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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애,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비룡소

왜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는 여전히 기억될까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드셀라 구름 위 허리케인에 담벼락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어디선가 들어봤을 유행어입니다. '수한무'는 수명이 끝이 없다는 뜻입니다. '거북이와 두루미'는 십장생(十長生)의 일원으로 불로장생을 뜻합니다. '삼천갑자 동방삭'은 한무제 때 사람으로 삼천갑자(三千甲子) 즉 18만 년을 살았다는 전설 속 인물입니다.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고 설정된 가상의 인물이고, '워리워리 세르리깡'은 그가 복용했다는 약초입니다. '무두셀라'는 성경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고 알려진 인물로 무려 969세까지 장..

시는 놀라움에서 시작한다

시는 놀라움에서 시작한다 학생들이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은 어땠는지,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꼭 물어봅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낯선 것들, 자신이 여행에서 느낀 것들을 신이 나서 이야기합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눈에 보일 듯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경험을 공유하며 아이와의 관계가 돈독해질 뿐만 아니라 어떤 식으로 그 아이를 지도해야 할 지도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한 학생이 해외로 여행을 다녀와서는 별들이 가득한 밤 하늘 사진을 보여 줍니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선명한 별빛들로 가득한 밤 하늘이 퍽이나 아름답습니다. 아이도 그렇게 느꼈는지 멋진 풍경을 보고 문득 시를 쓰고 싶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이런 시를 제게 보여 주었습니다. (가..

정재윤, 14살에 시작하는 처음 심리학, 북멘토

질풍노도의 시기를 헤쳐가는 지혜의 보고 친구들과 유명한 왕돈가스를 먹으러 남산에 갔다고 생각해 봅시다. A가게에 갔더니 가격이 8,000원입니다.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 B가게로 갔더니 그 가게는 원래 10,000원짜리 돈가스를 8,000원으로 인하해 판매 중입니다. 여러분이라면 A와 B 가게 중 어떤 곳에 가서 돈가스를 먹겠습니까?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B가게로 가지 않을까요?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10,000원짜리를 8,000원에 판매한다고 하니 2,000원 가량 더 이득을 본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처럼 미리 주어진 정보를 기준으로 이후의 사태를 판단하려는 경향을 현상을 닻 내리기 효과라고 합니다. 앞의 사례에서는 B가게가 제시한 10,000원이라는 가격이 이후 가치를 ..

오카 슈조/김난주 번역, 우리 누나, 웅진주니어

장애는 개인적 노력으로 극복할 문제인가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가 대형 로펌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가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박은빈 배우의 뛰어난 역기력과 흥미로운 스토리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자폐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자폐로 판정받은 아동이 우영우처럼 천재로 태어나 변호사로 활동하게 될 확률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될까요? 우리 사회가 그 드라마에 열광했던 이유는 '젊고 예쁜 천재'라는 빛나는 보석에 '자폐 장애'라는 인간미가 덧칠해져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문득 국민학교 때 배웠던 헬렌 켈러가 떠올랐습니다. 생후 19개월 때 앓은 ..

나시키 가호/김미란 번역, 서쪽 마녀가 죽었다, 비룡소

세상의 모든 할머니들 나시키 가호의 를 읽고 난 후 문득 수 십 년 전에 돌아 가신 할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정확히는 할머니가 해주시던 박대찜이 떠올랐습니다. 커다란 가마솥에 물만 붓고 쪄냈는데도 윤기가 좔좔도는 빛깔이며 비린내 하나 없이 정갈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입짧은 편식쟁이 아이였던 제 입맛에도 잘 맞았습니다. 그 맛이 그리워 몇 년 전 근처 식당에서 박대찜을 사 먹었지만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셨던 추억 속 그 맛은 아니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마이도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문득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된장국, 손수 만든 반죽에 양송이와 파프리카, 베이컨을 넣은 키슈, 그리고 둘이 함께 만들었던 '새콤달콤한 숲의 맛'을 닮은 산딸기잼을 그리워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서야 비로소 세상의 모든 ..

