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먼저 온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인공지능이 체스 세계챔피언에게 승리를 거둔 적이 있긴 했지만, 체스보다 경우의 수가 훨씬 많은 바둑에서 기계가 인간을 능가하리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당시 대다수의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총 5국으로 진행된 대결에서 알파고는 4승 1패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이세돌 기사의 그 1승이 어쩌면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거둘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승리일 수 있다며 몸서리쳤습니다. 인공지능을 만들어낼 만큼 똑똑한 인류가 자신의 피조물에 의해 추월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후 천천히 잊혀졌습니다. 2022년 OpenAI에서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ChatGPT가 등장하기전까지는 말이지요.
기자 출신의 소설가 장강명은 이후 전현직 프로기사 30명을 심층 인터뷰해서 AI가 도입된 후 변화한 바둑계의 풍경을 상세히 담아낸 르포르타주 <먼저 온 미래>를 출간했습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후 프로기사들은 바둑 AI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기사들이 모여 함께 수를 연구하고 토론하던 문화도 점차 희미해졌습니다. 대신 그들은 AI가 제시하는 'AI포석'을 암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개인 특유의 바둑을 두는 방식이나 개성인 '기풍'은 사라지고, 그 대신 얼마나 AI처럼 두는가에 따라 기사들의 실력을 평가받게 되었습니다. 인격 수양의 장이자 둘이 만드는 하나의 예술작품이었던 바둑은 AI 중심의 '스포츠 게임'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김성래 6단의 표현에 따르면 "바둑은 AI에 의해 정복"되었습니다.(장강명, 먼저 온 미래, 동아시아)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급변한 바둑계의 신산스런 상황은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곧 일어나게 될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먼저 온 미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 교육은 미래 세대가 인공지능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명확한 교육적 목표와 수단을 제공하고 있나요? 배운 지식을 잘 암기해서 빠른 속도로 정답을 찾아내는 훈련만 받으면 정말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나요? 바둑계에서 일어난 상황이 지금 교육을 받고 있는 세대가 경험하게 될 미래가 되지 않으리고 확신할 수 있나요?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일 수 있습니다. 교육에 대한 인공지능의 도전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있지 않고, 그 힘을 활용해 진정한 자기 주도 학습 세대를 키우는데 있습니다. 교실에서 인공지능을 금지하는 대신 그것을 출발점으로 삼아서 지금껏 해온 교육 방식과 학습 방법을 전면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에 가까운 정답 기계를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 대신 진정으로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것으로 교육적 방향 전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제가 그 시작점으로 주목한 것은 뇌과학입니다. 알파고에 사용된 심화 학습은 인간의 뇌 신경망을 모방해서 만든 인공 신경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과학자들은 더 뛰어난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서 인간의 뇌를 더 깊이 있게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역으로 뇌를 참고하는 인공지능 연구는 우리의 두뇌 구조와 활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과 뇌과학은 생산적 되먹임 관계에 있으며, 이 분야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우리 자신에 대한 새로운 자기 인식으로 인도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분야입니다.

파리지옥도 지능이 있을까
이런 류의 많은 정보가 담긴 비문학 텍스트를 학생들이 제대로 읽게 하기 위해서는 책 안에 담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기억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데 그쳐서는 안 되고, 저자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나아가 학생들이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서 창의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먼저 지능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가벼운 몸풀기로 파리지옥도 지능이 있을지 질문을 던져 봅니다. 파리지옥의 잎은 한 번만 미쳔 안 닫히고 10~20초 간격으로 두 번정도 쳐야 잎을 닫습니다. 이것은 파리지옥이 숫자를 센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숫자를 세기 위해서는 이전의 자극을 기억하고 있어야 하고, 이전과 이후의 자극을 비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하찮게 보이는 식물마저 지능이라는 것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록 인간과 같은 형태의 뇌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자연의 수많은 생명체들은 지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파리지옥은 왜 저런 지능을 갖게 되었을까요? 파리지옥은 벌레가 잎 안으로 들어오면 소화 효소를 분비해서 필요한 영양분을 흡수합니다. 그런데 벌레도 없는데 쓸데없이 효소를 분비하게 된다면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어 생명을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파리지옥은 효율적으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저런 지능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능이란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폭넓게 정의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생명체가 지능을 갖고 있다고 해서 모두 동등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장균이나 파리지옥에게 지능이 있다고 해도 문어나 원숭이만큼 똑똑하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생명체들의 지능을 서열화해서 누가 더 똑똑한지 알고 싶어하는 못된 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각자가 터전으로 삼은 환경에 맞게 진화해서 갖게 된 지능을 놓고 우열을 나누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파리지옥보다 문어가 더 지능이 높다고 해서 문어가 파리지옥이 놓인 환경에 더 잘 적응해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혹시 이런 습관은 인간이 자신의 우월성을 증명해내기 위해 억지로 고안해낸 것은 아닐까요?

