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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김옥수 번역, 아이, 로봇, 우리교육

로봇공학의 3원칙 아이작 아시모프는 아서 C. 클라크, 로버트 하인라인과 함께 공상과학 소설의 3대 대가로 불립니다. 그가 제안한 '로봇의 3원칙'은 최근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예전보다 더 빈번하게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는 1942년 '술래잡기 로봇'에서 처음으로 '로봇공학 3원칙'을 등장시킨 뒤 훗날 1원칙에서 '인간'을 '인류'로 수정한 0원칙을 추가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0원칙 로봇은 인류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한 인류를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제1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로봇은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로봇은 제..

프란치스카 비어만/김경연 번역, 책 먹는 여우, 주니어김영사

여우의 책 먹기 이 책에 등장하는 여우 아저씨는 책을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그런데 책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는 책에 소금과 후추까지 뿌려가며 집어 삼킵니다. 그에게 책은 비유적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일용할 양식입니다. 그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킁킁 냄새도 맡고, 쪽쪽 핥아도 보고, 번개처럼 빠르게 소금과 후추 병을 꺼내 톡톡 양념을 치고, 덮석 책을 베어 물고 꼭꼭 씹어 먹습니다. 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은 '마음의 양식'인 책을 축어적으로 해석해서 독서에 대한 유머러스한 동화를 창작해 냈습니다. 즉, 주인공 여우에게 책 읽기는 책 먹기로 이해되는 활동입니다. 독서를 육체적 활동으로 표현하자 오히려 독서가 우리에게 지닌 의미가 보다 구체적으로 다가옵니다. 육체를 지탱하기..

메리 셸리/오숙은 번역, 프랑켄슈타인, 열린책들

은 어떻게 탄생했나 1816년은 유럽의 역사에서 '여름이 없었던 해(Year without a summer)'라고 불립니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이 이상 저온, 폭풍우, 장마, 홍수 등을 겪었습니다. 연초부터 계속된 저온현상으로 농작물은 극심한 타격을 입었고 대규모 기근으로 수많은 목숨이 사라져야 했습니다. 그 원인은 탐보라 화산 폭발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산이 폭발하며 분출한 가스와 먼지가 햇빛을 차단해서 그 당시 지구는 약 3년 가량 이상저온 현상에 시달려야 했던 것입니다.  바로 이 시기에 19살의 메리는 여동생 클레어,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퍼시 비시 셸리와 함께 스위스로 여행 중이었습니다. 그들은 클레어의 제안으로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을 방문하게 됩니다. 바이런의 친구이자 의사이자 작가 지망생..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유혜자, 깡통소년, 미래엔아이세움

어느날 아이가 배송된다면 카펫을 짜면서 홀로 살고 있는 바톨로티 부인은 자유분방한 사람입니다. 특이한 옷차림과 진한 화장을 즐기며, 가끔은 복도에서 혼잣말을 하며 걸어다녀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별종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그런 부인에게 어느 날 커다란 깡통이 배달됩니다. 그 안에서 총명하고 잘 생긴 여덟 살짜리 아이 콘라트가 튀어나와 '엄마'라고 부릅니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될까요? 오스트리아의 동화 작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는 공장에서 생산된 '인스턴트 아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교육과 양육이란 문제를 흥미롭게 풀고 있습니다. 부모로서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엄마가 대부분의 부모들이 원하는 이상적 아이를 얻게 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아이다움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아이..

카렐 파페크/김희숙 번역, 로봇_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모비딕

인류는 왜 로봇을 만들고 싶어했을까? 마징가, 로봇트 태권브이, 철인28호, 짱가, 월E, 터미네이터, 트랜스포머 등 수많은 만화와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로봇'이란 단어는 1920년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창작한 희곡 '로숨의 유버서설 로봇'에서 유래했습니다. '로봇'은 체코어로 '노동'을 뜻하는 단어 'robota'에서 나왔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달로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가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 요즘 차페크의 작품은 그 어느 때보다 시의성을 지닌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가 로봇으로 인해 인류가 겪게 될 다양한 문제를 처음부터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해양생태계를 연구하던 철학자이자 '공포스러운 유물론자'인 '늙은 로숨'은 과학..