권정생, 새들은 날 수 있었습니다

혼자 책을 읽을 수 있는 근력 키우기 새들은 날 수 없었습니다. 지배자인 허수아비들이 날개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켰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날아보고 싶다'라고 말만 해도 붙잡혀가 날개가 잘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아기 제비에게 옆집 할아버지 제비는 좋은 생각을 가르쳐 줍니다. 다 같이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면 된다고. 용감한 어린 새들이 먼저 날아오르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새들도 함께 날아오르며 마침내 모든 새들은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게 됩니다. 성인들은 비교적 쉽게 이 동화가 전하고 싶은 주제가 무엇인지 이해합니다. 어린 독자들은 새들이 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 수업을 진행할 때, 어른의 ..

로이스 로리/장은수 번역, 기억 전달자, 비룡소

공상과학 소설을 많이 읽자 1869년 출간된 쥘 베른의 에는 네모 선장이 이끄는 노틸러스 호라는 최첨단 잠수함이 등장합니다. 훗날 이 책이 모티브가 되어 미 해군이 실제로 잠수함을 개발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영국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가 1914년에 발표한 '해방된 세계'는 원자폭탄의 연쇄 핵반응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어떤 물리학자들도 핵폭탄이 가능할 것으로 믿지 않았습니다. 1945년이 되어서야 미국은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최초의 원폭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가 1950년에 발표한 도 최근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등장하며 더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상과학(SF) 소설이 미래를 정확히 예견했기 때문에 그 장르의 책들을 찾아 읽..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김욱동 번역, 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우리는 왜 소설을 읽는가 저명한 문학평론가 김현 선생님이 우리는 소설을 왜 읽는가에 대해 답하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그 까닭은 이야기는 금기에 의해 억압된 인간의 욕망을 변형시켜 드러낸 것이어서 사람들의 한없는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금지된 것에 대한 강한 호기심이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욕망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소설은 그 어떤 다른 예술보다 구체적으로 그리고 전체적으로 그 욕망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소설에는 다양한 욕망들이 충돌하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소설에는 세계를 자기 식으로 변모시키려고 하는 '소설가의 욕망'이 있고, 소설가의 욕망에 따라, 혹은 그 욕망..

에리히 캐스트너/김서정 번역, 5월35일, 시공주니어

상상력을 찾아서 장난스러운 삼촌 링겔후트와 수학을 잘하는 조카 콘라트는 말하는 검은 말 네그로카발로와 함께 남태평양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콘라트가 남태평양에 대해서 작문을 해 오라는 숙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한테는 상상력이 없다고 단정하고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 모두한테 그 과제를 내주었다고 합니다. 뛰어난 수학자이자 작가이기도 했던 소피야 코발레프스카야(1850~1891)가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붙같이 화를 냈을 법합니다. 그는 “수학이 무엇인지 배울 기회가 없었던 이들은 수학을 산술과 혼동하며 건조하고 메마른 과학이라고 생각하지. 사실 가장 큰 상상력을 요구하는 건 과학이야. (중략) 영혼의 시인이 되지 않고서는 수학자가 될 수 없어.”라는 말을 남겼기 때문입니다.(사라 ..

일상을 노래하는 시쓰기

(가) 넘어진 날 친구들과 뛰어가다가 돌에 걸려 넘어져 콰당! 사람들이 자꾸 나를 힐끔힐끔 쳐다 보는 것 같다. 손과 얼굴은 발개지고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쥐구멍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숨어버리고 싶은 날이다. (2학년 학생이 쓴 동시 '넘어진 날' 전문) (나) 비 비가 온다. 오늘은 차를 타고 학교에 가야 한다. 빗방울이 우리 차를 톡톡, 친다. 사람들의 우산에는 빗방울이 송글송글 아이들이 노란색 우비를 입고 첨벙첨벙 꼭 물장구 치는 병아리 같다. 마침 비가 그쳤다. 하늘에는 알록달록 예쁜 무지개가 떴다. (2학년 학생이 쓴 동시 '비' 전문) 아이들이 쓴 동시를 통해 평소 일상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또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알게 되곤 합니다. (가)는 친구들과 함께 뛰어가다 넘어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