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병자호란(1636) 이후에 씌어진 은 과 더불어 치욕스런 전쟁의 패배를 상상의 공간에서 이겨내려는 당시 민중들의 소망이 투영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작자 미상의 이 작품은 고전 소설에서는 드물게 박씨라는 여성 영웅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박씨뿐만 아니라 그녀의 하녀 계화나, 청나라 자객 기홍대 등 뛰어난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 책의 저자가 여성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해보게 합니다. 흔히 병자호란은 인조가 삼전도에서 청 황제 홍타이지에게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를 올린 수치스런 장면으로 기억될 뿐 50만 명에 이르는 조선의 여인들이 포로로 끌려가 노예 시장에 팔렸다는 사실은 드물게 언급되어 왔습니다. 목숨을 걸고 겨우 탈출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