홍성욱, 이상욱 외, 뉴턴과 아인슈타인_우리가 몰랐던 천재들의 창조성, 창비

왜 다들 천재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일까? 한국 사람들은 '천재' 혹은 '영재'라는 타이틀에 매우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방송이나 언론은 물론이고 각종 학원들의 홍보 문구에서도 이와 관련된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토록 '천재'에 목말라 하면서도 정작 한국에 제대로 된 영재 관련 교육은 전무할 뿐더러 선행학습을 영재 수업으로 포장해 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언론에서 높은 아이큐를 지닌 천재로 소개되어 화제를 모았던 아이들이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아보면 쓴웃음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수업 중 학생들에게 가장 뛰어난 천재로 꼽은 아인슈타인이 만약 한국에 태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예상해 보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가 괴짜나 문제아로 낙인찍혀 변변한 대학도 진학하지 못..

마크 트웨인/김욱동 번역, 허클베리 핀의 모험, 푸른숲주니어

버디 무비에서 로드 무비로 (1876)의 대중적 성공 이후 마크 트웨인이 그 속편으로 내놓은 소설이 (1884)입니다. '톰 소여'는 톰과 헉 주연의 버디 무비라면, '허클베리 핀'은 톰이 잠깐 등장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흑인 노예 짐과 헉의 로드 무비라 할 수 있습니다. 짐과 헉이 뗏목을 타고 미시시피 강을 여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그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작품에서 다루어지는 '모험'의 성격 역시 다릅니다. 3인칭 시점으로 쓰여진 '톰 소여'는 성인이 된 소설가가 자신의 개구진 어린 시절을 회상하듯 서술되고 있기 때문에 모험 역시 악동적 상상력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헉의 1인칭 시점으로 사건들이 서술되는 '허클베리 핀'은 노예제와 흑인 노예 짐과의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헉..

마크 트웨인/지혜연 번역, 톰 소여의 모험, 시공주니어

모험하는 인간 흔히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곤 합니다. 어머니의 몸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이동을 합니다. 늘 반복되는 일상에 갇혀 있는 것 같아 보여도 우리는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낯선 상황에 부딪히며 살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의 일탈을 꿈꾸는 것도 어쩌면 인류의 DNA에 각인된 역마살의 흔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인류가 고향을 떠나 사바나 초원을 건너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처럼 번성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천 가지의 신화와 전설에서 공통적인 '단일신화'(Monomyth)가 발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영웅이 되기..

스탕달/손현숙 번역, 적과 흑, 푸른숲주니어

위대한 소설의 시대 1789년에 시작된 프랑스 대혁명은 신분제 사회를 지탱하던 왕정을 무너뜨리고 근대 민주주의 사회를 개시한 사건으로 평가받습니다. 무려 100여 년이나 지속된 사회적 실험의 과실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의 기초가 되었다는 점에서 세계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프랑스 혁명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앙시앵 레짐(구체제), 삼부회 소집, 테니스 코트의 서약, 바스티유 감옥 습격, 자코뱅, 지롱드, 공포 정치, 테르미도르의 반동, 제정의 성립, 빈체제 등 서로 뒤엉킨 복잡한 사건들이 혼란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루이 16세, 마리 앙투와네트, 시에예스, 장폴 마라, 조르주 당통,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 루이 앙투안 드 생쥐스트..

빅토르 위고/염명순 번역, 레 미제라블, 비룡소(2)

역사는 진보하는가 1815년에 있었던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이 이끌던 프랑스군이 패배하면서 유럽의 '낡은 왕정들'은 역사의 시계를 잠시 거꾸로 돌려 놓게 됩니다. 러시아,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왕정 국가들은 프랑스 혁명의 가치를 부정하고 유럽의 질서를 혁명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그런데 위고는 다른 나폴레옹 추종자들과 마찬가지로 워털루 전투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었지만 운이 없어서 졌다고 믿고 싶어 했습니다. 더 나아가 그는 워털루에서의 굴욕이 단기적으로 반동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장기적으로는 역사에 진보를 가져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쟁에서 프랑스군과 접촉한 유럽 각국의 병사들이 프랑스 혁명에서 탄생한 진보와 인권, 민주주의 사상을 흡수해서 고국으로 가져서 유럽 곳곳에서 왕정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