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시 쓰기 수업을 진행하며 6학년 이상 학생들에게는 자신이 쓴 시에 대해 해설도 함께 써 볼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의도로 시를 썼고,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지 설명하면서 시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전하려 했는지를 곱씹어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쓴 시와 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생각 사이에 놓인 빈틈과 간극을 성찰하면서 아이들은 차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무엇을 욕망하는지 등을 사색하게 됩니다. 그래서 시 교육은 단순히 예쁘고 멋진 글을 쓰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나아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자신만의 관점에서 재해석해서 인식하도록 만드는 활동입니다.
그런데 시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항상 예외없이 제 예상과 기대를 뛰어넘는 아이들이 나타납니다. 평소에는 너무나 평범하고 조용해서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다가 시 쓰기에 갑자기 흥미를 느끼고 몇 번이고 썼던 것을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면서 시를 써오다가 급기야 저를 비롯해 모든 친구들이 감탄하는 시를 써오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그들입니다. 저는 그들을 '어린 시인들'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비록 표현은 아직 서툴고 생각은 충분히 영글지 못했어도 시인의 영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줄탁동기( 啐啄同機)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알 속의 새끼가 알을 깨고 태어나기 위해서 밖에 있는 어미와 함께 알껍질을 쪼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약 알을 깨는 일을 새끼에게만 전적으로 맡겨 둔다면 힘이 부족한 대부분의 새끼는 세상을 빛을 보지 못할 것입니다. 이와 달리 어미가 일방적으로 알을 깨고 강제로 새끼를 끄집어 내려 한다면 스스로 힘을 갖추지 못한 허약한 새끼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곧 죽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오려는 새끼의 의지와 지나친 개입과 간섭을 삼가면서 세심히 보살피는 어미의 노력이 동시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시인의 탄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오려고 알을 깨기 시작한 어린 시인을 멀찌감치 떨어져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 봐 주는 배려가 어른들에게 요청되는 덕목입니다. 또한 어린 영혼이 지속적으로 시에 관심을 갖고 시 쓰기를 계속 해나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목도한 시인의 탄생 순간을 기억하고, 함께 그 순간을 기념하고자 앞으로 종종 해당 학생들의 작품을 올리고자 합니다. 이미 학생들이 자신의 시에 대한 해설을 써 두었기에 저의 해설은 사족 같이 여겨져 굳이 덧붙이지는 않겠습니다. 어린 시인들의 작품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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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심혜나
난 외톨이야
사람들은 나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거든.
사람들이 날 보게 될 때면,
항상 얼굴을 찌푸리지.
난 외톨이야.
내가 빛을 낼 때면
바람 한 점 나에게
다가오지 않아.
난 외톨이야
내 친구는 없어.
왠 줄 알아?
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거든.
(시 '태양' 전문)
시인의 말) 우리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 중 해도 있습니다. 해는 이 세상에 하나뿐이라서 외로울 지도 모릅니다. 너무 눈부신 나머지 사람들과 마주칠 수 없는 태양. 그리고 자신이 빛을 내서 온 세상이 뜨거워 질 땐 떠나버리는 바람들. 무엇보다 해는 자신 하나라서 외로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정말 태양에게도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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