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동시를 쓰는가
앤 파인의 책 <삐뚤빼뚤 쓰는 법>을 읽고 진행된 3학년 수업에서 흥미로운 글을 쓴 학생이 있었습니다. '나만의 비법'을 소개하라는 글을 쓰라고 했을 때, 그 학생은 '동시 잘 쓰는 법'에 대해 썼습니다. 그 글이 흥미로운 건 저학년 학생들이 동시나 동시 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학생은 이미 2학년 때 동시 쓰기 수업을 통해 다양한 시를 써 왔습니다. 동시 쓰기는 학년 별로 일시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 이 학생은 3학년이 되어 더 이상 동시 쓰기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학생이 쓴 글은 평소에 동시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시 쓰기 수업에서 동시를 어떻게 쓰라고 지시하거나 동시를 쓰면 무엇이 좋아진다고 가르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아이들과 동시를 함께 읽으며 아이들이 직접 재미있는 표현을 찾아보도록 해서 스스로 동시의 재미를 느껴보도록 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이 학생은 동시 쓰기가 어떤 교육적 효과를 지니며, 또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인지를 나름 명료하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시 쓰기와 관련 없는 수업에서 쓴 글이라 이것은 이 학생이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 학생은 동시 쓰기가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시 쓰기는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거나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담아내는 작업으로 이해했습니다. 또한 좋은 시를 쓰는 방법은 특정 대상을 다른 것에 비유해서 쓰는 것이라는 팁도 전해주었습니다.
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가르치는 보람을 느낍니다.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수업은 지금 당장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고 깊은 사고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기다림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이렇게 잘 발효된 사유의 편린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제가 느꼈던 행복한 순간을 공유하고자 그 학생이 쓴 글을 이 곳에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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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잘 쓰는 법
감지연
나는 동시 쓰는 걸 좋아하고 잘 한다. 동시를 쓰면 좋은 점은 상상력이 풍부해진다.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이유는 무언가를 비유하는 표현이 들어 가는 동시도 있기 때문이다. 동시를 잘 쓰는 비결은 실제로 본 것을 쓰거나 자기의 생각, 느낌을 시에 담으면 좋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무언가를 비유해서 쓰면 좋다. 예를 들어, 별은 별사탕, 물간은 무지개. 이런 식으로 비유하면 좋다. 나는 내 마음을 시로 전하고 싶다. 나중에 꼭 시로 마음을 전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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