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10

일상을 노래하는 시쓰기

(가) 넘어진 날 친구들과 뛰어가다가 돌에 걸려 넘어져 콰당! 사람들이 자꾸 나를 힐끔힐끔 쳐다 보는 것 같다. 손과 얼굴은 발개지고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쥐구멍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숨어버리고 싶은 날이다. (2학년 학생이 쓴 동시 '넘어진 날' 전문) (나) 비 비가 온다. 오늘은 차를 타고 학교에 가야 한다. 빗방울이 우리 차를 톡톡, 친다. 사람들의 우산에는 빗방울이 송글송글 아이들이 노란색 우비를 입고 첨벙첨벙 꼭 물장구 치는 병아리 같다. 마침 비가 그쳤다. 하늘에는 알록달록 예쁜 무지개가 떴다. (2학년 학생이 쓴 동시 '비' 전문) 아이들이 쓴 동시를 통해 평소 일상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또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알게 되곤 합니다. (가)는 친구들과 함께 뛰어가다 넘어졌을 ..

시로 쓰는 독서감상문

팔방미인 반짝이 반쪽반쪽 반쪽이 다른 사람보다 무엇이든 반쪽이네 하지만.... 커다란 나무와 바위를 들고 혼자서 호랑이 다섯 마리를 잡지 많은 사람들이 지키는 부잣집에 들어가 딸을 업고 나오고 영감에게는 장기 3연승! 형들의 잘못을 3번이나 덮어 줄 만큼 착하기도 하지. 몸은 남들보다 반쪽이지만 능력은 남들보다 한수 위 그래서 반쪽이는 반짝반짝 팔방미인 반짝이 (2학년 학생의 시 '팔방미인 반짝이' 전문) 수업에서 동화 '반쪽이'를 함께 읽은 뒤에 한 학생이 그 책을 주제로 동시를 써 왔습니다. 그 전 수업에서 책을 읽고도 시를 쓸 수 있다고 말해줬더니 용케 그걸 기억했다가 써 온 시였습니다. 보통 아이들이 시를 써 오면 수업 시간에 함께 읽고 시에 관해 아이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넌 왜 이렇게 표현했니..

홍성욱, 이상욱 외, 뉴턴과 아인슈타인_우리가 몰랐던 천재들의 창조성, 창비

왜 다들 천재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일까? 한국 사람들은 '천재' 혹은 '영재'라는 타이틀에 매우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방송이나 언론은 물론이고 각종 학원들의 홍보 문구에서도 이와 관련된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토록 '천재'에 목말라 하면서도 정작 한국에 제대로 된 영재 관련 교육은 전무할 뿐더러 선행학습을 영재 수업으로 포장해 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언론에서 높은 아이큐를 지닌 천재로 소개되어 화제를 모았던 아이들이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아보면 쓴웃음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수업 중 학생들에게 가장 뛰어난 천재로 꼽은 아인슈타인이 만약 한국에 태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예상해 보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가 괴짜나 문제아로 낙인찍혀 변변한 대학도 진학하지 못..

시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이다

시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이다 우리는 시인이 쓴 시를 읽으며 같은 대상을 보고서도 어쩜 이렇게 우리와 다른 시각에서 참신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감탄하게 됩니다. 우리가 시에서 감동을 느끼는 까닭은 '참신한 표현력'과 '다른 시각'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능력은 단순히 가르친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함으로써 아이들 스스로 자신만의 언어와 세상을 바라보는 개성적인 시선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2학년 학생이 쓴 시를 읽어 보겠습니다. (가) 아무것도 없다가 갑자기 하얘지더니 노란 해가 뜨고 풀이 자라난 다음에 바다가 만들어지고 밤이 된 다음 불이 피어 오르고 불과 밤이 나눠지고 세상이 ..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수업 시간에 읽어야 할 책 외에 짬을 내서 시를 읽고 있습니다. 다섯 편의 시를 돌아가며 소리 내어 읽고 시에서 사용된 단어나 표현을 활용하거나, 시에서 제시된 소재나 주제를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변형시켜서 시를 써오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재미없다고 하던 아이들도 수 개월간 꾸준히 시를 읽고 시를 써 오다 보면 어느새 시의 매력에 푹 빠져 있곤 합니다. 시 쓰기에 재미를 붙이게 되면서 아이들의 글쓰기 실력은 물론 독해력도 한층 성장하게 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격하게 됩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시 쓰기를 일종의 재미있는 놀이처럼 받아들일 수 있게 각별히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시에 나타난 재미있는 표현을 몸으로 흉내내보도록 한다거나, 아이들이..

