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가꾸는 아이
정원일에 관심이 많은 리디아는 아버지의 실업으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혼자 기차를 타고 외삼촌 댁으로 보내집니다. 외삼촌은 도시에서 빵 가게를 운영하는데, 잘 웃지 않는 무뚝뚝한 분입니다. 과연 리디아는 그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1998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한 소녀의 씩씩한 홀로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낯선 환경에 던져졌어도 본인만의 무기로 주변을 화사하게 변화시켜 나가는 리디아는 참으로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은 낯선 사람들과도 금방 사귈 수 있는 놀라운 친화력입니다. 그리고 웃음이 부족한 삼촌의 마음에 들기 위해 그녀가 잘 하지 못하는 것을 억지로 하는 대신 그녀가 가장 잘 하고 가장 좋아하는 꽃 심기에 최선을 다 합니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잘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그 결과 황폐하기만 했던 옥상의 버려진 공간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정원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리디아가 앞으로 살아가게 될 삶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기로 결정한 까닭은 그들도 리디아 같은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하고 바랐기 때문입니다. 홀로 어떤 상황 속에 놓이게 되더라도 자신의 장점을 믿고, 주변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면서, 자신만의 아름다운 정원을 꾸려 나갈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바랄 것도 없습니다.
내가 리디아라면
아이들에게 며칠 간 부모님과 떨어져서 지내본 적이 있냐고 묻습니다. 리디아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 확인해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질문입니다. 그러면 몇몇은 부모님 없이 할머니나 이모와 함께 지내본 적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질문해서 당시 상황을 떠올려 보도록 합니다. 특히 엄마와 함께 잠을 자는 아이들은 엄마 없이 혼자 자는 게 가장 낯설고 불편했다고 대답하기도 합니다.
그 다음 상황이 바뀔 때마다 리디아의 기분과 감정이 어떻게 달라졌을 지 유추해 보도록 합니다. 부모님과 헤어져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혼자 커다란 기차 역에 내렸을 때, 짐 외삼촌을 처음 만났을 때 등 이이들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 들어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 느낌을 표현해 보도록 합니다. 책 읽기 활동의 매력은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 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했을지 상상해 보면서 책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볼 수 있습니다.
내 정원엔 어떤 꽃들을 심어볼까
원예에 관심이 많았던 리디아처럼 정원을 꾸미게 된다면 어떤 꽃을 심으면 좋을지 아이들이 직접 선택하고 그 이유를 말해보게 합니다. 이 책을 함께 읽는 시기가 가을인데다 아이들이 대개 봄꽃만 알고 있어서 특별히 가을꽃 사진을 준비했습니다. 국화, 코스모스처럼 잘 알려진 꽃뿐만 아니라 투구꽃, 각시취, 한라돌쩌귀, 자주쓴풀, 방울꽃 같은 낯선 이름의 가을꽃 사진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아이들은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나서 저마다 마음에 드는 꽃 세 가지를 선택하고 그 이유도 간단하게 적어 봅니다.
그리고 리디아가 짐 외삼촌뿐만 아니라 엠마 아줌마를 비롯한 이웃들에게도 기쁨을 주었던 것처럼 주변에서 한 사람을 떠 올리고 그 사람을 어떻게 기쁘게 할 지 계획을 세워보게 합니다. 남자친구와 헤어져 요즘 기운이 없는 이모에게 자신이 아끼는 초콜릿을 선물해서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아이, 집에 올 때마다 선물을 사오시는 삼촌에게 이번에는 자신이 선물을 준비해서 놀라게 하겠다는 아이 등 아가자기한 서프라이즈 파티 계획이 쏟아집니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행복을 선물하겠다는 생각을 품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이들의 플랜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편지 읽고 편지 쓰기
이야기 전체가 리디아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편지의 형식을 익히게 됩니다. 리디아의 입장에서 사건이 서술되기 때문에 그녀의 생각과 느낌에 저절로 공감하고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게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취직 소식과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 리디아가 되어 짐 외삼촌에게 감사의 편지를 써 보도록 합니다. 일종의 뒷이야기 쓰기인 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리디아가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게 되어 얼마나 기뻤을지, 또 그간 자신을 잘 돌봐준 외삼촌과 이웃 어른들에게 얼마나 고맙고 감사했을지 상상해 보게 됩니다.
편지를 쓰는 대신 전화 통화로 안부를 대신하는 요즘 아이들이 꼬물꼬물한 글씨로 써 보낸 편지만큼 긴 여운을 남기는 매체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수업 시간에 편지를 써서 우표를 붙이고 보내라는 과제를 내기도 합니다. 편지를 받게 되는 사람도 물론 기쁘겠지만 편지를 보낸 사람도 그에 못지 않은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편지를 붙인 사람은 편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편지를 받은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하게 됩니다. 그런 즐거운 상상을 하며 느끼게 되는 행복감이야말로 편지를 쓴 사람이 받게 되는 답장이 아닐까요. 짐 삼촌이 리디아가 써준 시를 주머니 속에 소중히 간직했듯이 그런 행복한 순간들을 아이들이 가슴 속에 잘 간직하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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