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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콜로디/김홍래 번역, 피노키오, 시공주니어

피노키오는 정말 구재불능의 거짓말쟁이인가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는 워낙 유명하지만 막상 읽어보려고 하면 거의 300쪽이나 되는 분량에 선뜻 손에 들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말썽을 피우고 장난을 치는 피노키오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대체 왜 이 작품이 명작이라는 칭송을 받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피노키오는 '양치기 소년'과 더불어 대표적인 거짓말쟁이로 알려져 있지만,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해서 코가 커지는 장면은 단 한 장면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주머니에 금화가 있는데도 요정에게 거짓말하는 그 장면에서 피노키오는 코가 커져서 자신의 거짓말이 탄로나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만큼 심하게 부끄러워 합니다. 그 한 장면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거짓말쟁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으니 피노키..

사라 스튜어트/이복희 번역, 리디아의 정원, 시공주니어

행복을 가꾸는 아이 정원일에 관심이 많은 리디아는 아버지의 실업으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혼자 기차를 타고 외삼촌 댁으로 보내집니다. 외삼촌은 도시에서 빵 가게를 운영하는데, 잘 웃지 않는 무뚝뚝한 분입니다. 과연 리디아는 그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1998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한 소녀의 씩씩한 홀로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낯선 환경에 던져졌어도 본인만의 무기로 주변을 화사하게 변화시켜 나가는 리디아는 참으로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은 낯선 사람들과도 금방 사귈 수 있는 놀라운 친화력입니다. 그리고 웃음이 부족한 삼촌의 마음에 들기 위해 그녀가 잘 하지 못하는 것을 억지로 하는 대신 그녀가 가장 잘 하고 가장 좋아하는 꽃 심기에 최선을 다 합니다..

조현범, 삼국유사 : 끊어진 하늘길과 계란맨의 비밀, 너머학교

문화적 보고로서 '삼국유사' 일연의 '삼국유사'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더불어 고려 시대에 저술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역사서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반복해도 아이들은 이 둘을 종종 헷갈려 합니다. 우선 '삼국사기'는 김부식이 사마천이 '사기'에서 제시한 역사 서술 방식인 기전체에 따라 서술한 책입니다. 편년체가 시간의 순서에 따라 사건을 기술한 역사서라면, 편년체는 인물을 중심에 놓고 역사를 기술합니다. 그래서 '삼국사기'의 구성을 살펴 보면 '본기'에서는 신라, 고구려, 백제의 순서로 각 나라의 왕들을 연대순으로 서술하고, '열전'에서는 김유신을 비롯한 삼국 시대의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삼국유사'는 고려 인종 23년(1145)에 편찬된 '삼국사기'보다 약 140~50년이나 늦게 저술된 것으로 ..

시조 쓰기의 즐거움

시조 쓰기의 즐거움 수업 시간에 추가로 동시를 읽고 시를 써오게 하곤 합니다. 은유와 상징이 등장하는 시만큼 아이들이 독해력을 기르는데 유익한 읽을거리가 없고, 또 시 쓰기만큼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 특히 시조 쓰기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 활동입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자주 접하는 동시와 달리 시조는 3장 6구 3음보의 형식으로 된 정형시이기 때문입니다. 자유시와 달리 정형시는 글자수와 음보에 제한이 있고, 규칙에 맞춰 써야 하기 때문에 시를 쓸 때 고민할 게 많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제한 때문에 아이들의 생각과 상상력이 구속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단어 선택이나 표현에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휘력과 사고 능력을 발달시키는데 도움이..

미디어 교육 2024.08.23

엮은이 임어진, 설문대 할망, 해와나무

한국의 거인 신화 세계의 신화에는 다양한 거인들이 등장합니다. 그리스 신화의 크로노스나 사이클롭스, 중국의 반고, 그리고 성경 속 골리앗 등이 대표적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거인'하면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속 거인들이나 하야오의 '월령공주' 속 데이다라봇치 등을 떠올리곤 합니다. 우리나라의 신화와 전설 속에는 거인이 없을까 고민하다 찾아낸 것이 마고 할미와 설문대 할망입니다. 마고 할미는 카오스 상태에서 해와 달도 만들고, 산과 강도 빚어낸다는 점에서 태초의 창조신에 가깝습니다. 설문대 할망은 제주도를 만들었다고 알려진 거인형 여신입니다. 설문대 할망은 제주라는 섬을 창조하고, 비나 바람 같은 온갖 자연현상을 유발시킨다는 점에서 제주의 자연이 의인화된 존재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또다른 세..

