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수업_중2] 초현실주의란 무엇인가

창의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왜 초현실주의 예술에 주목해야 할까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은 계몽주의 이래 지속되어 온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유럽 문명의 신뢰를 철저히 파괴시킨 사건이었습니다. 젊은 예술가들은 논리적 구상과 합리적 계획에 따라 창작하는 대신, 즉흥적이고 우연한 사건을 소재로 삼고, 이성에 의해 억압되지 않은 자유로운 무의식에 기반한 예술 운동을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초현실주의입니다.
시인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1880~1918)가 창안했고, 시인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 1896~1966)이 정교한 형태로 가공한 '초현실(sur-real)'이란 단어는 말 그대로 "현실을 뛰어넘는 또 하나의 세계를 상상해냄으로써 현실의 억압으로부터 정신을 해방하려는" 지향성을 뜻합니다. 즉 초현실주의는 현실을 뛰어넘는 또 하나의 세계를 상상해냄으로써 현실의 억압으로부터 정신을 해방하려 했던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앙드레 브르통/황현산 번역, 초현실주의 선언, 미메시스)
초현실주의는 "이성의 감독에서 벗어나 윤리적인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생각"(브르통)을 펼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개발했습니다. 자동기술법으로 번역되는 오토마티슴(automatisme)은 의식적인 억압 없이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말이나 이미지를 즉흥적으로 기록해서 예술을 창조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또 데페이즈망(depaysement)은 특정한 대상을 일상의 맥락에서 떼어내 이질적인 상황에 배치함으로써 기이하고 낯선 장면을 연출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초현실주의의 선구자로 추앙받는 로트레아몽(Lautréamont, 1846~1870)은 시에서 "해부대 위에서 재봉틀과 우산의 우연한 만남처럼 아름답다!"고 표현했는데, 바로 이것이 전형적인 데페이즈망적 표현입니다. 해부대 위에 놓인 재봉틀과 양산처럼 논리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생각되는 사물들을 결합시킴으로써 초현실주의는 관객들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를 전개할 수 있게 된다고 믿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초현실주의에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창의적 사고'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적 가능성을 초현실주의의 예술과 그 창작 기법을 되살펴 봄으로써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현실주의 예술에서 발견되는 즉흑성이나 우연성, 무의식적 충동 등은 학생들이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도록 이끌어 줄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학생들이 초현실주의 예술을 단지 감상하거나 지식으로 아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직접 초현실주의 예술을 창작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새로운 인식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달리는 왜 녹아내리는 시계를 그렸을까
우선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 1904~1989)의 그림 '기억의 지속'(1931)을 보고 그림 속에 그려진 것들을 자세하게 묘사해 보도록 했습니다. 그림을 글로 옮겨 써 봄으로써 그림을 구성하는 세세한 요소들에 더 주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다음 그렇게 쓰여진 그들을 낭송해 보도록 했는데, 왜냐하면 그렇게 쓰여진 글 자체가 이미 초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예시) 저 멀리 펼쳐진 바다의 수평선 너머는 옅은 주황빛 석양으로 서서히 물들고 있다. 그 왼편에는 황금색 태양 빛을 가득 머금은 해안 절벽이 대조를 이루며 우뚝 솟아 있다. 화면 한가운데에는 오리인지 물고기인지 그 형태를 알아 볼 수 없는 기괴한 생명체가 흐물흐물한 시계를 벨트처럼 몸통에 두르고 죽은 채 쓰러져 있다. 왼편 구석에 비스듬히 놓인 책상 하단에 진홍색 회중시계가 놓여 있고 그 위를 개미떼들이 새까맣게 뒤덮고 있다. 그 위에는 금방이라도 책상 아래로 흘러내릴 듯이 위태롭게 시계가 걸쳐져 있다. 책상의 상단에는 몸통만 남은 나무에서 바다를 향해 뻗어난 유일한 가지 위로 마치 물에 푹 젖은 옷을 말리려는 듯이 반으로 접힌 시계가 축 쳐진 채 걸려 있다.
그런 다음 할 일은 아이들끼리 그림에서 발견되는 궁금한 것들을 문제로 만들어 서로 상의해서 해답을 찾도록 하는 것입니다. 교사는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고 필요할 경우에만 적절한 힌트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화면 중앙에 놓인 괴생물체의 정체를 놓고 논의가 지나치게 집중될 경우 다른 방향으로 토의를 이끌 필요가 있습니다. 그림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나오지 않을 경우 왜 화가는 시계를 놓아내리는 것처럼 그렸는지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왜 화가는 이 그림에 '기억의 지속'이란 제목을 붙였을지 질문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교사가 모든 것을 설명해서는 안 되고, 학생들이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기다려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설령 교사가 기대한 대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관련 자료를 찾아보도록 하는 선에서 마무리해야 합니다.



