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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어떻게 태어나는가(13)하늘을 보면(김희정)

하늘을 보면 김희정 하늘을 보면 오늘 나의 기분 같아요. 문득문득 생각 나는 날이면 하늘을 쳐다보고 있어요. 책가방 메도 하늘을 보면 가방도 가벼워져 있어요. 어느 샌가 쳐다보고 있어요. 창문 넘어 스리슬쩍 보면 살짝 들어오는 햇살이 나를 보며 인사해요. 시인의 말) 하늘을 보는 것이 취미인데 항상 달라지고 하늘을 쳐다보면 마음이 넓어지고 개운해 지는 것 같아요. 그냥 길을 가다보면 하늘을 한 번 씩은 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수업 시간에 하늘을 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임정진, 혹부리 영감, 비룡소

누구나 저마다의 혹을 달고 있다 호리병박보다 더 큰 혹을 달고 있는 영감이 두 명이나 있었습니다. 멀리서도 잘 보일 만큼 무지무지 큰 혹을 덜렁거리는 두 혹부리의 겉모습은 매우 비슷했지만 사람들의 평가는 아주 딴판이었습니다. "윗마을 혹부리는 심통만 부리니 심통 혹"이라 불렸지만, "아랫마을 혹부리는 노래를 잘하니 노래 혹"이라 불렸습니다. 같은 혹이었지만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던 것일까요? 사람들은 함께 모여서 일할 때 새참보다도 혹부리 영감의 흥겨운 노래를 더 필요로 했습니다. 그들에게 영감의 노래는 육체적 고통과 지루함을 달램으로써 노동의 능률을 높이고 노동의 피로를 덜어주는 신비한 힘을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랫마을 혹부리의 혹은 그의 뛰어난 가창력의 원천으로 인식되어 '노래 혹'으로 ..

시인은 어떻게 태어나는가(12)자전거 여행(김희정)

자전거 여행 김희정 사람들은 누구나 자전거 여행을 한다. 뜨거운 모래 바람을 뚫고 황무지를 지나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폭풍을 지나 다리가 터질 듯 꼭대기 높은 산을 지나 마침내 화살표를 찾고 천천히 더 천천히 쓸쓸하더라도 세상 끝으로 '꿈'을 향해 갑니다. 시인의 말)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누구나 일생을 살고 꿈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종착역(꿈)까지 가기 위해서는 험난한 일들이 계속 일어납니다. 그래도 천천히 가다보면 종착역에 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은 쓸쓸하고 외롭죠.

시인은 어떻게 태어나는가(11)물 웅덩이(어지우)

물 웅덩이 어지우 비 온 뒤에만 생기는 작은 집 들여다 보면 작은 나뭇가지, 나뭇잎, 젖은 돌멩이들이 소란스럽게 떠들고 있다. 비가 그친 뒤 어디로 갔는지 집이 있던 자리에는 고요함이 머물고 있다. 시인의 말) 비가 오면 물 웅덩이가 여러 곳에 생깁니다. 비 오면서 나는 소리는 마치 나뭇가지, 나뭇잎, 돌멩이들이 떠드는 소리 같습니다. 비가 그치면 소란스럽던 소리는 어디에 가고 고요해집니다. 물 웅덩이는 마치 그들이 사는 작은 집 같습니다.

시인은 어떻게 태어나는가(9)별똥별(심혜나)

별똥별 심혜나 별이 떨어졌다. 할머니가 그러시길, 별똥별이 떨어진 날엔 그 별똥별이 한 목숨을 앗아가는 날이라고. 별똥별은 다시 찾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운 일이란 걸, 한때 모두 소중한 목숨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내 별똥별도 숨어 버렸다. 내 별똥별은 날 데리고 가버렸다. 세상에서 잊혀진 나는 어둡고 침침한 밤하늘을 빛내는 별이 되었다. 또 다시 별이 떨어졌다. 내 별도 따라 떨어졌다. 그 사이엔 난, 여전히 반짝인다. 시인의 말) 이 주인공도 별똥별을 따라 숨어 버렸나 봅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잊혀져도 쓸모 없는 사람이 되진 않습니다. 어둡고 침침한 밤 하늘을 빛내는 별이 된 것이지요. 그래서 이 세상엔 쓸모없는 것이란 없습니다. 모두 필요한 구석이 있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5.03.14

이청준, 심청이는 빽이 든든하다, 문학과지성사

심청은 왜?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의 이야기는 한국인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조차 귀동냥으로 전해 듣고 '효녀 심청'의 이야기를 알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듭니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자식이 목숨을 내놓는 것이 과연 효인가요? 자식의 목숨값으로 생명을 연장한 부모는 과연 마음 편히 여생을 보낼 수 있을까요?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을 일컬어 '참척(慘慽)'이라고 합니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은 사랑하던 외아들을 먼저 보낸 참척의 고통을 절절한 글로 풀어낸 바 있습니다.(박완서, 한 말씀만 하소서, 세계사) 그러므로 오늘날 학생들에게 효도가 무엇인지 가르치기 위해 심청전을 읽게..

시인은 어떻게 태어나는가(7)나는 좋다(김세아)

나는 좋다 김세아 나는 빗소리가 좋다. 조용한 길에서 아무도 모르게 공연을 하고 있는 빗소리가 좋다. 나는 웃음소리가 좋다. 한 명이 웃으면 다 따라 웃게 되는 하루를 장식해주는 웃음소리가 좋다. 나는 내가 좋다. 잘난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지만 그래도 나는 좋다. 시인의 말) 1연에서 늦은 저녁 시간에 아무도 걸어다니지 않는 길에서 혼자 소리를 내며 비 내리는 것을 공연한다라고 표현했다. 이 시는 마지막 연처럼 나는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나를 좋아한다라고 표현한 시이다.

위기철, 아홉 살 인생, 현북스

숫자 '아홉'으로서 인생 1991년에 출간된 위기철의 은 MBC의 의 코너인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 소개되면서 지금까지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책입니다. 아홉 살 주인공의 시선에서 그려진 1970년대 서울 변두리 산동네 사람들의 고달프면서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여전히 울림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비슷한 결의 소설들로 양귀자의 , 김중미의 , 황석영의 , 조세희의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의 작품들은 대개 가난과 빈곤에 노출된 어린 주인공이 척박한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힘겹게 내일에 대한 희망을 키워나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위기철의 소설이 유사한 소재를 다룬 여타의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어린 시절을 아련한 추억의 대상으로 회상하는 대신 저자의 인생 담론을 재구축하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