셰익스피어/박우수 번역, 햄릿, 열린책들(2)

햄릿은 마마 보이였나? 아버지 햄릿 왕의 장례식에 참석한 햄릿은 부친의 죽음에 대한 애도보다는 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더 강하게 표출합니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동생이지만 아버지와 딴판인 사람과, 그것도 아버지가 사망한 지 한 달도 채 못 되어, 결혼을 했다는 사실이 종내 못마땅합니다. 학생들은 이미 서른 살이나 된 햄릿이 왕자로서 왕위에 관심이 없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고, 어머니의 재혼에 왜 그토록 불만스러워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왕위 승계는 조선 시대와 달리 장자 상속의 원칙이 확립되어 있지 않던 시대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쟁을 목전에 둔 한 국가의 왕자가 부친의 죽음에 슬퍼하며 상복조차 벗지 않은 채 국가의 안위는 나몰라라 하고 어머니만 원망하고 있는 모습이 여간 볼썽사납지 않..

셰익스피어/박우수 번역, 햄릿, 열린책들(1)

문학 교육은 정답 찾기가 아닙니다 책 읽기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우리 사회가 책에 갖고 있는 견고한 편견들과 부딪히게 될 때가 많습니다. 우선 책을 많이 읽으면 아이가 국어를 잘 하게 될 것이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물론 독서량이 많은 아이가 국어 시험을 잘 보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학교에서 치루는 국어 시험 유형에 익숙치 않으면 시험이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 놀랍게 아직도 수십 년 전에 유행했던 속도법 학원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책을 많이 읽기만 하면 교육적으로 무조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학교에서 독서왕 선발 대회라는 것을 해서 하루에 책을 30권 이상을 읽었다는 학생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과연 그 학생이 읽은 책들..

위다/노은정 번역, 플랜더스의 개, 비룡소

아무도에게도 이해 받지 못한 어린 영혼의 죽음  파트라슈를 아시나요? 어린 시절 친구들과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주인공 네로와 파트라슈의 아름다운 우정에 가슴이 뭉클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 네로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그림을 마침내 보고는 파트라슈를 꼭 끌어 안고 죽던 장면은 아마 평생토록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제 영혼에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가수 이승환이 '프란다스의 개'라는 노래를 발표했을 때도 옛 친구를 재회한 듯 반가웠습니다. 만화영화의 주제곡을 그대로 따라하는 첫 부분은 갑자기 시간을 어린 시절로 되돌려 놓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그 뒤 지금은 세계적 영화 감독이 된 봉준호 감독이 '플란다스의 개'(2000)라는 영화로 장편 데뷔했을 때도 무..

헤르만 헤세/이영임 번역, 데미안, 을유문화사

새는 알은 깨고 나온다  BTS와 '데미안' 한때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중학생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읽어야 할 청춘의 필도서였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 책은 신비한 아우라를 내뿜었고, 책에 나오는 뜻모를 구절을 읊조리는 것만으로도 친구들 사이에서 '뭔가 있어 보이는' 친구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요즘처럼 책을 읽지 않는 분위기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젊은 날의 치기였다고 기억합니다. 그런 '데미안'을 청소년들이 다시 주목하게 된 건 전적으로 BTS의 공이 크다고 봅니다. 2016년에 발표된 BTS의 '피, 땀, 눈물'은 전세계 아미들을 열광시켰고, 앨범과 뮤직 비디오가 헤세의 '데미안'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적 역시 덩달아 판매고가 올라가기 시작했습..

댓글시인 제페토, 그 쇳물 쓰지 마라, 수오서재

시는 세상을 구원한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 사회의 모습을 알 수 있을까요?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사람들에게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에 대해 묻는다면 각양각색의 대답을 내놓을 겁니다.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살기 힘든 사회라거나, 치안수준이 높고 공공의식이 뛰어난 시민들이 많다고 평가할 수도 있고, 그밖에도 저출산 문제나 높은 주택가격 등에 대한 걱정을 들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을 일일히 만나거나 하늘 높은 곳에서 전체를 내려다 보지도 않았으면서도 어떻게 우리 사회의 모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다양한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기사나 정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이미지를 구성하고 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