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교육

(초3 융합수업) 그림 보고 이야기 만들기

ddolappa72 2025. 10. 18. 16:10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1930)
‘아메리칸 고딕’의 모델인 치과의사 바이런 매키비(오른쪽)와 우드의 여동생 낸 우드 그레이엄

 
그림을 창의적으로 해석하기

그랜트 우드(Grant Wood, 1891~1942)의 '아메리칸 고딕'(1930)은 ‘미국인의 정체성과 삶의 가치관을 구현한 가장 미국적인 그림’, ‘미국인의 청교도 윤리와 개척정신, 도덕성을 상징하는 아이콘’, ‘미국의 모나리자’라는 찬사를 받으며 미국의 정신을 잘 구현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건초용 쇠스랑을 든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앞치마를 입은 여자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옆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 무슨 관계이며,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아이들에게 그들이 어떤 관계인지 묻자 다양한 답변을 내놓습니다. 아빠와 딸, 부부 관계, 조카와 삼촌, 간호사와 환자,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 등등. 가장 기발했던 대답은 천사와 악마였는데, 남자가 손에 든 쇠스랑이 악마의 무기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그림 속 인물들만 분리시켜 추측하지 않고, 그들이 놓인 공간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남녀의 뒤에 있는 집을 농가, 병원, 학교 등으로 각기 다르게 인식하면 그에 따라 인물들의 관계 역시 다르게 설정했습니다.

이 그림에 어울리는 음악을 떠올려 보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무겁고 어두운 음악이 어울릴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아이들 역시 그림에서 경직되고 딱딱한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그림과 음악을 연결시켜 아이들이 입체적으로 그림을 감상하도록 했습니다.

그림 속 인물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말풍선에 글을 써 보도록 합니다. 그리고 그림 속 남녀에게 이름, 나이, 직업, 성격 등을 부여해서 구체화시키는 활동도 해보도록 합니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그림 속 인물들을 활용해 자신만의 캐릭터로 만들어 봄으로써 그림을 창의적으로 수용하는 방법을 저절로 깨우치게 됩니다.
 

르누아르의 '두 자매'(1881)



두 그림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이번에는 그랜트 우드의 그림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그림을 아이들한테 보여 줍니다. '행복한 인상주의자'로 유명한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1841~1919)의 그림 '두 자매'(1881)는 매력적인 두 소녀가 강변의 테라스를 배경으로 앉아 있는 광경이 화려한 색조와 산뜻한 구도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림 속 계절은 언제인가, 인물들이 있는 장소는 어디인지, 또 그들은 어떤 관계인지 등을 시시콜콜 질문합니다. 이런 질문에 대답을 하며 아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그림을 해석하고, 그림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그런 다음 그랜트와 르누아르의 그림을 보고 무엇이 비슷하고, 또 무엇이 다른지 찾아보도록 합니다. 공통점을 찾고 차이점을 발견하는 것은 모든 지적 활동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그림을 비교하고 대조해 봄으로써 두 화가의 특징을 보다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웠던 사실은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찾을 때였습니다. 두 그림을 얼핏 봐도 차이점은 눈에 많이 띄지만 공통점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두 사람을 그렸다거나 야외에서 그려진 그림이라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점차 상상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그림 모두 '가족'을 그렸다거나 그림 속 계절이 모두 '봄'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 머물러 있던 아이들이 드디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림 속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만들기

수업의 마무리는 그림 속 네 명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분위기의 그림 속 인물들 엮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도의 창의력과 구성력을 요하는 활동입니다. 하지만 수업 시간 내내 그림 속 인물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충분히 관찰하고 사색한 덕택인지 대부분의 아이들이 큰 어려움 없이 글을 써 냈습니다. 

(가) 할아버지 집에 간 날

방학이 되자 카프레스와 사리오스는 엄마와 함께 할아버지 집에 갔다. 집에 가자마자 할아버지가 "자, 어서들 오고 나와 농사하자!"라고 했다. 그러자 엄마 서윌은 "무슨 애들한테 농사야? 아빠나 농사해!"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지지 않고 "농사를 해야 얘들이 튼튼해지지!"라고 했다.

카프레스와 사리오스는 엄마한테 허락을 받고 강으로 갔다. 왜냐하면 엄마와 할아버지 싸움에 휩싸이면 최소 2시간은 도망을 못가기 때문이다. 

