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둑들이 모여 살면 도둑질이 사라질까
착하고 어진 백성들이 도둑놈들에게 시달리자 상소문이 빗발쳤고 참다 못한 임금은 이렇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모든 고을 사또들은 닷새에 한 명씩 도둑을 잡아올리도록 하고, 만약 이를 어기는 자는 그 날로 파직시키겠노라." 이 어명이 지방에 하달되자 백성들은 좋아라 했고, 도둑들 역시 붙잡혀 그 수가 줄어드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 명령은 곧 새로운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고을 사또들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명을 무조건 따라야 했고, 그래서 죄가 없는 엉뚱한 사람도 우격다짐으로 포도청에 끌고 갔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도둑 마을을 만들어서 잡아들인 도둑들을 그곳에 따로 모여살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도둑들이 힘을 합쳐 다른 마을을 도둑질해서 더 큰 문제가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임금과 신하들은 모여서 고심한 끝에 가장 험상궂고 영리하고 날랜 사람들을 뽑아서 나라에서 도둑질을 가르쳐서 도둑놈들의 재물을 털도록 했습니다. 그러면 재물을 도둑맞은 쓰라린 심정을 맛 본 도둑들이 남의 싱정도 헤아려 더 이상 도둑질을 하지 않게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이 방법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자신이 아꼈던 돈이며 식량이며, 금, 은, 심지어 소, 돼지, 닭까지 다 털려버린 도둑 마을 도둑들은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임금과 신하들은 더 큰 근심에 휩싸이게 되었는데, 나라에게 기른 솜씨 좋은 도둑들이 더 큰 도둑질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사고하는 법
우리는 그 후의 결과까지 예측하지 못하고 경솔하게 대책을 내놓거나 속단을 내려서 더 커다란 치명적 사태를 불러오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이 동화는 바로 그와 같은 사례를 유머러스하게 그리면서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생각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동화를 이용해서 어떻게 아이들이 종합적으로 생각하도록 인도할 수 있을까요?
우선 제가 한 일은 아이들이 임금이 내린 결정이 어떤 결과를 불러 왔는지 확인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임금이 닷새에 한 명씩 도둑을 잡아들이라고 지시를 내리자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고, 그러한 일이 일어난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도둑들만 모여사는 마을을 만들게 하거나 나라에서 전문 도둑을 키운 경우도 동일한 과정을 거쳐 문제점을 아이들 스스로 찾아보도록 했습니다. 이 단계에서 아이들은 책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요약하는 법을 배우면서 동시에 각각의 해결책이 지닌 문제점을 간파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다음 아이들 스스로 도둑을 없애는 방법에 대해 토론해 보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은 도둑질을 하면 감옥에 가두거나 심한 매질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제시한 대책이 실제로 실행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논의해보도록 했습니다. 논의를 통해 아이들은 그런 처벌들만으로는 절도를 근절시킬 수 없고 왜 사람들이 도둑질을 하게 되는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 답을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도둑질을 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아이들은 다른 사람이 가진 물건이 탐이 나서 혹은 일을 하기 귀찮아 쉽게 돈을 벌기 위해서 등 개인적 심성이나 성향에서 절도의 원인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일을 해도 먹고 살기 어려운 상황, 즉 나쁜 임금이나 탐관오리가 백성들의 재산을 마음대로 탈취하는 경우에 대해 생각해 보며 점차 절도의 사회적 원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성실하게 일을 하면 잘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면 도둑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절도에 대한 처벌 역시 무작정 엄격하게 이루어진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범죄자가 죄를 뉘우치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되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홍길동이나 로빈 후드와 같은 의적(義賊)에 대해서도 알아 보았습니다. 일단 어떻게 '의로운 도적'이 가능한 것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말 그대로 '의적'은 '탐관오리 등이 부정하게 모은 재물을 훔쳐다가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도적'을 뜻합니다. 탐관오리 등이 획득한 재산은 정당한 방법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며 원래는 백성들의 소유물이었다는 점에서 그들의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도둑이 나쁜 관리들이 부정적으로 취득한 재산을 훔쳐서 자신이 갖지 않고 원래의 주인인 백성들에게 돌려주었다는 점에서 그들의 도둑질은 정의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의적이라 해도 도둑질 자체는 나쁜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도 있었습니다. 이런 반론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을 나누며 '의적'에 대해 입체적으로 생각해 보도록 했습니다.

특이한 것을 훔치는 특별한 도둑 이야기
아이들에게 미카엘 엔데의 <모모>에 나오는 시간 도둑 이야기를 들려주고, 물건이 아닌 특별한 것을 훔치는 도둑 이야기를 써 보라고 제안했습니다. 아이들은 시간이나 기억, 목소리, 그림자, 냄새 등 다양한 것들을 훔치는 도둑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그 도둑은 왜 그러한 것들을 훔치게 되었는지, 그것을 도난당한 사람들은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그 도둑은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 구상해 보도록 했습니다.
이야기 형식에서도 아이들은 다양한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도둑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서술할 수도 있고, 또 도둑을 당한 피해자나 그 도둑을 추격하는 탐정의 입장에서 글을 전개해 나갈 수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쓴 글들 중에서 흥미로운 사례 몇 편을 골라 소개하고자 합니다.
