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시 수업

[시쓰기] 118. 하늘을 보며(초4 오태환)

ddolappa72 2026. 10. 30. 17:01

하늘을 보며

초4 오태환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솜사탕처럼 하얗게 흘러가고
나무 위 작은 참새는
맑은 노래를 부른다.

햇살은 길 위에 내려앉고
바람은 나뭇잎을 흔든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보니
내 마음에도 여유가 흐른다.


코멘트) 시는 가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작은 것들에 눈길이 멈추었을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흘러가는 흰 구름, 재잘거리는 참새의 노래 소리, 길 위에 조용히 내려앉은 따스한 햇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시선을 통해 시인의 마음 속으로 흘러 들어옵니다. 하지만 정작 시인의 마음 속에서 차고 넘치는 것은 번잡한 사물들이 아니라 '여유'였습니다. 주변의 사물들을 세심히 관찰하고, 그것들에서 '여유'라는 단어를 끄집어낸 시적 성찰이 놀랍기만 합니다.

사실 학생이 써온 이 시를 읽으며 마지막 구절에 쓰인 '찾아온다'가 적절한 지 함께 논의를 했습니다. '들어온다', '넘친다', '머문다' 등 다양한 단어들로 바꿔서 읽어보고 어떤 단어가 더 적확한 지 함께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학생이 더 나아보이는 '흐른다'로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어쩌면 학생이 처음에 쓴 '찾아온다'가 가장 좋은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일부러 시비를 건 이유는 '여유가' 다음에 올 수 있는 무수한 단어들을 학생과 함께 모색하면서 시쓰기가 어떤 것인지 넌지시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시에 어울리는 적확한 단어 하나를 찾아내기 위해 몇 날 몇 일이고 식음을 전폐하고 고민하는 존재라고. 그리고 그런 고민 과정을 거치며 세상을 보는 눈도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진다고. 학생에게 이 경험이 앞으로 시를 써 나가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