민화에서 발견되는 초현실주의적 요소들
조선시대에 그려진 민화를 제시하고 어떤 점에서 초현실주의적인가 찾아보도록 했습니다. '화조소상팔경도'에는 산봉우리보다 더 큰 꽃송이 위로 나비들이 훨훨 날아다니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책거리도'에는 책 위에 죽은 채 놓여 있는 어린 물고기를 화병 속 그림에서 튀어나온 큰 물고기가 불쌍한 듯 바라보고 있습니다. '화조도'에는 상어 모양의 물고기가 여러 마리의 학들과 함께 한 공간 안에서 유유자적하게 유영하고 있습니다. 원근과 비례를 무시하고 그려진 민화 속 풍경들은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꿈의 세계를 포착해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초현실주의를 연상시킵니다.
물론 민화는 기복과 벽사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화가의 주관적 소망을 과장해서 그려 넣었다는 점에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초현실주의의 무의식적 탐구와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민화에서 발견되는 현대적 감각이 초현실주의적 특성을 띠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초현실주의가 현실과 꿈, 이성과 무의식, 합리와 비합리, 잠듦과 깨어남의 모순을 극복하고 새로운 통합을 향해 도약을 하려고 했듯이 동양과 서양, 조선과 현대라는 대립 역시 초현실적으로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기사, 산보다 큰 꽃, 나는 물고기.. 화폭 가득 '朝鮮의 초현실주의')


시는 모두에 의해 쓰여져야 한다
로트레아몽은 "시는 한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두에 의해 써져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에서 영감을 받은 초현실주의자들은 예술가들이 함께 예술적 창작 과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놀이 방법들을 개발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그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질문을 즉석에서 만들어내면, 앞의 친구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다른 방에 있던 다른 친구가 순간적으로 떠오른 대답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질문과 해답을 연결시킴으로써 그들은 발견과 놀라움, 감탄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이 놀이가 모든 것을 우연에 의해 지배받게 함으로써 논리의 억압에서 해방되어 그 아래 숨어 있던 무의식적 충동들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것과 유사한 놀이로 '조건 혹은 가정 놀이'가 있습니다. 이 놀이는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한 사람은 질문을 조건문으로 쓰고, 다른 사람은 답을 미래형으로 써 냅니다. 그런 다음 서로 상관없는 두 문장을 연결하면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문장이 만들어집니다.
(브르통) "만일 말(馬)들이 철을 끌어당기는 자성(磁性)을 지녔다면,
(데스노스) "여인들의 심장은 끝없이 뛸 것이다."
(위닉) "사람들이 생각들의 연결로 만들어진 동상을 세운다면"
(아라공) "기이한 천사는 당구 기술을 발명할 것이다."
실제로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대답과 조건문을 하나씩 만들게 한 다음 무작위로 선정된 다른 학생의 대답과 조건문을 연결시켜 문장을 완성하도록 했을 때, 다들 의미가 통할 듯 통하지 않는 문장들에 당황하면서도 즐거워 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상관없는 두 문장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될지 설명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의 시간은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과 기쁨으로 다가왔는데, 정답 없는 문제를 해결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연관성을 발견하기 위해 온갖 상상력과 추론을 동원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연관성을 발견해서 그럴듯하게 설명하면 다들 그 기발함에 감탄하며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초현실주의자들의 창작 놀이는 결국 은유적 사고가 창의성의 핵심적 도구라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수술대라는 낯선 상황에서 우연히 만난 재봉틀과 우산의 결합은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두 사물들을 연결시켜 'A는 B다'라는 도식으로 정리해내는 은유의 생산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A와 B를 서로 연결짓는 것도 창의적 상상력이 요구되지만, 둘 간의 관련성을 설득력있게 설명하는 것 역시 창조적인 활동입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은유의 생산을 낯선 타인들과의 협력과 놀이로 전이시켜 우연성과 즉흥성을 강조함으로써 은유가 지닌 창조적 파괴력을 극대화시키려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초현실주의의 창작 방식을 실제로 경험해 봄으로써 이 예술 사조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학생들은 그들의 예술적 창조성을 높이 평가하며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이 수업을 계기로 돋아난 창의력을 싹을 잘 키워가기 위해서는 이런 방식의 수업이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 되며, 어떤 식으로든 이와 관련된 형식의 수업을 주기적이고 반복적으로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