강으로 간 카프레스와 사리오스는 참 좋았다. 강이 참 맑고 잔잔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리오스가 "나 저 배 탈래! 언니도 같이 타자! 응?"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카프레스는 "알았어. 하지만 이 일은 엄마한테는 비밀이야. 왜냐하면 엄마는 배 타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하시거든. 사실 엄마는 배멀미를 하기 때문이야. 어쨌든 알았지?"라고 했다.

그래서 둘은 배를 탔다. 그리고 집에 갔는데 다행히도 둘의 싸움은 멈춰서 셋이서 즐겁게 놀고 집에 갔다.(초3 학생의 글)

(나) 꿈 같은 하루

오늘 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댁에 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맨날 싸우신다. 내 생각은 할아버지가 정신병에 걸리신 것 같다. 자기는 악마가 될 거라고 계속 말하신다. 이 이유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싸우는 이유다. 

나는 싸움을 마냥 듣는게 지루해서 시골에서 제일 유명한 카페에 갔다. 거기엔 예쁜 정원도 있고 음료도 맛있고 포토월까지 있다. 그런데 카페에 들어가 보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김켈리 모델이 있었다. 켈리 언니는 동생 같이 보이는 친구와 광고를 찍고 있었다.

광고가 끝나고 켈리 언니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그리고 내 자리 근처로 오더니 인터뷰를 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나는 당연히 "네"라고 대답했고, 30분 동안 인터뷰를 하고 싸인까지 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동생이 다가와서 같이 놀자고 했다. 나는 동생과 같이 놀았고, 3시간이 지난 후에나 집에 돌아왔다. 오늘은 꿈같은 하루였다.(초3 학생의 글)
 
과연 아이들은 두 그림을 어떻게 연결시켜 이야기를 만들었을까요? (가)번 학생은 그랜트 우드의 그림 속 인물들을 할아버지와 엄마로 설정하고 그들이 아이들에게 농사를 시키는 것을 놓고 다툼으로 벌이는 것으로 상황을 꾸몄습니다. 그리곤 그들의 싸움에 싫증이 난 아이들이 몰래 빠져나가 강가를 방문하도록 했습니다. 강에 간 아이들은 엄마 몰래 배를 타고 즐겁게 노는데, 그 과정에서 엄마가 배멀리 때문에 뱃놀이를 금지하고 있다는 비밀이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의견 대립이나 비밀 등의 장치를 통해 이야기에 갈등과 긴장감을 부여하는 방식이 눈에 띕니다.

(나)번 학생 역시 시골에 있는 조부모 댁을 방문한 것으로 글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랜트 우드의 그림 속 인물이 할아버지와 할머니이고, 할아버지가 쇠스랑을 들고 자기는 악마가 될 것이라고 반복해서 주장함으로써 할머니와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가)번 학생과 마찬가지로 불편한 자리를 회피하기 위해 집을 떠나서 이번에는 강변에 있는 카페를 방문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유명 유튜버인 김켈리가 광고 촬영하는 것을 목격하고, 그녀와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으로 서술했습니다. 이 학생의 글에서 특히 카페 장면이 생동감이 넘치게 묘사되고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두 학생 모두 그랜트 우드의 그림과 르누아르의 그림을 가족 관계로 설정해 연결하고 있습니다. 또 그랜트 우드의 그림을 심각한 갈등이 노출된 것으로 설정하고,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 르누아르의 그림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전자의 그림이 무겁고 경직된 분위기를 지닌 반면, 후자의 그림은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갖고 있어 상이한 그림의 분위기를 서사적 구조로 재해석해 수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가 장면에서 학생들은 배나 카페 등 자신이 주목한 사물들을 자유롭게 활용해 이야기를 창작했습니다. 아이들이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흥미롭게 여기는 것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동일한 그림을 보고 글을 쓰더라도 서로 다른 내용이 담기게 됩니다.

따라서 그림 읽기가 아이들이 그림 속 다양한 요소들을 주목하게 만드는 작업이라면, 글쓰기는 그렇게 흩어놓은 요소들을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재결합해서 문자로 옮기는 과정입니다. 이 모든 절차는 그림을 창조적으로 읽는 행위이며 동시에 아이들이 그림을 활용해 자신만의 개성이 발휘된 글로 재창조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것이 융합수업이 지향하는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