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4

프란치스카 비어만/김경연 번역, 책 먹는 여우, 주니어김영사

여우의 책 먹기 이 책에 등장하는 여우 아저씨는 책을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그런데 책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는 책에 소금과 후추까지 뿌려가며 집어 삼킵니다. 그에게 책은 비유적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일용할 양식입니다. 그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킁킁 냄새도 맡고, 쪽쪽 핥아도 보고, 번개처럼 빠르게 소금과 후추 병을 꺼내 톡톡 양념을 치고, 덮석 책을 베어 물고 꼭꼭 씹어 먹습니다. 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은 '마음의 양식'인 책을 축어적으로 해석해서 독서에 대한 유머러스한 동화를 창작해 냈습니다. 즉, 주인공 여우에게 책 읽기는 책 먹기로 이해되는 활동입니다. 독서를 육체적 활동으로 표현하자 오히려 독서가 우리에게 지닌 의미가 보다 구체적으로 다가옵니다. 육체를 지탱하기..

홍성욱, 이상욱 외, 뉴턴과 아인슈타인_우리가 몰랐던 천재들의 창조성, 창비

왜 다들 천재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일까? 한국 사람들은 '천재' 혹은 '영재'라는 타이틀에 매우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방송이나 언론은 물론이고 각종 학원들의 홍보 문구에서도 이와 관련된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토록 '천재'에 목말라 하면서도 정작 한국에 제대로 된 영재 관련 교육은 전무할 뿐더러 선행학습을 영재 수업으로 포장해 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언론에서 높은 아이큐를 지닌 천재로 소개되어 화제를 모았던 아이들이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아보면 쓴웃음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수업 중 학생들에게 가장 뛰어난 천재로 꼽은 아인슈타인이 만약 한국에 태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예상해 보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가 괴짜나 문제아로 낙인찍혀 변변한 대학도 진학하지 못..

한윤섭, 우리 동네 전설은, 창비

고향은 어떻게 이야기될 수 있을까요?  '전설의 고향'을 기억하시나요? 어린 시절 너무 무서워서 이불을 푹 뒤집어 쓰고 눈만 빼꼼 내놓은 채 TV 브라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전설의 고향'입니다. 하얀 소복에 입가에 피를 묻힌 창백한 피부의 원귀나, 사람이 되기 위해 사람들의 간을 빼먹던 구미호의 빨간 눈은 방송이 끝난 후에도 어린 영혼의 꿈 속을 악착같이 찾아와 밤새 식은 땀을 흘리며 쫓겨 다녀야만 했습니다. 사실 '전설의 고향'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 모두 귀신이나 요괴가 등장하는 호러 드라마는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은 전국 각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나 이야기들을 드라마로 각색한 것이었지만 그 중에서 유독 공포스럽고 충격적인 것들만이 어린 기억 속에 각인된 탓에 무..

니콜라이 레스코프/이상훈 번역, 괴물 셀리반, 다림

사진 삭제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괴물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러시아의 작가 니콜라이 레스코프는 독일의 비평가 발터 벤야민의 '이야기꾼'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졌습니다. 벤야민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경험'에 바탕을 두고 글을 쓴 레스코프를 '이야기꾼'으로 보았습니다. 반면에 이야기의 전통이 몰락하게 되면서 등장한 장르인 소설은 '자신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를 더 이상 표현할 수 없고 또 자기 자신이 남으로부터 조언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남에게도 아무런 조언을 해줄 수 없는 고독한 개인'에 의해 탄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괴물 셀리반'을 읽어 보면 벤야민이 왜 레스코프를 '이야기꾼'이라고 했는 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가 글을 길어올리는 원천이 되는 그리스 정교회의 공동체적 분위기와 보댜노이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