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다
소중하게 생각한 것을 잃어버린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해외로 출장을 다녀온 아버지가 선물해주신 값비싼 만년필이나 사랑하는 연인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목걸이 같은 물건에서부터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조부모님이나 교통 사고로 목숨을 잃은 친구 같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살면서 하게 되는 가슴 아픈 상실의 경험은 그 누구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상실과 결핍으로 인해 한동안 슬픔에 빠지게 되지만 결국은 그것을 이겨내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게 됩니다. 아무리 상실의 아픔이 크다 해도 애도의 과정을 거치며 서서히 상처가 아물고, 우리는 또 다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상실의 고통을 처음으로 겪게 되는 아이들은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게 될까요? 만약 그들이 물건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사랑하던 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수긍하지 못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애도와 우을증>이란 글에서 애도와 우울증을 구분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연인, 가족, 국가, 자유, 이상 등 우리가 삶에서 가치를 부여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상실했을 때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애도'(슬픔)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애도의 과정이 온전하게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우리는 죽고 싶거나 타인을 파괴하고 싶은 충동에 빠지게 됩니다. 이것이 우울증입니다. 우울증이 슬픔의 감정과 다른 점은 '자애심의 추락'입니다. 즉 우울증에 빠진 사람은 대상의 상실을 자아의 상실로 받아들이면서, 타인은 물론 자기조차 사랑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햄릿입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그는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 오필리아를 자살에 이르게 하고, 결국은 자신마저 비극적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동화의 주인공 아툭은 사랑하던 개 타룩을 푸른 늑대에게 잃어버린 후 깊은 우울증에 빠져 들고 맙니다. 그는 애지중지하던 타룩이 죽었다는 사실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할 수 있었던 일은 타룩을 죽인 푸른 늑대를 죽여 복수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는 활쏘기, 창던지기, 헤엄치기, 썰매타기에 온 힘을 기울였고, 마침내 마을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 사냥꾼이 될 수 있었습니다. 과연 그는 복수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아툭의 마음을 읽다
이 동화는 독자가 주인공 아툭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읽어내야 그 가치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다섯 살 생일날 갈색 강아지 타룩을 선물을 받았을 때 느꼈던 환희와 기쁨, 아버지의 썰매를 끌고 사냥에 나간 타룩이 돌아오지 않았을 때 경험했던 불안과 초조, 복수를 다짐하고 사냥 기술을 익히는데 매진하던 아툭의 마음을 가득 채운 증오와 미움, 마침내 복수에 성공한 아툭의 마음을 가득채운 허무와 공허함을 읽을 수 있어야 아툭의 성장 과정에 동행할 수 있습니다.
수업에서 아이들은 처음에 아툭이 사랑하던 타룩을 죽인 푸른 늑대가 밉다고 말합니다. 자신들도 아툭처럼 복수를 했을 거라 말을 합니다. 여기서 아이들에게 왜 푸른 늑대는 타룩을 죽였을지 상상해 보도록 합니다. 아이들은 늑대가 배가 고파서 아직 어린 개였던 타룩을 잡아먹었을 거라 대답합니다. 자연에서 동물들은 어리거나 힘이 없는 동물들을 사냥해서 먹이로 삼으며 살아갑니다. 조금은 비정해 보여도 그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어쩌면 늑대에게도 배가 고프다고 보채는 어린 새끼들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늑대가 타룩을 사냥하지 못했더라면 늑대의 어린 새끼들이 죽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자 푸른 늑대에 대한 아이들의 증오심이 누그러집니다.
이번에는 노력한 사냥꾼으로 성장한 아툭이 왜 여우를 발견하고도 죽이지 않았는지 묻습니다. 여우는 사람들한테 쫓겨 다니느나 늘 혼자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밤 하늘에 높이 뜬 별과 친구가 되어 이제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친구가 생겨 행복해 하는 여우를 아툭이 죽이고 싶지 않았을 거라 대답합니다. 왜냐하면 아툭도 타룩과 함께 행복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툭이 사냥꾼이 된 이유는 타룩의 복수였기 때문에 굳이 여우를 죽일 필요가 없었다고 덧붙입니다.
복수에 성공했지만 왜 행복하지 않았을까
아툭은 마침내 푸른 늑대를 죽이고 복수에 성공합니다. 그런데 그는 전혀 기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아이들은 그가 푸른 늑대를 죽여도 죽은 타룩이 돌아오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대답합니다. 늑대를 죽여도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지요. 그는 여전히 친구가 없고 외로운 사람일 뿐입니다.
그 때 툰드라에 핀 꽃 한 송이가 아툭의 눈에 들어 옵니다. 꽃은 아툭을 향해 말을 건냅니다. "동무가 하나 있으면 좋겠어. 세상이 온통 눈으로 덮여 내가 아주 오래 땅 속에서 지내야할 때, 나를 기다려 줄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어.” 그제서야 아툭은 손에 쥐고 있던 창을 스르르 놓아버립니다.
타룩의 죽음 이후 아툭의 삶을 이끌어간 힘은 푸른 늑대를 향한 증오와 복수심이었습니다. 하지만 복수가 완성된 순간 그는 자신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던 공허감을 마침내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그는 사랑하던 타룩이 죽었다는 사실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실의 고통을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애써 외면하고 살아왔던 것입니다. 증오와 미움으로 가득한 마음은 그를 더욱 외롭게 하고, 외로워질수록 그는 더더욱 복수에 매진했던 것입니다. 어쩌면 그가 그토록 증오하고 미워했던 것은 푸른 늑대가 아니라 아툭을 지켜주지 못한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아툭의 친구가 되어 그를 위로하는 편지를 써 보도록 합니다. 꽃 한 송이가 건내는 사랑의 말에 아툭의 마음 속 미움이 녹아내렸듯 아이들이 전하는 위로의 말에 그의 상처가 아물고 새로운 사랑이 싹 텄으면 합니다. 아이들 역시 아툭을 보며 오직 사랑만이 참된 용기와 희망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학년별 책읽기 > 2학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상, 황소와 도깨비 (4) | 2024.11.23 |
---|---|
차오원쉬엔/신순항 번역, 우로마, 책읽는곰 (10) | 2024.11.16 |
소중애,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비룡소 (4) | 2024.11.10 |
권정생, 새들은 날 수 있었습니다 (10) | 2024.11.01 |
이규희,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보림 (2) | 2024.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