(가) 숙제 도둑
어느 천재 마을에 숙제 도둑이 있었어. 이 마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천재라서 대학교에 다녔어. 숙제 도둑은 모든 사람들의 숙제를 대신 풀어 줬어. 사람들은 숙제 도둑이 착하다고 느꼈지. 하지만 몇 달이 지나고 사람들이 숙제 도둑을 싫어 했어. 왜냐하면 숙제 도둑이 모든 사람들의 숙제를 해줘서 사람들이 멍청해 졌기 때문이야. 그래서 사람들이 숙제 도둑의 집에 가서 숙제 도둑한테 이제 숙제를 안 해줘도 된다고 했지.
하지만 숙제 도둑은 사람들의 말을 듣는 척을 안 했어. 계속 사람들의 숙제를 빼앗아서 한 숙제 도둑은 지구 최강 천재가 되었어. 하지만 나라 사람들은 바보가 되었지. 왕자마저 바보가 되었어. 사람들은 숙제 도둑에게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바보가 되어서 뭐라고 못 말했어. 그래서 몇 년 뒤엔 사람들이 다 바보가 되어서 나라가 망했지.
(나) 우정 도둑
오늘 학교에 갔다. A와 B는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이틀 전에는 우정 반지까지 끼고 있던 둘은 어제 우정 도둑에게 우정을 빼았겼다. 그리고 오늘 와 보니 한 번도 싸우지 않았던 C와 D까지 싸우고 있었다. 나는 우정 도둑 때문에 나랑 가장 친했던 친구인 생각이랑 티격태격했다.
그래서 오늘 나는 우정 도둑에 대해 알아 보았다. 소문으로는 우정 도둑은 옛날 여자 친구 한 명과 너무나도 친했는데, 다른 여자 친구 한 명 때문에 친하던 친구가 그 친구랑만 놀았던 것이 분해서 다른 사람의 우정까지 모두 훔쳤다고 한다.
나는 우정 도둑을 물리치는 방법에 대해 알아 보았다. 자세히 보니 우정 도둑은 햇빛 같은 밝은 빛을 싫어한다고 했다. 나는 손전등에 건전지를 가득 채우고는 우정 도둑이 산다는 낡은 집에 들어 갔다. 집 안은 어두컴컴했다. 나는 손전등을 비췄다. 우정 도둑이 깜짝 놀라서 숨었다. 나는 자신감이 올라 손전등을 더 비추었다. 우정 도둑은 소리를 지르며 기절했다. 나는 핸드폰으로 경찰을 불렀다. 경찰은 결국 우정 도둑을 잡았고, 깨진 우정의 힘은 없어졌다. 그리고 나와 생각이도 다시 친해졌다.
(다) 기억 도둑
옛날 옛적에 기억 도둑이 살았단다. 그 도둑은 사람들의 행복하고 슬픈 기억을 훔쳐가 자기 기억 구슬에 넣었어. 그래서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날 때 무언가를 자꾸 잊어 버리곤 했지. 심할 땐 심지어 자신의 부모님도 못 알아 볼 때도 있었지.
그렇게 기억 도둑의 활약이 점점 커지자 사람들은 기억 도둑을 없애기 위한 대책을 세웠어. 그 대책은 기억 도둑의 부하가 되어서 밤에 뒤를 따라가니다 죽이자는 것이었어. 하지만 문제는 이 대책에 나갈 사람이 없었다는 거야. 그래서 사람들은 잠에 들었단다.
하지만 이 모든 걸 듣고 있었던 기억 도둑은 모든 사람들의 기억 도둑 대책을 다 훔쳐 버렸지. 그래서 기억 도둑을 죽이지 못했단다. 그리고 지금도 기억 도둑은 너희 집을 돌아다니고 있단다.
(라) 지식 도둑
오늘은 학교에서 시험을 보았다. 나는 공부를 잘 해서(?) 걱정없이 시험을 보기 시작했다. 어제 공부를 한 탓인지 답이 술술 적혔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가 멍하고 눈 앞이 환해지더니 커다란 자루를 맨 안경 쓴 도둑이 나타나서 내 머리 속에 든 지식들을 빼앗아 갔다. 나는 무슨 일인지 했지만 마저 시험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머리가 하얘지더니 생각이 안 났다. 그래서 그냥 문제를 모두 찍어버렸다.
그 시각 공부를 정말 못하는 친구가 문제가 어려워서 망설이는데 내 지식을 빼앗은 도둑이 그 친구 머리 속에 내 지식을 모두 넣어 버렸다. 그래서 그 친구가 갑자기 답을 술술 적어 버리고 당당한 걸음걸이로 시험지를 제출했다.
며칠 뒤. 나는 시험에서 15점을 맞고 내 지식을 가지게 된 친구가 100점을 맞았다. 나는 분해서 그 친구 머리를 쥐어박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집에 가서 그 일을 엄마에게 말했더니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하고 오히려 혼이 났다.
나는 다음날 학교에 갔다. 또 시험을 보는데 지식 도둑이 나타나서 당장 붙잡아서 자루에 있는 지식들을 모두 내 머리 속에 털어넣었다. 그랬더니 공부가 너무 잘 되고 세상에서 제일 똑똑해졌다. 그래서 나는 세계의 스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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