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책을 읽을 수 있는 근력 키우기
새들은 날 수 없었습니다. 지배자인 허수아비들이 날개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켰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날아보고 싶다'라고 말만 해도 붙잡혀가 날개가 잘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아기 제비에게 옆집 할아버지 제비는 좋은 생각을 가르쳐 줍니다. 다 같이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면 된다고. 용감한 어린 새들이 먼저 날아오르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새들도 함께 날아오르며 마침내 모든 새들은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게 됩니다.
성인들은 비교적 쉽게 이 동화가 전하고 싶은 주제가 무엇인지 이해합니다. 어린 독자들은 새들이 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 수업을 진행할 때, 어른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아서는 안 됩니다. 독서 수업은 교사의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수하며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린 독서가들이 혼자 힘으로 책을 이해하도록 돕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어린 학생들이 혼자의 힘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해보고, 스스로 주제를 찾아보면서 앞으로 홀로 책을 읽고 소화할 수 있는 근력을 키우는 훈련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책을 읽고 생각한 것을 바탕으로 줄거리를 요약해 보도록 합니다. 아이들이 완성한 문장을 보면 어떻게 책을 이해했는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새들이 날지 못하면 새들이 자유를 얻을 수 없다."고 쓴 학생은 이미 이 책의 주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내가 새들의 나라에 사는 아기 새라면 몰래라도 날개를 쓰고 싶었을거다."라고 쓴 학생은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새들이 느꼈을 답답함을 공감하며 어떻게든 자유를 찾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은 후 꼭 무엇을 읽었는지 요약해서 말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아이들이 요약한 내용만 들어도 그 아이가 책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드러나게 됩니다. 만약 요약된 줄거리가 앞뒤가 맞지 않거나 두서가 없다면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경우 아동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맞는지, 혹은 무엇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등등 여러 가지 장애 요인들을 살펴보고 그것을 제거해 주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책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반드시 물어봐야 합니다. 책 읽기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책의 내용이 아니라 아동이 그 책을 어떻게 읽었는가 하는 점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 진정한 목적은 단순히 지식 습득을 위함이 아니라 책을 통해 자신의 시야를 확장시키고, 자신만의 주관을 형성하는 것에 있습니다. 이런 기초적 원칙이 망각되면 아이한테 무조건 많은 책을 읽히면 좋다는 다독의 욕심이 고개를 들게 됩니다. 하루 3,40권의 책을 읽은 학생한테 학교에서 '다독왕상'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 학생이 읽은 책들이 어떤 종류의 책들인지, 또 정말 그 학생이 그 책들을 제대로 소화한 것인지 확인하는 질적 절차 없이 양으로 승부를 거는 독서 교육이 책읽기 자체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는지요?
공감 능력 키우기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공감의 시대> 등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사회사상가 제러미 리프킨은 "공감이야말로 우리를 하나의 종으로 연결해주고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을 주는 가장 중요한 실마리다. 우리는 공감 능력이라는 자질 덕분에 역사를 거쳐 번성했다."라고 말했습니다.(기사, 제레미 리프킨 "공감이 있어 인류는 멸종하지 않았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연약한 육체를 지닌 인간이 어떤 생명종보다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인류가 공동체 생활을 하며 공감 능력을 발달시켜 왔다는 것입니다. 즉 공감 능력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필수적인 요소이자 공동체의 기반이라는 것입니다. 독서는 바로 이런 공감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고의 매체입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다양한 등장인물의 마음을 헤아리게 됩니다. 상처 입은 주인공이 되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악당의 표독스러움에 치를 떨기도 합니다. 독서를 통해 '나'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보면서 우리는 일상에서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지혜를 얻게 됩니다. '나'만을 주장하며 타인과 대립하다가도 타인의 마음을 살펴 한 발 물러서서 화해하기도 하고, 타인이 겪는 불행에 함께 가슴 아파하며 상대를 위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마침내 새들이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오르게 되었을 때 각각의 인물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 지 써 보게 합니다. 아기 제비는 '드디어 소원이 이루어졌어! 나는 것이 이렇게 상쾌하다니!'라며 감격해 합니다. 할머니 황새는 '허허허 내가 이제야 날아보는구나. 죽기 전에 날아보아서 다행이야.'라며 뿌듯해 합니다. 할아버지 제비의 생각에 찬성했던 솔개는 '드디어 자유를 되찾았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야.'라며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않습니다. 이에 반해 할아버지 제비에 반대했던 부엉이는 '어휴~ 저 한심한 것들. 날다가 허수아비가 봐서 봉변 당하면 어떡하려고.'하며 우려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동일한 사건도 인물들에 따라 제각각 받아들이고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연습의 장
책을 읽고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들이 평소 주변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즉 책은 아이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아기 제비들에게 다 같이 함께 날아오르라고 가르쳐준 옆집 할아버지 제비의 생각을 각각 엄마 제비와 아기 제비의 입장에서 평가해보도록 했습니다.
먼저 엄마 제비도 할아버지의 생각에 찬성했을 것이란 입장입니다. 이 입장의 아이들은 아기 제비들 덕택에 다 같이 하늘을 날 수 있게 되면 좋은 일이기 때문에 엄마 제비도 동의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판단은 아기 제비들의 도전이 실패했을 경우 당하게 될 위험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연 엄마 제비가 자식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할아버지의 생각에 동의했을까, 하고 반문해 봅니다.
그 다음으로 아기 제비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엄마 제비는 반대했을 것이라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엄마한테 야단을 맞으면서도 날고 싶어한 아기 제비의 행동은 잘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유는 아기 제비들 덕택에 다른 모든 새들이 마음껏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엄마 말씀을 듣지 않은 아기 제비는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라며 반박하는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이 아이들은 할아버지 제비의 생각이 아무리 옳더라도 엄마 말을 안 듣고 위험하게 하늘을 날아오른 것은 잘못이라며 아기 제비를 비난합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새들이 다시 날 수 있었던 것은 누구의 공이 가장 큰 지 생각해 보도록 합니다. 우선 최초로 아이디어를 낸 할아버지 제비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아기 제비들이 할아버지의 아이디어를 직접 실천해볼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새들은 자유를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린 새들이 용감하게 먼저 날라올랐다고 하더라도, 그들에 동조해 다 같이 날아오른 다른 새들이 없었다면 새들은 다시 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이들 중 누가 새들이 다시 날 수 있게 한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일까요?
아이들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문제를 앞두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와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런 연습을 통해 아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어떤 가치 판단에 따라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고민해 보게 됩니다. 이런 연습을 통해 아동은 사고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책읽기는 아이들이 다양한 생각을 접하면서 자신의 독자적 생각을 형성해 가는 즐거운 실험실이기도 합니다.
나에게 날개가 생긴다면
이 책을 읽은 후 아이들에게 어느 날 내게 날개가 생긴다면 어떤 일이 생길 지 상상해 보고 그림책을 만들어 오라는 과제를 냅니다. 마음껏 그림도 그리고 하고 싶은 대로 쓰라고 합니다. 책 읽기는 궁극적으로 책 쓰기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떤 분량이건 책을 직접 써 본 아이들은 글쓰기 능력이나 책읽기 실력이 확실히 향상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자신만의 책을 출간하게 되는 그 날을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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