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별 책읽기/2학년 15

이규희,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보림

호랑이는 무엇이었을까? 을 쓴 한국계 여성 작가 태 켈러는 어릴 적 할머니로부터 호랑이가 등장하는 옛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고 합니다. 한국의 전래 동화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 넣어 창작한 이 책으로 그녀는 2021년 미국의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그녀의 문화적 정체성이자 해방된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동시에 상징하고 있습니다. 태 켈러의 사례는 왜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같은 전래동화를 반복해서 읽혀야 하는가에 대한 훌륭한 답변이 될 수 있습니다. 비록 이야기를 듣는 순간에는 깨닫지 못하더라도 마음에 간직된 이야기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함께 자라나 그 아이의 영혼을 든든하게 지탱해주는 뿌리가 되어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

이미애, 반쪽이, 보림

왜 '반쪽이'일까? 반쪽이는 한국 전래 동화에서 매우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눈도 하나, 귀도 하나, 다리도 하나, 입도 반쪽, 코도 반쪽인 독특한 외형은 조금은 기괴하기도 하고 뭔가 짠한 감정이 들게도 합니다. 늙도록 자식이 없던 여인이 백 일이나 신령님한테 빌고 또 빌어 어렵게 태어난 아이가 그러했으니 그 어미의 심정은 어떠했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불완전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반쪽이를 흐뭇하게 기억하는 까닭은 그가 자신의 타고난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밝고 씩씩한 성격으로 그것을 이겨냈기 때문입니다. 반쪽이의 이러한 불완전성은 '장애'의 징표도 읽을 수 있지만, 어린 아이의 '미숙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반쪽이가 형제들 중 막내인 것도 그런 불완전성을 상기시킵니다. 현실에서 막내는 다른 형제들보다..

프란치스카 비어만/김경연 번역, 책 먹는 여우, 주니어김영사

여우의 책 먹기 이 책에 등장하는 여우 아저씨는 책을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그런데 책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는 책에 소금과 후추까지 뿌려가며 집어 삼킵니다. 그에게 책은 비유적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일용할 양식입니다. 그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킁킁 냄새도 맡고, 쪽쪽 핥아도 보고, 번개처럼 빠르게 소금과 후추 병을 꺼내 톡톡 양념을 치고, 덮석 책을 베어 물고 꼭꼭 씹어 먹습니다. 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은 '마음의 양식'인 책을 축어적으로 해석해서 독서에 대한 유머러스한 동화를 창작해 냈습니다. 즉, 주인공 여우에게 책 읽기는 책 먹기로 이해되는 활동입니다. 독서를 육체적 활동으로 표현하자 오히려 독서가 우리에게 지닌 의미가 보다 구체적으로 다가옵니다. 육체를 지탱하기..

사라 스튜어트/이복희 번역, 리디아의 정원, 시공주니어

행복을 가꾸는 아이 정원일에 관심이 많은 리디아는 아버지의 실업으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혼자 기차를 타고 외삼촌 댁으로 보내집니다. 외삼촌은 도시에서 빵 가게를 운영하는데, 잘 웃지 않는 무뚝뚝한 분입니다. 과연 리디아는 그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1998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한 소녀의 씩씩한 홀로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낯선 환경에 던져졌어도 본인만의 무기로 주변을 화사하게 변화시켜 나가는 리디아는 참으로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은 낯선 사람들과도 금방 사귈 수 있는 놀라운 친화력입니다. 그리고 웃음이 부족한 삼촌의 마음에 들기 위해 그녀가 잘 하지 못하는 것을 억지로 하는 대신 그녀가 가장 잘 하고 가장 좋아하는 꽃 심기에 최선을 다 합니다..

엮은이 임어진, 설문대 할망, 해와나무

한국의 거인 신화 세계의 신화에는 다양한 거인들이 등장합니다. 그리스 신화의 크로노스나 사이클롭스, 중국의 반고, 그리고 성경 속 골리앗 등이 대표적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거인'하면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속 거인들이나 하야오의 '월령공주' 속 데이다라봇치 등을 떠올리곤 합니다. 우리나라의 신화와 전설 속에는 거인이 없을까 고민하다 찾아낸 것이 마고 할미와 설문대 할망입니다. 마고 할미는 카오스 상태에서 해와 달도 만들고, 산과 강도 빚어낸다는 점에서 태초의 창조신에 가깝습니다. 설문대 할망은 제주도를 만들었다고 알려진 거인형 여신입니다. 설문대 할망은 제주라는 섬을 창조하고, 비나 바람 같은 온갖 자연현상을 유발시킨다는 점에서 제주의 자연이 의인화된 존재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또다른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