 공보처 관료인 김길준이 이 소설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번역해 출간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미국 해외정보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거란 추측이 유력합니다. 당시 수립된 남한정부는 반공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자신들의 정치적 정당성을 표명하기 위해 이 책을 홍보 수단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책이 소개된 이런 시대적 한계로 인해 오웰의 이 소설은 공산주의의 극단적 파행성을 부각시키고, 상대적으로 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반공소설로 독해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볼셰비키 혁명 이후 스탈린 시대에 이르는 소련의 정치 상황을 풍자한 작품으로 읽혀 왔습니다. 그래서 농장 주인인 존스는 러시아 ..

손창섭, 싸우는 아이, 우리교육

주인공은 왜 싸우는 아이가 되어야 했나 4.19 혁명의 정신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명시될 만큼 중요한 역사적 경험입니다. 서양의 근대적 민주정이 프랑스 혁명으로 대표되는 시민혁명을 통해 형성되었듯이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자유 민주주의의 정치체가 독재자 이승만을 시민들의 손으로 내쫓고 시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저 역사적 경험에 연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으로서의 개인'을 발견하게 된 정의로운 항거는 비록 이듬해 박정희가 주도한 5.16 군사 쿠데타에 의해 좌절된 듯 보였지만, 경제 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운 군사정부도 4.19혁명의 경험..

구드룬 파우제방/함미라 번역,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보물창고

체르노빌은 지나간 사건인가우리는 1984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기억합니다. 하지만 우리와 상관없는 먼 나라에서 일어난 불행했던 과거의 사건으로만 기억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HBO에서 방영한 미니시리즈 (2019)을 시청하고 나면 생각이 달라지리라고 봅니다.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홍보되는 원자력이 실은 원자폭탄 개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군사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위험한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위험한 물질보다 사건을 은폐하려는 정부 당국자들의 거짓과 기만이 피해의 규모를 더 키웠다는 사실이 더 공포스럽게 다가옵니다. 여기에 추가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와 가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적 재난을 당한 벨라루스 사람들의 목소리를 10여년에 걸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황현산 번역, 어린 왕자, 열린책들

보아뱀은 왜 코끼리를 삼켰을까? 생텍쥐페리의 (1931)에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그림이 등장합니다. 마치 모자처럼 보인다고 그대로 대답을 했다간 '트럼프 이야기, 골프 이야기, 정치 이야기, 넥타이 이야기'나 좋아하는 어른이라는 핀잔을 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답을 외워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라고 대답을 해도 상상력이 풍부한 천진난만한 아이 같다는 평가를 듣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암기한 지식을 반복하는 일은 창의성과는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창의력과 순수성을 측정하는 시험지가 된 듯한 생텍쥐페리의 그 그림은 사실상 어른들을 아포리아(aporia)에 빠뜨리는 함정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고 어린 아이들이 이런 곤경을 회피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책을 ..

마크 트웨인/지혜연 번역, 톰 소여의 모험, 시공주니어

모험하는 인간 흔히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곤 합니다. 어머니의 몸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이동을 합니다. 늘 반복되는 일상에 갇혀 있는 것 같아 보여도 우리는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낯선 상황에 부딪히며 살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의 일탈을 꿈꾸는 것도 어쩌면 인류의 DNA에 각인된 역마살의 흔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인류가 고향을 떠나 사바나 초원을 건너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처럼 번성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천 가지의 신화와 전설에서 공통적인 '단일신화'(Monomyth)가 발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영웅이 되기..

제임스 배리/장영희 번역, 피터 팬, 비룡소

피터 팬은 정말 순수의 상징인가요? '피터 팬'을 아시나요? 흔히 '피터 팬'하면 빨간 깃털이 달린 녹색 모자를 쓰고 초록색 옷을 입고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장난꾸러기 소년을 떠올립니다. 그에 맞서는 악당 후크 선장은 손에 쇠갈고리를 달고 부하들을 함부로 대하고 난폭한 인물이고, 네버랜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즐거운 놀이동산이라고 기억합니다. 줄거리 역시 피터 팬의 초대로 네버랜드로 여행을 온 웬디와 동생들이 힘을 합쳐 악당 후크 선장을 제거하고 다시 런던에 있는 집으로 복귀한 이야기 정도로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임스 배리의 원작 '피터 팬'을 읽은 아이들은 '피터 팬'이 버릇없고 막돼먹은 아이라며 불만을 토로합니다. 오히려 후크 선장이 교양이 있고 매력적인 인물 같다고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