사라 스튜어트/이복희 번역, 리디아의 정원, 시공주니어

행복을 가꾸는 아이 정원일에 관심이 많은 리디아는 아버지의 실업으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혼자 기차를 타고 외삼촌 댁으로 보내집니다. 외삼촌은 도시에서 빵 가게를 운영하는데, 잘 웃지 않는 무뚝뚝한 분입니다. 과연 리디아는 그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1998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한 소녀의 씩씩한 홀로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낯선 환경에 던져졌어도 본인만의 무기로 주변을 화사하게 변화시켜 나가는 리디아는 참으로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은 낯선 사람들과도 금방 사귈 수 있는 놀라운 친화력입니다. 그리고 웃음이 부족한 삼촌의 마음에 들기 위해 그녀가 잘 하지 못하는 것을 억지로 하는 대신 그녀가 가장 잘 하고 가장 좋아하는 꽃 심기에 최선을 다 합니다..

한윤섭, 우리 동네 전설은, 창비

고향은 어떻게 이야기될 수 있을까요?  '전설의 고향'을 기억하시나요? 어린 시절 너무 무서워서 이불을 푹 뒤집어 쓰고 눈만 빼꼼 내놓은 채 TV 브라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전설의 고향'입니다. 하얀 소복에 입가에 피를 묻힌 창백한 피부의 원귀나, 사람이 되기 위해 사람들의 간을 빼먹던 구미호의 빨간 눈은 방송이 끝난 후에도 어린 영혼의 꿈 속을 악착같이 찾아와 밤새 식은 땀을 흘리며 쫓겨 다녀야만 했습니다. 사실 '전설의 고향'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 모두 귀신이나 요괴가 등장하는 호러 드라마는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은 전국 각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나 이야기들을 드라마로 각색한 것이었지만 그 중에서 유독 공포스럽고 충격적인 것들만이 어린 기억 속에 각인된 탓에 무..

니콜라이 레스코프/이상훈 번역, 괴물 셀리반, 다림

사진 삭제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괴물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러시아의 작가 니콜라이 레스코프는 독일의 비평가 발터 벤야민의 '이야기꾼'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졌습니다. 벤야민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경험'에 바탕을 두고 글을 쓴 레스코프를 '이야기꾼'으로 보았습니다. 반면에 이야기의 전통이 몰락하게 되면서 등장한 장르인 소설은 '자신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를 더 이상 표현할 수 없고 또 자기 자신이 남으로부터 조언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남에게도 아무런 조언을 해줄 수 없는 고독한 개인'에 의해 탄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괴물 셀리반'을 읽어 보면 벤야민이 왜 레스코프를 '이야기꾼'이라고 했는 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가 글을 길어올리는 원천이 되는 그리스 정교회의 공동체적 분위기와 보댜노이 도..

마저리 윌리엄즈/김완균 번역, 벨벳 토끼 인형, 별천지

자유를 찾아나선 토끼의 모험 경험과 독서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이 책으로 수업을 시작하기 전 아이들한테 항상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선물로 받은 장난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혹은 '가지고 있는 장난감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무엇인가요?' 그러면 아이들은 신이 나서 인형, 로보트, 비행기 등 자신들이 아끼는 애장품들을 소개하곤 합니다. 그 중에는 아기 시절부터 사용해온 담요 같은 물건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참으로 각양각색의 물건들과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하면 아이들은 보다 쉽게 이야기 속 소년과 토끼 인형의 관계에 감정이입할 수 있게 됩니다. 책 속의 세계가 아이들이 알고 있는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고 ..

고흐의 방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초2)

"미래의 문맹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라슬로 모홀리-나지) 우리나라에서는 미술이나 음악을 특별히 재능있는 아이들만 하는 것으로 여기거나 대학 입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교과목으로 하찮게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다가 관련 수업들도 유명한 작가와 작품을 암기하거나 고전주의, 낭만주의, 인상파 등 사조를 가르치는 게 전부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언론이나 광고에서는 21세기에 필요로 하는 인재를 르네상스형 인간이라 지목하고 앞으로는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르네상스형 인재의 대표인 다빈치는 미술, 건축,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했지만 '모나리자' 같은 작품을 남긴 화가로서 ..

미디어 교육 2024.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