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만들기 7

미하엘 엔데/한미희 번역, 모모, 비룡소(2)

낫을 든 크로노스에 맞서는 방법 '모모'라는 캐릭터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는 1973년에 출간된 이래로 우리나라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고전으로 자리잡은 작품입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철학적 우화로 어린 독자들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의 공통된 특징은 판타지의 구조를 갖고 있어서 동화처럼 보이는데다 평이한 언어로 쓰여 있지만 읽는 이에 따라 다양한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모모'의 경우 '경청'이나 '시간'에 대한 주제가 많이 언급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이러한 주제들을 작품 속 매락이나 작품이 형성되고 소비되는 사회적 상황에서..

미하엘 엔데/한미희 번역, 모모, 비룡소(1)

빼앗긴 시간을 되찾기 위하여 '나눔'과 '돌봄'의 공동체 어느 날 폐허가 된 원형경기장에 모모라는 한 소녀가 찾아와서 그곳에서 살게 됩니다. 허름한 옷차림에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는 고아로 보이자만 이 소녀가 혼자 사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가난하지만 삶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찾아와 거처를 깨끗이 치워주고, 손수 가구를 만들어 주고, 남긴 음식으로 주린 배를 채워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들 모두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신기하게도 모모의 삶은 부족하기는커녕 풍족했습니다. 그들 모두 '나눔'을 통해 '풍족'해지는 법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장면은 흡사 '심청전'의 한 대목을 떠올리게 합니다. 심봉사가 출산 직후 죽은 아내를 대신해서 갓난 심청이를 키울 수 있었던 까닭은 ..

제임스 배리/장영희 번역, 피터 팬, 비룡소

피터 팬은 정말 순수의 상징인가요? '피터 팬'을 아시나요? 흔히 '피터 팬'하면 빨간 깃털이 달린 녹색 모자를 쓰고 초록색 옷을 입고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장난꾸러기 소년을 떠올립니다. 그에 맞서는 악당 후크 선장은 손에 쇠갈고리를 달고 부하들을 함부로 대하고 난폭한 인물이고, 네버랜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즐거운 놀이동산이라고 기억합니다. 줄거리 역시 피터 팬의 초대로 네버랜드로 여행을 온 웬디와 동생들이 힘을 합쳐 악당 후크 선장을 제거하고 다시 런던에 있는 집으로 복귀한 이야기 정도로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임스 배리의 원작 '피터 팬'을 읽은 아이들은 '피터 팬'이 버릇없고 막돼먹은 아이라며 불만을 토로합니다. 오히려 후크 선장이 교양이 있고 매력적인 인물 같다고 평..

한윤섭, 우리 동네 전설은, 창비

고향은 어떻게 이야기될 수 있을까요?  '전설의 고향'을 기억하시나요? 어린 시절 너무 무서워서 이불을 푹 뒤집어 쓰고 눈만 빼꼼 내놓은 채 TV 브라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전설의 고향'입니다. 하얀 소복에 입가에 피를 묻힌 창백한 피부의 원귀나, 사람이 되기 위해 사람들의 간을 빼먹던 구미호의 빨간 눈은 방송이 끝난 후에도 어린 영혼의 꿈 속을 악착같이 찾아와 밤새 식은 땀을 흘리며 쫓겨 다녀야만 했습니다. 사실 '전설의 고향'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 모두 귀신이나 요괴가 등장하는 호러 드라마는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은 전국 각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나 이야기들을 드라마로 각색한 것이었지만 그 중에서 유독 공포스럽고 충격적인 것들만이 어린 기억 속에 각인된 탓에 무..

영화 에이트 빌로우(5학년)

버려진 개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영화 에 대하여 2006년에 개봉한 영화 는 남극에 버려진 8마리의 썰매개들이 추위와 배고픔과 싸우며 175일만에 주인인 '제리'(폴 월커 분)과 재회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1956년 일본의 남극 탐험대에게 발생했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으며, 이 사건에 기초해 제작된 일본 영화 (1983)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남극이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 버려진 개들이 살아 남기 위해 겪게 되는 다양한 모험들은 그 자체로 흥미진지할 뿐만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하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은 이미 수업 시간에 잭 런던의 을 읽은 상태여서 영화와 소설 간의 유사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미디어 교육 2024.07.13

마저리 윌리엄즈/김완균 번역, 벨벳 토끼 인형, 별천지

자유를 찾아나선 토끼의 모험 경험과 독서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이 책으로 수업을 시작하기 전 아이들한테 항상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선물로 받은 장난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혹은 '가지고 있는 장난감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무엇인가요?' 그러면 아이들은 신이 나서 인형, 로보트, 비행기 등 자신들이 아끼는 애장품들을 소개하곤 합니다. 그 중에는 아기 시절부터 사용해온 담요 같은 물건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참으로 각양각색의 물건들과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하면 아이들은 보다 쉽게 이야기 속 소년과 토끼 인형의 관계에 감정이입할 수 있게 됩니다. 책 속의 세계가 아이들이 알고 있는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고 ..

고흐의 방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초2)

"미래의 문맹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라슬로 모홀리-나지) 우리나라에서는 미술이나 음악을 특별히 재능있는 아이들만 하는 것으로 여기거나 대학 입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교과목으로 하찮게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다가 관련 수업들도 유명한 작가와 작품을 암기하거나 고전주의, 낭만주의, 인상파 등 사조를 가르치는 게 전부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언론이나 광고에서는 21세기에 필요로 하는 인재를 르네상스형 인간이라 지목하고 앞으로는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르네상스형 인재의 대표인 다빈치는 미술, 건축,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했지만 '모나리자' 같은 작품을 남긴 화가로서 ..

미디어 교육 2024.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