공부를 잘 하면 아이큐(IQ)도 높을까
그렇다면 이세돌 9단을 4대1로 이겨버린 알파고는 굉장히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바둑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그렇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알파고는 이세돌과 달리 축구도 못하고, 청소도 못하고, 그림을 그리지도 못합니다. 할 줄 아는 게 한 가지밖에 없는 지능을 과연 높은 지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 맥락에서 지능은 다시 정의될 필요가 있는데, 지능이란 "생명체가 다양한 상황에서 그때그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행동을 잘 선택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아이큐가 높으면 지능이 높다는 우리의 편견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 아이큐(intelligence quotient)라 불리는 지능지수는 프랑스의 심리학자 알프레 비네(Alfred Binet)가 의무 교육제도에 적응하지 못할 학생을 미리 가려낼 목적으로 개발한 것입니다. 기억력, 계산력, 추리 능력 등 몇 가지 능력만 측정하려고 만든 테스트는 개인이 가진 모든 역량을 대변해 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 교수가 제시한 다중지능 이론(Theory of Multiple Intelligences)으로 인간의 지능이 지닌 다채로운 면을 이해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에 따르면 지능은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음악지능, 신체운동지능 등 다양한 능력들로 정의될 수 있으며, 개인에 따라 각기 재능의 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교육은 각자가 지닌 다양한 재능을 적절한 수준까지 개발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공부 잘하는 아이만 '지능'이 높은 것이 아니라 피아노를 잘 치거나 운동을 잘하는 학생 모두 '우수한 지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능에 대한 이러한 이해는 공부와 시험성적에 짓눌린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줍니다. 설령 성적이 나쁘더라도 그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각자의 장점을 측정할 수 있는 테스트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현재 한국 교육에서 시행되고 있는 평가 시스템이 정말 우수한 지능을 가진 학생을 길러내고 선별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지 영어 단어 몇 개를 더 잘 외우고, 수학 공식을 잘 기억해서 문제를 풀어낸다고 해서 과연 우수한 지능을 가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 각자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교육은 어떻게 설계될 수 있을까요?

인간은 어떻게 높은 지능을 가지게 되었을까
흔히 '공부'란 문제집에 나온 문제를 푸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이 책에선 "뇌가 무언가를 배워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방법"으로 설명합니다. 그러니까 책상에 앉아서 꼼짝 못 하고 문제를 푸는 것만 공부가 아니라 농구를 하거나 악기 연주를 배우는 것 역시 '공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는 우리는 어떤 과정을 거쳐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일까요?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손다이크(Edward Thorndike)는 고양이를 퍼즐 상자에 넣고 탈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는 고양이가 지랫대를 눌러 퍼즐 상자를 탈출했을 때 생선을 보상으로 주었을 때와 전기 충격을 가했을 때를 비교한 뒤, 긍정적인 결과가 뒤따르는 행동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고, 부정적인 결과가 뒤따르는 행동은 반복될 가능성이 낮다는 '결과의 법칙'을 공식화했습니다. 매우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그의 실험은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의 학습 방법에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학습자의 바람직한 행동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긍정적 강화를 강조하는 교수법을 사용해서 동기 부여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손다이크의 실험에서 아무런 보상이나 처벌도 없이 처음으로 퍼즐 상자 안에 들어간 고양이는 어떻게 지랫대를 눌러야 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발견했을까요? 그 답은 고양이의 호기심과 장난기에 있었습니다. 호기심 많은 고양이는 지랫대를 가지고 장난을 치던 중 우연히 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얼핏 보기에 쓸데없고 당장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넘치는 호기심은 고양이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입니다. 이것은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우리 교육이 학생들에게 더 많은 공상의 시간과 실패의 기회를 허락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빠른 시간 내에 확실한 답을 찾아 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 교육 대신 정답이 없는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방황하고 좌절하는 경험을 더 많이 제공해야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습니다.
인간은 고양이나 인공지능과 마찬가지로 단순 반복, 보상과 처벌 등을 통해 지능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인간이 다른 생명체들보다 월능히 높은 지능을 갖게 된 근본적 원인이 다른 동물 집단보다 더 복잡한 인간 사회의 특성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여왕개미와 일개미처럼 비교적 단순하게 구분되는 동물 공동체와 달리 인간은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원만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발전시켜야만 했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신경을 쓰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올바르게 이해하려 노력하다 보니 인간은 마침내 자기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 역시 결국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원만하게 지내기 위한 방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높은 지능을 갖게 된 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올바른 선택과 행동을 하기 위해서라도 할 수 있습니다. 즉 인간의 높은 지능은 사회적 진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뇌에 대한 이와 같은 진화생물학적 통찰은 지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개성과 성격이 다른 아이들이 함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갈등하는 과정에 빈번하게 노출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협소한 세계에서 벗어나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갈등하고 실패하게 되기도 하겠지만, 갈등을 해소시키기 위해 대화하고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경험을 함으로써 개인의 성장 역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성적에 따른 줄세우기 경쟁 교육만으로는 미래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학년별 책읽기 > 6학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손연자, 마사코의 질문, 푸른책들 (1) | 2026.03.02 |
|---|---|
| 허버트 조지 웰스/김석희 번역, 타임머신, 열린책들 (2) | 2025.12.17 |
| 황순원, 소나기, 다림 (4) | 2025.08.31 |
| 후루타 다루히/윤정주 번역, 숙제 주식회사, 우리교육 (1) | 2025.04.05 |
| 로버트 뉴턴 펙/김옥수 번역,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사계절 (0) | 2025.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